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특검)팀이 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사태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불가피한 절차라고 했으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급 인사를 대상으로 이례적인 강제수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두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채수근 일병 순직 사건에 연루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아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임을 밝혔다.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두 목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 주변 인물 등 여러 통로를 통해 구명 로비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이유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폭우 피해 지역인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사망한 채 발견된 채 일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아왔다. 그런데 그 후 혐의를 벗는 과정에서 두 목사의 로비 정황이 확인돼 연루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게 특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영훈 목사는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목사는 지난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신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관계 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청탁 등 어떠한 언급을 한 일이 없고, 이 사건과 관련해 목회자나 기타 어떤 분에게도 사건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탁한 일조차도 없으며, 이 사건과 관련하여 관련자나 교인 누구로부터도 기도 부탁받은 일조차도 없다”라며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이 목사 측 법률대리인인 강찬우 변호사도 특검이 압수 현장에서 변호인의 참여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날을 세웠다. 강 변호사는 같은 날 낸 입장문에서 특검 압수 수색팀 7명이 지난 18일 이 목사의 주거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당시 혼자 있던 이 목사의 배우자에게 남편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하게 막은 점을 문제 삼으며 명백한 위법 과잉 수사라고 반발했다.
이 목사 측이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는 가운데 특검팀이 두 성직자를 대상으로 이례적인 강제 압수수색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무리 관련 정황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도자급 목사를 대상으로 현장 압수수색에 나설 때는 무언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일각에선 두 목사의 정치적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김장환 목사의 경우 교계에서 손꼽히는 친미 인사인 데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이 이번 압수수색에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어디까지나 정황과 추측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로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특검팀이 두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 경위를 구명 로비 정황을 밝히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 이상 구체적인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사태를 예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두 목사가 ‘구명 로비’에 실제 관여했는지를 떠나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도자급’ 인사를 대상으로 특검이 이례적으로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종교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헌법의 ‘종교의 자유’와 연결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성역으로 구별되온 예배당 안에 들어와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점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파괴했다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나경원 국회의원도 이점을 지적했다. 나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두 영적 지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며 “이재명 정권의 3대 특검이‘야당 말살’에 이어 ‘자유 신앙세력의 말살’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관련 당사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밝히기 위한 적법한 절차라는 게 특검팀의 공식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잉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로비 정황을 수사하면서 교회 안에까지 무단으로 들어와 압수수색을 한 건 일부러 성역을 욕보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납득이 안 된다.
문제는 이런 교회 성역 침탈 행위가 현 정부 들어 처음 벌어진 게 아니란 점이다. 지난 5월엔 부산경찰청 소속 형사들이 부산 세계로교회를 전격 압수 수색했다. 지난 6월에도 똑같은 압수수색이 운정참존교회에서 있었다.
두 교회 목회자 모두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는 등 보수 성향의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교계 안팎에선 현 정부의 수사 흐름이 특정 정치 세력과 연계된 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만약 이런 기류가 단순히 개인의 혐의 여부를 넘어 특정 정치 세력에 가담한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무언의 경고 성격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정치적 반대 세력과 신앙 양심 세력의 입을 봉해 비판과 견제를 제거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위법한 일이 있었다면 종교인이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그건 위법 행위에 국한될 사안이지 개인의 정치적 성향, 즉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는 건 다른 문제다.
일련의 사건이 새 정부 들어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걸 우연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만약 주어진 권력을 특정 정치 세력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권력을 남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는 성역 침탈 행위에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 오늘 사태의 근본 원인이란 지적을 전체 구성원 모두 마음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