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오래 전, 성경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절을 하나 발견했다. 엡 3:14-17절 말씀이다.

“이러므로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 그의 영광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희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시옵고.”

이중 어느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일까? 성경을 강의할 때마다 학생들과 목회자들에게 엡 3:14-17절을 읽어준 후에 어색한 데가 어딘지를 물어본다. 놀라지 마시라.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질문해보았으나, 지금까지 맞춘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그것은 거의 모든 이가 성경을 읽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읽는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성경을 읽으면 의문스러운 문장이 딱 떠올라야 한다. 그렇다. 언제나 질문할 내용을 잘 포착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시옵고.” 이 문장이 이해가 가질 않아야 한다. 어째서 말인가? 이 구절은 바울이 중생한 에베소 교인들에게 쓴 편지이다. 중생한 그리스도인의 마음속에는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중생한 그리스도인 마음에 계시면 좋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스도가 마음에 계셔야 성도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이유로 바울은 에베소 성도들 마음에 그리스도가 계시면 좋겠다고 한 것일까?

적어도 이런 질문과 의문이 하나 정도는 터져 나와야 성경 읽는 자의 자세로 합당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교역자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가로저을 뿐 답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신학교에서 원어 성경을 배우면서 정확한 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헬라어에 ‘거하다’라는 뜻을 가진 두 개의 동사가 있다. 하나는 ‘파로이케오’(παροικέω)이고, 다른 하나는 ‘카토이케오’(κατοικέω)이다. 둘 다 똑같이 ‘거하다’(계시다)란 뜻을 갖고 있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파로이케오’라는 단어는 ‘나그네로 어떤 집에 잠시 머무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카토이케오’라는 단어는 ‘주인으로 그 집에 영구히 거주하면서 그 집을 다스린다’는 뜻을 가진다.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시옵고”라고 할 때 “계시게 하시옵고”에 사용된 헬라어는 ‘파로이케오’가 아니라 ‘카토이케오’이다.

즉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마음에 영접한 사람은 그리스도께서 손님이나 나그네로 계시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주인으로 계시면서 다스리시고 통치하시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수님이 당신의 집을 가끔 방문하시는 손님이신지 아니면 늘 함께 거하시는 집의 주인이신지 스스로 점검해보라.

‘로버트 멍어’(Robert Boyd Munger) 목사가 쓴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처럼 ‘우리 마음은 그리스도의 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마음은 그리스도께서 집을 삼으시고 계시면서 다스리시고 통치하시는 곳임을 늘 기억하고 살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때의 일이다. 여왕은 이따금씩 가난한 백성들의 집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음식을 나누며 대화하곤 했다. 하루는 어느 독실한 그리스도인 과부의 집에 들어가서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부의 신앙이 뛰어남을 알고 있었던 여왕은 이 여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의 집을 방문했던 이들 중에 가장 명예로운 손님은 누구였소?” 과부는 지체하지 않고 “예, 바로 여왕이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예수님이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여왕은 조금 실망스러워 다시 물었다. “혹시 당신 집을 방문했던 가장 명예로운 손님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닐까요?”

그러자 과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결코 이 집의 손님이 아니십니다. 그분은 항상 저와 함께 여기에 살고 계시는 '이 집의 주인'이십니다.”

예수님을 당신 집의 손님으로 가끔씩 방문하게 하고 있는지, 아니면 당신 집의 주인으로 늘 모시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자신의 영적 상태를 한 번 진단해보라. 그리스도께서 오늘 당신의 마음에 주인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계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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