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법제처장이 비혼 여성의 정자 공여 시술 제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정 권고를 옹호하고,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선택이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등 700여 시민단체들은 조 처장이 왜곡된 헌법 해석으로 비혼 출산을 제도화하려 한다며 관련 시도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발단은 지난달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롯됐다. 조 처장은 비혼 여성의 정자 공여 시술을 제한하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에 개정 권고를 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견해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조 처장이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려는 선택을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한 데 대해 동반연 등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출산·양육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는 것과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을 제공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동격으로 보는 조 처장의 헌법 해석을 “왜곡”이라고 몰아세웠다.

사실 비혼 여성의 정자 공여 시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당 시술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역시 법률이나 법원의 확정판결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인 거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정자 공여 시술 대상을 원칙적으로 부부로 한정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출생아의 법적 지위와 친생자 관계, 정자 공여자의 책임, 유전적 출생 정보에 관한 권리 등 복잡한 법적·윤리적 문제가 내포돼 있다. 그런데 조 처장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성인의 선택권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 선택으로 태어날 아동의 권리와 복리 역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재명 정부 들어 사실혼 및 비친족 동거가구의 지원 확대와 새로운 가족 유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여기에 더해 보조생식술을 활용한 비혼 출산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그런 현실에서 법제처장이 비혼 여성의 정자 공여 시술 제한을 헌법상 기본권 문제로 접근하는 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동반연 등이 행정부의 정책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이어 법제처장의 헌법 해석까지 더해 국민적 합의 없이 기존 혼인·가족제도의 경계를 허물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이유다.

조 처장 발언의 논란은 단순히 찬반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범위, 의료기관의 시술 의무와 윤리지침의 효력, 아동의 권리와 성인의 자기 결정권의 균형을 찬반의 문제로 단순화할 순 없는 일이다.

해답은 먼 데 있지 않다. 헌법 제36조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기본 원칙 및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규정에서 벗어나 보조생식술의 허용 범위를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맡기는 건 명백히 위헌이다. 출생아의 복리와 가족관계의 안정성, 생명윤리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자기 결정권보다 우선해야 할 생명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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