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숙자총연합회 노숙자 무료 라면 급식
올해 75세로 30여년 전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은규 씨 ©김진영 기자

올해 75세로 30여년 전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은규 씨. 소위 노숙자인 그는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 씨의 두 다리는 그 합병증으로 퉁퉁 부어 있는 상태. 그런 그가 언 몸을 잠시 녹이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때는, 사단법인 한국노숙자총연합회(총재 김호일 목사, 대표회장 이주태 장로)가 매주 화·목요일 운영하는 무료 라면 급식 시간이다.

“세상이 저를 받아주질 않아서…”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에 있는 라면 급식소에서 만난 이 씨는 어떻게 노숙자가 되었는지 묻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많은 사연이 묻어 있었다. 오랫동안 길거리에서 지내온 이 씨가 그나마 편하게 몸을 쉴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교회라고 한다. 그곳에서 예배도 드리고 추운 겨울엔 교회에서 제공하는 곳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이 씨는 “세상은 늘 변하지만 예수님은 변함이 없으시다”고 수줍은 듯 말했다.

한국노숙자총연합회 노숙자 무료 라면 급식
이 씨의 다리는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해 퉁퉁 부어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노숙자총연합회는 이렇게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로 라면을 제공하고 있다. 약 5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라면 급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노숙자들이 종로에 있는 라면 급식소를 찾아 잠시나마 쉼과 안식을 얻었다. 이곳에선 노숙자들이 직접 라면을 끓이고, 식사 후에도 각자 그릇을 씻는다.

그렇다고 라면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10여 가지의 반찬도 있고, 여러 곳에서 후원한 각종 음식들이 때마다 노숙자들을 위해 마련된다.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라면을 함께 끓여 먹으며 서로 대화도 나누는 가운데 동병상련을 경험한다.

무료 라면 급식이 5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한국노숙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이주태 장로의 역할이 컸다. 이 장로는 사비를 털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그의 이런 헌신이 아니었다면 노숙자 라면 급식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급식소 봉사자들의 한결같은 증거다.

이 장로는 교계에서 오랫동안 원로목회자들을 섬겨온 인물이다. 원로들에 대한 그의 이런 마음이 어쩌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숙자들에게도 자연스레 이어졌다고 한다. 이 장로는 “주님께서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 사회에서 노숙자들만큼 작은 자들이 또 누가 있겠나. 그래서 이들을 위해 따뜻한 라면이라도 한끼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급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라면 급식소를 찾는 노숙자들이 모두 기독교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의 마음에 기독교는 좋은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다. 이 장로는 라면 급식소가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한국노숙자총연합회 노숙자 무료 라면 급식
한국노숙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주태 장로(오른쪽)가 설 명절 전 라면 급식소를 찾은 한 노숙자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쇼핑몰을 운영하다 어려워져 가정에 불화가 생겼고, 그 때문에 집을 나와 2년 6개월 정도 노숙 생활을 했다는 라면 급식소 오성훈 총반장. 지금은 노숙 생활을 청산하고 새 삶을 시작했다는 그는 노숙자로서의 아픔을 잘 알기에 그들을 위한 급식소에서 봉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교회는 다녔지만 신앙이 깊지 않았다는 그는, 노숙 생활을 통해 예수님을 조금 더 가까이 만났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오 반장은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노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밥이나 라면 한끼라도 제공해주는 곳들 중 하나가 교회”라며 “저 역시 노숙 생활을 통해 노숙자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한때나마 동고동락했던 노숙자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라면 급식소에서 봉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노숙자총연합회 노숙자 무료 라면 급식
한국노숙자총연합회 노숙자 무료 라면 급식 봉사자들. (왼쪽부터) 문형봉 장로(기획국장), 이주태 장로(대표회장), 김마리 목사(사무총장), 형광희 목사(자문위원), 양창부 목사(고문) ©김진영 기자

한국노숙자총연합회 고문을 맡고 있는 양창부 목사(92, 한국원로목자교회 담임)는 “한국노숙자총연합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노숙자 단체”라며 “저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노숙자가 되신 분들인데 알고 보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다. 조금만 도와주면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실 수 있는 분들”이라고 했다.

양 목사는 “노숙자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이젠 사라져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국노숙자총연합도 그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돕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회장 이주태 장로는 “한국노숙자총연합회는 노숙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 그들이 새 삶을 살도록 돕고 있다. 무엇보다 노숙자들이 예수님을 만나 구원받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비록 작은 봉사이지만 라면 한끼가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이 무료 급식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사단법인 한국노숙자 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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