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가 개봉 12일 만에 70만 관객 고지를 넘어서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한 ‘마당을 나온 암탉’과 불과 단 이틀 차이의 기록이란 점에서 새로운 신기록을 수립하게 될지 기대된다.
‘킹 오브 킹스’는 영국의 극작가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와 함께 20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한 생애와 만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한국 컴퓨터그래픽(CG)과 VFX 분야 선구자로 불리는 장성호 감독이 순수 국내 제작진과 함께 연출한 감독 데뷔작품이다.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후 박스오피스 6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영화 역대 북미 흥행 1위 기록을 세우는 등 큰 화제를 모은 뒤 국내로 역수입됐다.
‘킹 오브 킹스’는 미국 개봉 당일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면서 입소문을 타더니 첫날 하루 만에 701만 275달러 이상의 티켓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미국에서의 이런 흥행 성적은 성경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부활절을 전후해 개봉함으로써 가족 단위 크리스천들의 기대에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크리스천 가정들은 자녀들에게 보여줄 만한 미디어 콘텐츠가 거의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갈수록 선정·폭력적이고 동성애를 미화하는 소재의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더는 자녀들에게 권장하거나 함께 관람할 만한 미디어를 찾기 어려워진 게 오늘 미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0~90년대만 해도 ‘디즈니’라는 우수하고 건전한 영화 제작 배급사가 있었다. 그 당시 한국에 들어온 거의 모든 만화 영화가 ‘월트 디즈니’의 작품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디즈니’마저 반 기독교적인 흐름에 가담했다. 심지어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미디어 콘텐츠마저 동성애 등 정치적 올바름(PC) 주의를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급진적인 사상에서 자녀를 보호해야 할 크리스천 가정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는 신세가 됐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선을 보이자 영적으로 갈급한 미국 크리스천들이 움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 폭력성·선정성, 젠더 이데올로기는 이미 대중에 친숙한 미디어 콘텐츠 소재다. 거기에다 PC주의가 지식인 사회의 전유물인양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 기독교인 사회가 이런 대중 미디어 기류에 불편을 느끼고 멀어졌던 차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K-기독교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각광을 받게 된 거다.
미국에선 큰 관심과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한국 개봉을 앞두고 이런 소재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국에서도 통할지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사회 전반에 기독교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기독교 정서가 덜 성숙한 한국 사회에서 과연 이런 테마의 영화가 관심을 끌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개봉 12일 만에 70만 명을 동원하는 기록과 함께 말끔히 지워졌다. 이는 미국에서의 흥행 돌풍 소식을 접한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와 함께 한국교회 성도들이 교회 단위, 또는 가족 단위로 영화관을 찾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화제가 커질수록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본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서 영화 내용 중에 기독교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반(反) 기독교적 영화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내용 중 가장 크게 문제로 지적된 것이 영화 전반에 예수 그리스도를 마치 철학자, 윤리적 이상주의자 또는 비폭력 혁명가로 묘사한 점이다. 이런 설정이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성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는 거다. 또 사랑과 평화, 용서라는 주제를 강조하면서 죄의 본질과 하나님의 공의에 대한 설명 없다는 점에서 죄에 대한 회개, 하나님의 심판 없이 인간의 선함과 이성으로 구원이 완성되는 것처럼 그린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실 기독교를 주제로 한 대부분의 미디어물은 성경과 기독교 문헌을 바탕으로 만들면서도 흥미적인 서사와 장면들을 삽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킹 오브 킹스’의 경우 일부 각색한 내용과 장면이 성경의 내용과는 동 떨어져 관람객들을 의아하게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복음의 핵심 내용을 뒤집는 심각한 왜곡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될 수준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성경무오설’에 입각해 바라보면 영화의 흐름에 문제점이 발견되지만 성경과 기독교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는 관객에겐 오히려 기독교에 대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선교 전문가들은 기독교 미디어 콘텐츠의 경우 성경을 문자적으로 그리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사회에 접근하기 위해 선교적 디딤돌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와 성경 교육 프로그램을 혼동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다만 목회자와 교회학교 교사들은 이 영화를 본 성도들과 교회학교 아동들에게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성경의 기본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살피고 교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기독교 미디어 콘텐츠가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도 성경 교육을 온전히 대체할 순 없다. 이걸 잘 헤아리는 것도 목회 현장에서 교역자들과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임무라고 본다. ‘킹 오브 킹스’가 우리 사회에 일으킨 선한 영향력이 이런 논란으로 쉬 사그라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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