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대학가로 번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 선언 열기가 서울에 소재한 대표적인 교단 신학대로 옮겨지는 양상이다. 시국 선언에 참여한 신학대들이 한국교회에서 가장 규모와 비중이 큰 교단 소속의 신학대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신학생들의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은 지난달 17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재학생들이 교내에 두 간의 대자보를 게재한 것을 필두로 지난달 27일 고신대 학생들의 부산 75광장 집회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로 다른 신학대의 동참 소식이 한동안 뜸했다.

그러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신학대생들의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 교단 소속의 총신대와 예장 백석 교단의 백석대 신대원이 지난주 연이어 시국 선언을 한 데 이어 오는 12일 예장 통합 측 교단의 장로회신학대학 학생들의 시국 선언이 예고됨으로써 각 신학대 학생들의 탄핵 반대 목소리가 마치 봇물 터지듯 확산하는 기조다.

총신대 학생들은 지난 6일 서울 총신대 사당캠퍼스 정문 앞에서 ‘헌법을 파괴하는 사기 탄핵 규탄한다’라는 제목으로 시국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반 대학교 학생들이 앞다퉈 시국선언을 개최하는 데 신학대가 잠잠한 것에 자극을 받아 총신대가 나서게 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현 탄핵정국은 기독교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선 체제 전쟁”이라며 “내가 죽고 불의에 목소리를 내야 나라가 산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총신대생들의 시국 선언 기자회견장엔 신학생뿐 아니라 나이 지극한 선배 목회자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27일 합동측 증경총회장단의 회장 자격으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는 김선규 목사가 기도 순서를 맡은 건 의미가 있다. 또 총신대 서요한 명예교수와 신대원 졸업생 이순종 목사 등 동문들까지 참여했다는 점에서 현 시국에 대한 교단 내 엄중한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백석대 신학대학원생들도 서울 방배역 사거리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이라는 주제로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늘 대한민국에 닥친 위기를 ‘자유민주주의’ 체제 붕괴 직전의 상황으로 인식하고 “자유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하려고 의회 독재의 칼을 휘두르는 이들이야말로 독재자요 내란 수괴”라고 주장했다.

장신대 재학생들은 오는 12일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당초 교내에서 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학교 측이 허락하지 않아 교문 밖에서 집회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부 교수가 나서서 학생들의 탄핵 반대 시국 선언 집회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수는 학생들이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참여 학생들의 명단을 다른 교수들에게 무단으로 공개하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징계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다른 걸 다 차치하고라도 시국 선언 집회 참여 학생들의 명단을 입수해 교수평의회 단체 채팅창에 이를 공개한 건 신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로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행위다. 학생들의 집회를 의도적으로 방해할 목적이 아니라면 누가 감히 이런 ‘밀고’를 감행하겠나. 또 집회에 있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가 하면 다른 교수들에게 집회 참여 학생들에 대한 지도를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지도 수준을 넘어 강압의 의도가 의심될 정도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집회를 공공연하게 방해하고, 이를 교수 채팅창 등을 통해 알려 주의를 주도록 한 건 단순한 지도의 차원을 넘은 억압 행위로 비친다. 집회 장소가 교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부인 참여 불가’를 못 박고, 이를 어기면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협박이나 다름없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 뿐 아니라 고등학생까지 정치 참여를 허용하는 나라에서 신학대 교수가 대체 무슨 근거로 학생들의 집회를 강제하려 드나. 더불어민주당이 일반 국민의 카톡을 검열하겠다고 협박해 비난이 쏟아진 것과 다르지 않다.

장신대 교수들은 지난해 12월 13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즉각적인 탄핵과 직무 정지를 요구한 바 있다. 교수들이 대통령 탄핵을 공개 지지하는 건 상관없고 학생들의 탄핵 반대 시도를 문제 삼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고 논리인가.

지금 대학가에 번지는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은 과거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해 몸부림쳤던 청년세대의 각성과 매우 흡사하다. 과거 젊은 세대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면 지금은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화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체제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 대학가의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이 각 신학대로 번지고 있는 건 단순히 대통령에 대한 찬반 의사로 국한할 수 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가 비로소 알아챘다는 것과 함께 세상을 깨우는 신앙적 결단이란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탄핵 반대 집회 대부분은 기독교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건 기독교인들이 각성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정의를 위해 행동에 나설 때 하나님이 역사를 바꿔주실 것이란 기독교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교회 목회자들은 종북·친중 무신론 공산주의 세력과 결탁한 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데도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세상이 무너져도 하나님이 교회만은 보호하실 거란 믿음 때문일까. 하나님은 불의한 자들과 대적해 싸우라고 하셨지 적당히 타협하고 침묵하라 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만일 이 사람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눅19:40)는 말씀처럼 신학생들이 들고일어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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