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현지 시간)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여성의 헌법상 낙태 권리를 인정한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반세기 만에 뒤엎은 것으로 일부 여성의 무분별한 낙태에 제동을 건 생명존중 판결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현지 크리스천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다수 의견을 작성한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을 비롯, 6명의 대법권이 “낙태와 같은 권리를 암묵적으로 보호하는 어떤 헌법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의 폐기에 찬성했다. 반면에 스테픈 브레이어 대법관 등 3명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이 사실상 낙태를 합법화했던 지난 1973년의 판결을 파기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낙태를 공식적으로 불법화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 연방대법관 다수가 임신중지 선택이 헌법상 권리로 인정될 게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주지사와 주 의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성격의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은 각 주(州) 정부 및 의회로 넘겨지게 된 셈이다.

당장 각 주(州)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보수 성향이 강한 13개 주가 이미 낙태가 불법임을 선언했다. 이들 주는 의학적인 태아 이상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주 법률의 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켄터키, 루이지애나, 사우스다코타는 이미 대법원의 판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낙태를 불법화하는 ‘트리거 조항’을 발동하기도 했다.

반면에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워싱턴, 뉴저지주 등은 일제히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하는 주 법률을 통과시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들 주는 낙태를 금지한 다른 주에 거주하는 낙태를 희망하는 여성을 돕기 위한 이른바 ‘원정 낙태 지원’에도 나설 태세다.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으로 미국 내 정치·사회적 충격파는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고 비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승리”라고 맞받아친 데서 보듯 이번 결정이 미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핵심 이슈였기에 향후 정치적 일정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부를 게 뻔하다.

이번 판결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신들은 미국이 낙태 문제를 둘러싸고 사실상 둘로 쪼개졌다고 할 정도로 분열이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가 다가올 미 대통령 중간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세 대결로 이어질 거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미국 내 기독교계도 보수, 진보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크리스천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전미복음주의협회(NAE) 회장 월터 김 목사 등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은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며 잉태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생명은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하고 지지한 반면, 진보적 인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3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이후 낙태법 개정 입법 자체가 ‘올스톱’된 우리나라에 하나의 ‘경종’이 될 수 있다. 당시 헌재는 “자기 낙태죄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으나 현행 ‘모자보건법’은 부모가 유전병이 있거나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등인 경우로 낙태 사유를 제한하고 있어 처벌규정만 사라졌을 뿐 결코 낙태를 합법이라 할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임신 주차에 따른 낙태 기준을 정한 정부의 법률 개정안이 1년 7개월째 발이 묶여 있다. 후속 보완 입법이 없다 보니, 여성은 물론 산부인과 의사들도 가이드라인 없이 무작위로 수술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계는 헌재가 낙태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한 이후 지난 3년 동안 법과 의료체계 밖에 방치된 위험한 낙태의 무법천지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후속 법률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행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낙태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측면에서 볼 때 후퇴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인간 생명을 함부로 죽이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도 생명을 박탈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대신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인권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 여성의 배 속에 있는 생명을 마음대로 해할 권리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은 “우리 모두 태아였지 않았는가? 모든 이목구비를 갖추고 심장이 뛰며 손가락을 빨며 발을 움직이는 인간 생명을 처참히 죽이는 것이 진정 인간으로 할 수 있는 도리인가?”라고 반문하고 “그 어떤 동물도 낙태하지 않는데 유독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낙태하는 이 안타까운 상황이 이제 막을 내리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미국에서의 낙태법 찬반이 중간 선거에서의 세 결집 등 정치적으로 번지는 건 3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낙태법 개정안에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힘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낙태는 살아있는 모든 이들의 생명존중에 관한 문제이지 정파적 이해관계에 치우칠 문제가 아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러 오셨다. 그것이 한국교회가 아무 힘없이 죽어간 태아들의 비명과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분명한 이유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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