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국내 송환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캄보디아에서 20대 대학생이 범죄조직에 고문받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리 국민을 겨냥한 범죄가 급증하자 급기야 대통령이 나선 거다. 하지만 숨진 대학생이 두 달이 넘도록 시신 부검과 운구가 이뤄지지 못하는 등 정부의 대응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갈수록 여론은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가 캄보디아에 구금된 국민을 구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 외교부 2차관과 국가수사본부장이 현지에 급파됐다. 목적은 현지에서 우리 국민 관련 수사를 맡을 ‘코리안 데스크’ 설치에 관해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현지에서 이들이 캄보디아 정부와 합의해 발표한 내용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코리안 데스크’ 설치가 빠진 건 물론 우리 국민 피해자가 어디에 몇 명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낙제점 수준이다.
정부는 당초 코리안 데스크에 2명의 수사 경찰관을 파송할 목표로 현지에 외교 2차관과 국가수사본부장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이 기껏 합의했다는 게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TF팀을 꾸리기로 한 게 전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 주도적인 범죄 수사를 할 것처럼 정부가 큰소리치더니 결국 거짓말이 된 셈이다.
인도 정부는 대규모 고위급 인사들을 현지에 파견해 대사관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정부와 긴밀한 구출작 전을 펴 1천 명의 자국민을 구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필리핀 등 다른 나라와 공조해 범죄조직 20곳을 해체시키는 성과까지 거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당장 구출 작전을 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코리안 데스크’ 설치 문제 하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겨우 캄보디아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기로 한 게 전부다. 범죄자들이 인근 미얀마 등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있는 마당에 한가하게 무슨 대화를 하려는 건지 참으로 답답하다.
현지에 ‘코리아 데스크’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우리 경찰 2명이 범죄 단지에 억류된 국민 1천여 명을 구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주도적인 수사를 통해 피해자를 구하는 데 힘을 쏟길 바랐는데 이마저도 무산됐으니 이런 외교 협상력으로 앞으로 어떻게 그 많은 피해 국민을 구출해 낼지 암담할 뿐이다.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협상단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60명을 송환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말썽이다. 국내로 데려온 60명을 범죄 단지에서 구출한 게 아니라 이미 캄보디아 정부의 현장 단속 등으로 이민청에 구감돼 있던 이들을 데려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건 국내로 송환해온 60명 중 10여 명이 넘는 범죄조직에서 월급 받고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이들이란 점이다. 정부가 범죄 피해자를 구출해온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다 구속된 범죄자를 국민 혈세를 들여 모셔온 꼴이다. 여권 일각에서 이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범죄조직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돈 받고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피해자면 가해자는 그럼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당하고 구금된 이들이란 말인가.
한심한 건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오면서 피해 국민을 구출한 것처럼 언론에 대대적으로 자랑하다 들통이 난 거다. 그가 언론에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으로 구출 작전을 펼쳤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는데 이를 방송으로 접한 한 캄보디아 교민이 그 남성이 범죄 용의자임을 밝히면서 여당 의원의 영웅담이 순식간에 ‘정치쇼’로 뒤바뀌고 말았다.
국내에 송환된 이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란 사실은 단박에 알 수 있다.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건장한 남성을 범죄 피해자라고 하묜 누가 믿겠나 말이다. 이미 캄보디아 정부 단속에 걸려 구금됐던 사람을 데려오면서 마치 피해 국민을 범죄 소굴에서 가까스로 구출한 것처럼 속인 여당 중진 정치인의 모습에서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로 불리는 가짜 이슈몰이 유튜버가 보여 씁쓸하다.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감금됐다는 등 피해 신고는 2023년만 해도 10여 건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하더니 올 들어선 8월까지 330건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캄보디아가 한국을 겨냥한 ‘보이스 피싱’ ‘로맨스스캠’ ‘리딩방 사기’ 등 온갖 범죄 온상이 됐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거나 현지 대사관에 국민 보호 조치를 시달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급기야 대학생이 범죄조직에 고문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언론이 떠들자 그제야 대통령이 대책을 지시하고 현지에 외교관을 파견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거다.
캄보디아 사태는 정부와 여야가 힘을 합해 해결에 나서도 될까 말까 한 사안이다. 캄보디아 정부와 미얀마 등 인근 국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헛발질은 물론 여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국제범죄는 어느 한 국가가 해결하기 어렵다. 캄보디아 등 관련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뿌리 뽑아야 할 초국가적 악(惡)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범죄조직의 우두머리가 대부분 중국인이란 점에서 중국 정부가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납치·폭행·감금당해 목숨을 잃고 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정부·여야 모두가 우리 국민 구출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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