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가 감독·감독회장 선거권자 자격을 정회원 13년급 이상으로 제한하려던 계획을 스스로 철회했다. 내부 반발이 예상 외로 거셌기 때문이다.
장개위는 당초 감독·감독회장 선거권 자격을 기존 정회원 1년급에서 감리사 자격을 갖게 되는 정회원 13년급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내놨었다. 하지만 개혁 후퇴라는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재의결 끝에 스스로 안을 거둬들였다. 결국 선거권자 상향 조정안은 논란만 부른 채 종전 ‘정회원 1년급부터’로 다시 되돌아가는 셈이 됐다.
장개위가 선거권 자격을 13년급 이상으로 올리려던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선거권자가 크게 늘어나 선거관리가 어려워졌다는 거다. 실제 기감 교단의 교역자 수는 2020년 5000여 명 수준에서 2024년에는 8800여 명으로 증가했다. 교역자가 수가 늘어나면서 선거권자 수도 덩달아 늘어나는 바람에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권 자격에 있어 정회원 연차를 대폭 상향 조정하려던 시도를 온전히 선거권자 수의 증가 문제로 돌리는 건 무리다. 실은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교단 선거에 뛰어드는 데 따른 여러 가지 폐단을 우려한 게 더 큰 이유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일정 기간 목회 경험을 쌓은 뒤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장개위 위원 간에 형성되게 된 거다.
하지만 개정안이 발표되자마자 공청회 현장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종전 13년 급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건 기감의 개혁 의지를 과거로 후퇴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거셌다. 또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젊은 교역자와 평신도 대표에게 선거권을 부여해놓고 이를 도로 빼앗는 건 목회자들과 일반 교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반개혁적 입법’이란 성토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김정석 감독회장이 나섰다. 김 감독회장은 해당 개정안이 기존 선거권자 권리를 침해하고 젊은 교역자와 평신도의 참여를 제한하는 이라며 재의결을 요청했다. 감독회장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자 결국 자체적으로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된 거다.
기감이 선거권을 정회원 10년급에서 1년급으로 대폭 확대한 건 지난 2021년부터다. 선거권자를 확대하면 금권 선거 풍토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정회원 1년차란 목사 안수를 받은 후부터를 말한다. 목사 안수받자마자 교단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연 건 사실상 모든 목회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한다는 의미여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하지만 그런 기대도 잠깐, 장개위가 법 개정 4년 만에 과거보다 더 후퇴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이 4년 전보다 더 문턱을 더 높인 안이란 사실이 공개되자 공청회장이 순식간에 성토의 장으로 변모했다.
사실 장개위가 이런 개정안을 내놓기까지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선거권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목회를 막 시작한 목사들이 선거판에 휩쓸리는 등 교단 선거풍토가 어지러워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심지어 집사도 평신도 대표 자격으로 선거권을 갖게 되면서 금권선거 방지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진 점도 있다.
그렇다고 종전 보다 더 후퇴한 안을 내놓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최소한 감리사 자격을 취득할 정도의 목회 경험을 쌓아야 선거권자로서 성숙한 자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거다. 감리사는 정회원 10년 급에 해당 지방에서 2년 이상 시무해야 되기 때문에 정회원 13년급 이상을 선거권자의 기준으로 삼은 거다.
그런데 이런 명분은 4년 전 선거권을 1년 급으로 하향 확대하기로 결정할 때 했던 논리와는 정반대다. 4년 전 개정안을 내놓을 때는 정회원 10년차 이상의 중년 목회자·교인에게만 선거권을 주니까 선거권자가 적어 금권 선거가 횡행하니 선거권자를 대폭 늘리면 금권 선거가 줄어들 것이란 논리를 폈었다.
결과적으로 장개위가 불과 4년 만에 종전보다 자격의 폭을 더 좁힌 게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꼴이 되고 만 셈이 됐다. 마치 막 안수를 받은 목사들이 선거풍토를 흐린다며 모든 책임을 떠넘긴 게 문제다. 이미 오래전부터 고질병이 된 금권선거 병폐를 이제 겨우 4년 전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젊은 목사들과 교인들에게 떠넘기는 건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만약 이 개정안대로 입법회의에서 통과됐더라면 엉뚱한 데 불똥이 튈 뻔 했다. 평신도 선거권자 중 15%를 여성으로 구성하기로 한 할당제가 자동 무산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선거권자 수가 대폭 줄어들면 평신도 대표로 구성되는 선거권자도 자동적으로 줄어들게 돼 여성 유권자 15%선을 지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청회 현장에서부터 이어진 반발에 장개위가 재의결 과정을 거쳐 안을 철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입법의회에 올리는 강수를 뒀다가 더 큰 파장을 감당하기 힘들 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개위가 고심 끝에 더 큰 파장을 미연에 막는 결정을 한 퍽이나 다행스러우나 애초에 깊은 고민과 논의과정을 거쳐 걸려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리회 교인들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건 한국교회 어느 교단도 감히 흉내내지 못하는 획기적인 시도다. 다른 걸 떠나 교단에 대한 주인의식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왔다. 금권선거 풍토는 반드시 타파해야 하지만 금권선거 때문에 제도적 개혁이 뒷걸음치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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