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타종교에 비해 기독교(개신교)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기독교와 일반 역사학자들이 이를 함께 논의했다.

한국교회발전연구원(원장 이성희 목사)은 6일 저녁 서울 연동교회 다사랑홀에서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를 주제로 2차 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제자로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와 윤경로 교수(한성대 전 총장, 한국근대사 전공)가 나섰고 논찬자로 주진오 교수(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이은선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한철호 교수(동국대 역사교육과)가 참석했다. 이 중 주 교수와 한 교수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일반 역사학자들이다.

“근대사에서의 기독교 공헌 무시되고 있다”

먼저 박 교수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보면 불교와 유교와 같은 전통종교는 물론, 천주교와 천도교에 대해서도 상당하게 설명하고 있는 반면, 기독교는 그 기원과 발전에 있어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다종교사회에서 공평하지 못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더 큰 문제는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특정종교에 편향되지 않도록 써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어 각 종교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지 않고 단지 산술적 분량만 맞추고 있다는 것”이라며 “근대 이전의 역사를 서술할 때는 시대의 종교적인 특성을 설명하면서도 근대에 와서는 모든 종교를 편향없이 서술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결국 근대사에 등장한 기독교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찬자로 참석한 이은선 교수 역시 이 부분을 비판했다. 그는 “개항 이후 한국이 근대화되어 가는 데 있어 기독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적어도 개항 이후 역사 서술에선 기독교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발제자였던 윤경로 교수도 “기독교가 해방 이후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였던 민주화운동, 인권운동 등에서 단초를 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이런 점에 유념할 때 교과서의 현대사 내용 중 이러한 (기독교의) 역사적 역할이 언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지금의 한국사 교과서가 기독교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아쉬워했다. 

▲기독교와 일반 역사학자들이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기독교 관련 기술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이은선, 박명수, 윤경로, 주진오, 한철호 교수. 맨 오른쪽은 이날 사회를 맡은 장신대 임희국 교수. ⓒ김진영 기자


“집필 과정에 제한 많아… 고의로 차별 않는다”

그러나 현행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인 주진오 교수와 한철호 교수의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기독교만 유독 차별한 적이 없이며, 모든 종교를 고루 다루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오히려 “지금 한국사 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부분이 더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주 교수는 “교과서를 사이에 두고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존재한다. 기독교 아닌 누구라 할지라도 교과서 내용에 모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한국사 교과서는 방대한 역사를 최소화해 만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제약이 있고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가 담길 수 있는 여지도 적다. 고의로 기독교를 차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간 기독교계의 문제제기는 주로 기독교 내에서 진행됐다. 당연히 기독교인의 입장에선 기독교가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다니 공분이 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그건 교과서 발행 시스템의 이해 부족에서 온 오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도 “교과서를 집필하고 나면 누구하나 칭찬하는 사람이 없다. 각계각층에서 불만이 쏟아진다. 교과서가 다양한 집단의 이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며 “그 중에서도 종교와 관련해서 집필자들이 특히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지면 부족 등 많은 제한들로 인해 종교 부분 집필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것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교과서가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어느 특정 종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놓지 않았다면 단순히 양이 적다고 비판해선 안 될 것”이라며 “아울러 왜 내 종교가 타종교에 비해 언급이 적은가를 따지기 전에, 역사 기술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국내 역사교육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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