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밥퍼 측이 허가 신청 안 해”
서울시 “토지사용승인 없이 무단 증축”
밥퍼 “11년 동안 아무 말 없다 이제 와”

밥퍼나눔운동본부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 있는 밥퍼나눔운동본부 건물의 모습. ©뉴시스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의 무료급식 사역이 위기를 맞았다. 최근 서울 청량리 밥퍼 건물의 증축 공사가 중단되면서다.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는 “무단 증축”이라는 이유로 고발까지 한 상태다.

밥퍼 측은 지난 약 11년 동안 이 건물을 사용해 오다 지난해 7월 경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임시 가건물로 시설이 낡고 협소해 안전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초 지난해 10월 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문제는 증축에 대한 법적 절차였다. 건축허가권을 가진 동대문구청의 한 관계자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밥퍼 측이) 증축에 대한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청 자체가 없었으므로 허가 여부를 판단할 일도 없었다는 것. 또 서울시 측에 따르면 부지사용승인도 없었다.

그러나 밥퍼 측은 그간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던 곳에 대해 지차체가 갑자기 법적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밥퍼 측이 현재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건 지난 2009년. 당시 지자체에서 건물 허가에 대한 어떤 요청도 없었다고 한다.

밥퍼 관계자는 “약 11년 동안 그 공간을 사용해 왔는데 이제 와서 허가신청을 하라는 건 부당하다”며 “노숙자 무료급식은 원래 관이 해야 할 것을 민간이 대신했던 것인데, 그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고발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써가며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정부 부처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허가를 받든 원상복구를 하든 위법 사항이 해소되면 언제라도 고발을 취하할 생각”이라고 했다. 양 측은 17일 이 문제와 관련해 면담했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일도 목사 “서울시장 공개 사과 등 있기 전까지 면담 안 할 예정”

한편, 다일공동체는 17일 이에 대한 두 번째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사용 중인 밥퍼 건물은 2009년 서울시의회의 건의로 서울시와 동대문구청의 협의로 지어져 11년을 넘게 사용했고, 다일공동체는 현재 건물의 건축에 대해 관계부처에 어떠한 요청도 하지 않았고, 관계부처는 밥퍼 건물에 대해 어떠한 행정절차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건축 허가권자(동대문구청장)가 하라고 한 건축을 순수 민간인들의 헌금을 모아 건축을 했는데 칭찬과 격려는 고사하고 난데없이 불법 건축으로 고발을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일공동체는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원만하고 조속한 해결을 간절히 원한다”며 “봉사하고 일하는 저희를 위해서가 아닌 이 혹독한 상황 속에서 오늘도 코로나보다도 배고픔이 무섭고, 배고픔보다도 외로움을 참기 힘들다고 호소하시는 무의탁 어르신들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최일도 목사는 17일 자신의 SNS에 “서울시장의 공개 사과와 관련 공무원의 문책이 있기 전까지 오(세훈) 시장님과 면담은 안 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일에 대해 교계 한 관계자는 “밥퍼 측이 무슨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지 선한 일을 하다가 발생한 것인데 서울시가 고발까지 한 것은 자니친 것으로 보인다”며 “상호 간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일공동체는 1988년 서울 청량리역 라면 나눔 밥상공동체로 시작했다. 라면에서 밥으로 무상급식을 전환한 것은 1990년이다. 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1개국 21개 분원에서 △밥퍼·빵퍼(급식지원) △꿈퍼(교육지원) △헬퍼(의료지원) △일퍼(자립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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