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어촌교회의 모습
한 농어촌교회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기독일보 DB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장 권오헌 목사, 이하 예장 고신) 제72회 정기총회에서 통과된 헌법 개정안은 교단 역사 최초로 ‘목회대물림’ 관련 조항을 담고 있다. ‘위임목사 또는 전임목사가 은퇴할 시 그 자녀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제5장 목사 제50조 목사의 청빙 제5항)는 것인데, 일각에선 후임 목회자 청빙이 쉽지 않은 자립대상(미자립)교회 등 일부 예외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9월 20일부터 2박 3일 간 부산 포도원교회에서 열렸던 정기총회에서는 헌법 개정안이 상정돼 총대들의 동의로 통과됐다. 통과된 개정안은 내년 봄 노회 수의 절차를 거쳐, 각 노회원의 3분의 2 찬성을 얻으면 내년 제73회 정기총회에서 정식 채택된 후 개정이 확정된다.

특히 개정안에 담긴 목회대물림 관련 조항에 대해 후임목회자를 청빙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자립대상교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립대상교회의 경우 담임 목회자들은 은퇴를 앞두고 그 자녀가 목회 후보생이라면, ‘고육지책’으로 ‘목회대물림’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2월 신설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헌법 제28조 6항은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아래 각호(①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등)에 해당하는 이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단 자립대상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따로 단서를 붙였다.

교단마다 상이하나 자립대상교회는 연간 교회 예·결산 기준으로 농어촌은 2000만 원, 중소도시는 2500만 원, 대도시는 3000만 원 이하일 경우 해당한다.

실제 예장통합 측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영남 지역 15개 노회 소속 농산어촌 교회 221곳의 목회자를 상대로 실시한 ‘동부지역 농산어촌 목회자 및 교회 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 목회자의 월 사례비는 절반 이상(54%)이 15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6일 이 설문조사를 공개한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사례비가 아예 없거나 99만원 이하인 경우가 전체 농어촌 목회자의 39%나 된다”며 “농어촌 목회자들의 열악한 경제적 형편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자립대상교회들은 후임 목회자에게 충분한 사례비를 제공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사명감’ 하나로 자립대상교회를 맡아 줄 ‘후임 목회자’를 물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예장 고신 소속 진리와제자교회 담임 김진성 목사는 “내가 아는 한 작은 교회 담임 목회자는 교인 대부분이 노인이고 헌금도 들어오지 않는데다, 은퇴 이후 후임 목회자를 찾지 못해 결국 교회 문을 닫았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80% 이상을 차지하는 작은 교회들이 임대료를 내기도 빠듯하고, 헌금 수입은 거의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생계 문제’를 책임져야 할 후임 목회자에게 사례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채 무작정 부임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때문에 “작은 교회 담임목회자는 은퇴 이후 목회자 후보생인 자녀가 후임 목회자로 부임해주기만 한다면, 작은 교회는 존속될 수 있기에 무척이나 감사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대물림 금지를) 교단 헌법에 따라 모든 교회에 일괄 적용해선 안 된다”며 “주요 교단들이 큰 규모의 교회만 바라보고 ‘목회 세습 불가론’만 말할 것이 아니라, 여러 유형의 교회가 존재하는 한국교회의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장고신 제72회 총회
올해 제72회 예장고신 총회에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투표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기독일보DB

예장 고신 헌법개정위원회(헌개위) 위원장 김세중 목사는 “원래 헌개위에서 ‘목회대물림은 절대 불가’로 상정됐으나 교단 내 여러 갑론을박이 있어, ‘목회대물림은 안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다소 수위를 낮춘 합의안이 도출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말은 우리 고신 교단은 목회대물림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농어촌교회 등 각자 교회 형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에, 각자 당회 결의대로 (목회대물림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헌개위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목회대물림 금지 조항’에 대해 농어촌교회 등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로부터 많은 걱정과 문의 사항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말해 ‘목회대물림 금지’ 조항은 고신 교단 내 모든 교회에 적용되는 교단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하나의 원칙 사항”이라고 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예장고신 #목회대물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