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규모 종교 탄압에 시동을 걸었다. 공안이 이달 초 중국내 최대 가정교회에서 사역하는 중국인 목사 등 지도자들을 대거 체포·구금하는 단속에 들어갔다.
이번 단속으로 중국 내 최대 가정교회인 베이징 시온교회(Zion Church) 진밍르(明日, Ezra Jin) 목사를 비롯, 이 교회 교역자 30여 명이 함께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 지난 10월 9일경부터 진 목사와 이 교회 사역자 30여 명이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되는 등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중국 공안이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 전국에 흩어진 가정 교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표면적인 이유는 온라인을 통한 불법 정보 유포다. 가정 교회 사역자들의 온라인 설교를 불법 정보 유포행위라고 규정한 건데 사실상 종교 탄압이다.
시온교회는 지난 2007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설립돼 중국 내 40여 개 도시에서 온라인으로 1만 명 이상이 함께 예배드려왔다. 중국 정부가 공인한 ‘삼자교회’가 아닌 ‘가정교회’ 형태라 매번 각종 위협과 탄압에 노출돼 왔다. 그러나 2018년 정부의 강제 폐쇄 명령 이후에 굴하지 않고 전국 40여 개 도시에서 소그룹 예배를 이어오는 등 복음 사역을 이어왔다. 이번 목회자 체포·구금도 이걸 빌미삼은 것이다.
이 교회를 개척해 시무해 온 진밍르 목사는 중국에서 출생한 조선족 출신이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당시 중국 당국이 시민을 무력 진압하는 것을 보고 나서 주님을 영접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와 시온교회를 설립한 후 수천 명의 신자들이 따르는 중국 내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기독교 지도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공산당의 종교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탓에 오랫동안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진 목사가 중국 당국에 ‘눈엣가시’가 된 건 지난 2011년에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중국 정부를 향해 “우리가 무엇을 믿을지 (국가가) 결정할 권리가 없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요주의 인물로 찍혀 감시받아 오다 결국 지난달 중국 정부가 발표한 온라인 예배 금지 규정 위반을 빌미로 김 목사와 지하교회 사역자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종교 탄압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가정교회’ 사역자들에 대한 탄압 사실이 알려진 직후 미국 국무부와 국제사회는 일제히 반발했다.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이 등록되지 않은 가정교회 ‘시온교회’의 목회자와 구성원 수십 명을 체포한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규탄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어 “특히 시온교회 담임목사인 밍리(明日, Mingri) ‘에즈라’ 진(Jin)의 구금은 중국 정부의 기독교 탄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당의 통제를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기독교인들을 지속적으로 억압하고 있다. 모든 신앙인들이 두려움 없이 예배하고 모일 수 있도록 중국 정부는 즉각 구금된 이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공안에 시온교회 진미르 목사 등 다수의 사역자가 체포·구금됐다는 사실은 시온교회 목회팀이 지난 11일 공개한 서신에 의해 처음 외부로 알려졌다.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가 공개한 이 서신엔 “10월 초,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10월 9일 이후 시온교회 소속 목회자와 사역자 30명가량이 전국에서 구금되거나 실종됐다”고 쓰여 있었다. 시온교회 측은 이 서신에서 “이번 일은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교회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두려움보다 믿음을 택하며, 갇힌 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국내 교계도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한국로잔위원회 의장)는 지난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에즈라 진 목사는 조선족 출신의 중국 도시 가정교회를 세운 리더로, 2007년에 세운 베이징 시온교회가 2018년 정부에 의해 폐쇄된 이후 전국으로 흩어져 교회를 세우는 일을 해 왔다”며 조속한 석방을 위해 한국로잔위원회와 한국 교회가 이 문제를 위해 함께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목사는 또 “이번 중국교회가 겪는 고난이 중국교회와 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교회가 각성하고 다시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을 쏟는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고 한 후 미국에 있는 에즈라 진 목사의 가족들이 전해 온 기도 제목을 공개했다. 가족들이 전한 기도제목은 △중국 감옥에 갇힌 목회자와 동료들의 마음의 평안과 건강, △구속 수감된 이들의 조속한 석방, △구속된 분들을 위한 법률적 자문과 지원 요청 등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론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론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한 공산 국가다. 헌법 상 ‘종교의 자유’가 명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공산당의 통제와 엄격한 규제 아래 제한적으로만 허용해 실질적으로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않는다.
기독교의 경우 정부가 통제하는 ‘삼자교회’ 외에는 외국의 선교를 받아들인 모든 교회를 불법으로 규정, 전국에 산재한 가정교회를 불태우는 등 극도의 탄압을 벌여왔다. 이런 현실에서 에즈라 진 목사가 이끄는 시온교회의 교세가 점점 커지자 공산당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 그 싹을 제거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극도의 종교 탄압은 한국교회에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 땅에 ‘자유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믿음의 공동체들을 위해 기도하되, 우리도 믿음의 선진들이 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도하며 불의에 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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