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윤호중)가 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8명의 진술인이 나서, 미리 국회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각각 의견을 개진했다.

8명은 정현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연취현 변호사,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음선필 홍익대학교 법대 헌법학 교수, 김혜령 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기독교윤리전공) 교수, 최안나 산부인과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다.

현재 낙태죄와 관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정부를 비롯해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상태다. 이중 현재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임신 14주 이내 낙태 허용 △15~24주 낙태 허용 요건 중 ‘사회·경제적 사유’ 추가를 골자로 하는 정부안이다.

진술인 4명, 정부안에 반대하며 생명권에 무게

이 정부안에 비교적 분명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무게를 둔 진술인은 4명으로 이흥락·연취현 변호사, 음선필 교수, 이필량 이사장이었다.

낙태법 공청회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왼쪽)와 연취현 변호사 ©국회방송 영상 캡쳐

먼저 이흥락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고,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침해 행위”라며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태아를 적극적으로 죽일 권리가 자기 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러면서 정부안에 대해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임신 6주)된 후에는 거의 모든 태아(95~98%)가 만기까지 성장하여 출산에 이른다”며 “태아의 심장 박동은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 출생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한 의학적 지표이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임신 14주가 아니라, 생명의 징표가 확연하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시점으로 앞당겨 이 후에는 낙태를 허용하지 아니하도록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회·경제적 사유’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며 “생활의 전 영역을 포괄할 수 있어 외연이 분명하지 못하다”고 했다. 또 “헌법상 법치국가적 요청인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위헌성을 지닌다”고도 덧붙였다.

연취현 변호사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여성들의 임신중절 시기는 대부분 임신 초기에 이루어진다”며 “의학적 이유 혹은 생명윤리적인 이유에 비추어 보더라도 낙태가 허용되는 시기는 가능하면 단기간 이내, 최대 10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그 역시 “명확하지 않은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낙태를 허용하는 사유로 삼기에 부적합하다”고 했다.

낙태법 공청회
음선필 홍익대학교 법대 헌법학 교수(왼쪽)와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국회방송 영상 캡쳐

음선필 교수는 “정부안은 사실상 대부분 낙태를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임신중절 시기는 평균 6.4주이며, 6주 이하는 67.4%, 8주 이하는 84%, 10주 이하는 90.7%, 12주 이하는 95.3%로서 대부분 임신 초기에 낙태가 이뤄진다. 따라서 정부안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지나치게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자는, 생명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의미에서, 통상적으로 태아를 생명체로 지각할 수 있는, 즉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될 수 있는 시점(통상 임신 6주)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필량 이사장도 우선 정부안이 임의 낙태 기간으로 제시하고 있는 ‘임신 14주 이내’에 대해 “임신 10주 이후부터 14주 사이의 임신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임신 10주가 되면 태아의 장기와 골격이 많이 형성되기 시작해” 이 기간 낙태 시술에 따른 위험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2018년 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이 인공임신중절을 하는 시기는 거의 90% 정도에서 임신 10주 이내라고 한다. 그러므로 임신 10주를 상한선으로 정해도 대부분의 여성이 아무런 사유 없이도 낙태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진술인 2명만 ‘완전 폐지’ 주장

낙태법 공청회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왼쪽)과 김혜령 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기독교윤리전공) 교수 ©국회방송 영상 캡쳐

반면, 정부안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 위 4명과 같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며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한 진술인은 2명으로, 김정혜 위원과 김혜령 교수였다.

김정혜 위원은 “낙태죄는, 낙태를 ‘장려’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임신을 중단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처벌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라며 “낙태를 줄이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의 비율을 높이려면 별다른 효과도 없는 처벌이 아니라, 다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낙태죄를 두는 것은 여성을 2등 시민의 지위에 묶어두고 여성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데 기여할 뿐”이라며 “임신중단은 온전한 의료행위가 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야 우리는 모두의 생명과 건강을 논할 수 있고, 여성은 비로소 이 나라의 시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혜령 교수는 “원치 않는 임신이나 위험한 임신으로 임신중단을 고려하는 여성에게 ‘태아의 생명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도덕적으로’ 매우 옳은 말 같이 들리지만, ‘윤리신학적으로’ 너무나 원론적이여서 복잡한 인간실존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게 되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법(낙태죄)의 폐지야말로 여성과 태아 모두의 생명과 삶을 실제적으로 더 많이 살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체적이고 윤리적 모성을 확산시키는 일의 진정한 출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타

그외 최안나 간사는 “비의학적 사유의 낙태 허용은 여성의 건강 상 위해가 적은 임신 10주와 현대 의학으로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이 가능한 임신 22주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정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자기낙태죄 좋아인 형법 제269조 1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태법의 목적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낙태를 한 여성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또 정현미 원장은 “정부안이 낙태 허용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배우자 동의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면서도,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에 한하여 상담 및 최소한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한층 접근하였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여성의 건강 보호 측면에서 안전한 낙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요건을 설정한 것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해 대체로 정부안을 긍정하는 편이었다.

8명의 진술 후에는 법제사법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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