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 지 3주째다.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 우리 일상에도 큰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방역 당국이 지난달 30일부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바꾸면서 대중교통과 병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든 안 쓰든 개인의 자유가 됐다. 그런데도 실내는 물론이고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대부분이다. 마스크 자율화가 일시에 마스크를 벗는 게 아니라 당분간은 더 쓰는 게 낫다는 자기 보호 심리 탓이다.

교회만큼 실내마스크 해제를 기다려 온 곳도 드물다. 예배 시 기도와 찬송가를 부를 때, 특히 성가대의 경우 마스크를 쓰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마스크를 쓴 채 예배를 드리는 게 경건한 예배자의 자세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자율화가 되고 나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예배드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실 실내마스크 해제조치가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역 당국도 코로나19에 빼앗긴 일상의 ‘불편’을 ‘간편’으로 돌려주려고 서둘러 결정한 감이 없지 않다. 아직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교회는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처지다. 주일예배에는 교인들이 원근 각지에서 정한 시간에 한 장소에 모인다. 큰 교회라면 예배 시간과 좌석 간격을 조절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작은 교회의 사정은 다르다. 추위가 누그러지면서 그동안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던 교인들까지 나오게 되면서 감염의 위험도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겨울철과 환절기에 유행하는 독감과 감기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특히 교인 중에 노인과 기저 질환자는 상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예배를 나이와 건강 정도를 따져 제한할 순 없다. 그러니 교회로서는 쓰면 불편하고 안 쓰자니 걱정되는 마스크 ‘딜레마’가 고민이다.

일부 교회는 지난 주일 주보에 “주일과 주중 예배(새벽기도회,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시 건강과 안전, 그리고 배려의 마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 문구를 넣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많은 교회가 마스크 쓰기 자율화를 반기면서도 보수적인 행동을 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 일부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교회 공동체 전체가 입은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이런 트라우마를 겪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문재인 정부 시절의 방역정책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정부가 모든 종교시설에 내린 조치였지만 기독교회가 입은 내상은 유독 크고 깊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8월 교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 주지는 못한다”며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고 했다. 정부의 조치에 잘 협조해 달라는 의미였겠지만 현장에 있던 교계 인사들에겐 윽박지르는 것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이면 감염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건 상식이다. 교회는 주일예배 외에도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성가대 연습, 구역모임 등 모임이 잦다 보니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니 주일예배 외에 여타 모임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자제하는 게 맞다.

문제는 주일예배다. 주일예배를 드리러 오는 교인들에게 교회에 나오지 말라는 건 교회가 더 이상 교회의 구실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당국이 예배를 완전히 금지한 건 아니지만 인원수를 제한하고 비대면 예배라는 변칙을 유도해놓고 과학방역이란 구실을 댈 순 없다. 더구나 정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교회까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폐쇄조치까지 한 게 무슨 과학방역인가.

샬롬나비도 지난 13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샬롬나비는 “3년 전 초기 정치방역의 실패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반성으로 과학적 방역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있어서 과학방역이 아닌 정치방역으로 인한 방역 실패는 앞으로 다시 이런 대규모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뼈아픈 반성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코로나19의 아픈 기억을 잊고 교회 회복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라는 수렁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으로 골병이 든 중환자나 다름없다.

어느덧 비대면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교인들이 아직도 교회에 나오는 걸 망설이고 있다. 마스크 쓰는 게 불편하다가 어느덧 ‘익숙’해진 것처럼 잘 나가던 교회를 안 나가게 된 게 ‘익숙’이란 말로 다 설명이 될까. 그건 코로나19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마스크가 호흡기를 보호하는 용도라면 예배는 성도의 영적 호흡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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