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비바람이 부는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대합실 출도착 상황판에 항공기 지연과 결항 운항 안내가 떠 있다
강한 비바람이 부는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대합실 출도착 상황판에 항공기 지연과 결항 운항 안내가 떠 있다. ©뉴시스

9일 오전부터 제주 전역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육상과 해상, 하늘길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강풍과 폭우가 이어지며 고립 사고와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대거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제주 전역이 하루 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기상청은 이날 정오를 기해 제주도 전역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를 모두 해제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산지와 동부, 남부 중산간 지역에는 호우경보가, 나머지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으며, 시간당 30~50mm의 폭우가 퍼붓는 등 기상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

한라산 산지에는 200mm를 훌쩍 넘는 강수량이 기록되며 기상청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오후 1시 45분 기준 주요 관측 지점별 강수량은 진달래밭 230mm, 성판악 187.5mm, 윗세오름 182.5mm, 한라산 남벽 180.5mm 등으로, 대부분의 지점에서 큰비가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사제비와 영실, 삼각봉, 어리목 등 다른 산간 지역도 100mm 이상의 강수량이 집계됐다.

비와 함께 강풍도 위협적으로 몰아쳤다. 특히 한라산 삼각봉에서는 순간적으로 초속 33.2m에 달하는 강풍이 관측돼, 이는 사실상 태풍급 위력에 해당한다. 도심을 포함한 제주 전역에서도 초속 20~25m 안팎의 바람이 계속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불안에 떨었다.

기상 악화에 따라 도내 곳곳에서는 안전사고도 발생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까지 총 5건의 사고가 접수됐다. 오전 11시 7분경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인근에서는 70대 남성이 고사리를 채취하던 중 갑자기 불어난 물로 인해 도로가 잠기며 고립됐다. 이 남성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며 큰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이보다 앞선 오전 7시 8분경 제주시 이도1동에서는 강풍에 의해 쓰러진 공사 자재가 건물 출입구를 막으면서 내부에 있던 사람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역시 119 신고로 구조가 이뤄졌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는 나무가 쓰러졌고, 제주시 일부 상가에서는 어닝과 현수막 등이 바람에 날려 소방당국이 긴급 안전 조치를 취했다.

기상 상황이 악화되자 하늘길과 뱃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으로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중 총 94편이 결항됐다. 이 중 출발편은 45편, 도착편은 49편이었다. 결항은 사전에 안내된 경우가 많아 공항 내 대규모 체류객 발생은 없었지만, 제주를 빠져나가려던 이용객들의 불편은 불가피했다.

제주공항은 이날 기상 악화로 인해 비정상 운항이 계속되자 체객지원 단계 ‘주의’를 발령하고 자체 대책반을 구성해 지원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여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안내 방송과 인력 배치가 이루어졌으며, 대체 항공편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

해상 교통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주항 여객터미널에 따르면 이날 연안항 제2부두에서 출항 예정이던 완도행 송림블루오션호(오전 8시)와 진도행 산타모니카호(오전 11시, 오후 4시)는 모두 높은 파도로 인해 결항됐다. 또한 국제항 제7부두에서 오후 4시 출항 예정이던 골드스텔라호 역시 운항이 취소됐다.

이날 제주를 강타한 폭우와 강풍은 계절 전환기 한반도를 통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당분간 제주를 포함한 남부지방에 간헐적인 비와 돌풍이 동반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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