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주단소재 보관장을 시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주단소재 보관장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가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성공한 가운데, 원전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체코와 폴란드 등을 향한 본격적인 원전 세일즈를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이집트 카이로에서 3조원 규모의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이다.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는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수주한 원전 건설 사업이다.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엘다바 지역에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00억 달러(약 40조원)을 들여 1200㎿(메가와트)급 러시아 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한다.

한수원은 JSC ASE와의 계약으로 2023년부터 2029년까지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시공 등 총 사업비 3조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원자로는 JSC ASE가 맡는다.

정부는 이번 수주 성과를 바탕으로 체코와 폴란드 등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체코, 폴란드 등에 '원전 세일즈'를 벌인 바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비슷한 시기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 기업과 '팀 코리아'(Team Korea)를 꾸리고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체코와 폴란드를 방문했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원전 건설 일부만 참여하지만 체코와 폴란드에는 한국형 원전(APR-1400)을 수출하는 만큼 사업 규모도 크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경쟁하고 있는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을 투입해 1200메가와트(㎿) 이하급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예정이며, 3기의 추가 원전 건설도 검토 중이다.

국비를 투입해 건설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우리가 진출하기에 가장 유력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원전의 세계 최저 수준 건설단가와 시공 능력 등을 통해 유리한 입지를 다졌다는 평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단가는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주요 경쟁국인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프랑스(7931달러)에 비해 많게는 2배 이상 낮다.

또 환경이 척박한 사막 지역에 지어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과 안정성, 공기 준수 등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체코 측도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경쟁하고 있는 폴란드는 약 40조원을 투입해 2033년 신규 원전 1기 운영을 시작으로 2043년까지 6기의 원전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폴란드 정부는 한국, 미국, 프랑스를 대상으로 원전사업 제안을 요청했고, 한수원은 지난 4월 폴란드 기후환경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수주전에 돌입했다.

원전 사업은 특성상 고위급의 세일즈 외교와 함께 전기차·배터리·수소 모빌리티와 같은 첨단산업 협력, 공항 등 인프라 구축, 문화 사업 등 다양한 협력이 동시에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폴란드의 경우 K2 전차와 K9 자주포 체결 소식 등으로 방산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계기로 원전 협력까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주는 원전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해당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인프라·문화 협력 등도 연계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400㎿ 규모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도 예정돼 있어 우리에겐 호재다. 사우디의 스마트 시티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 시티'와 관련해 양국간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사우디가 이란의 핵개발 견제를 이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하고 있어 미국이 원전 수주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체코, 폴란드 외에 사우디도 원전 건설을 노력하고 있고, 우리도 어떤 형태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미국이 가지는 관심과 내용의 정도가 이집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더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수주에서 만들어진 정책 동력을 계속 이끌어가기 위해 원전수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최근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남아공, 필리핀, 카자흐스탄, 영국, 사우디 등 8개 원전수출 지원공관을 지정했다. 이를 통해 원전 수출을 위한 외교적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이달 원전 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추진위)로 격상해 출범했다.

위원회는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며 9개 관계부처 차관급과 공공기관·산업계·학계·민간 전문가 등 30여명의 최고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산업부는 추진위를 중심으로 사업자 선정이 가까워지는 국가들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한국형 노형 수출과 기자재 수출, 운영·서비스 수출 등 수출 다각화를 통해 국가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수주전략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집트 원전 건설에 참여하면서 이집트 외에 유럽 등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모멘텀(동력)을 확보했다"며 "이번 수주가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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