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왜곡죄’가 시행되자마자 사법부 수장이 고발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소 고발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법 왜곡죄’로 고소한 이들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걸 문제 삼았다. 조 대법원장이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거다.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처벌 자체가 불가능한 데도 이 법을 들어 고소한 건 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다.
특정 사건에 일부 무죄를 선고한 데 불만을 품고 현직 부장판사를 상대로 고소한 이들도 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부장판사,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법 왜곡죄’ 고발 대상 명단에 포함됐다.
법조계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이나 일선 판사에 대한 ‘법 왜곡죄’ 고소가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법관의 법리 해석에 있어 법관과 피고인 사이에 특수한 인적 관계가 있다거나 향응 제공 같은 명백한 정황 증거가 있지 않으면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 법이 실질적인 정의 구현보다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할 가능성이다. 재판과 수사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사법의 정치화’ 심화는 필연적이다. ‘법 왜곡죄’는 재판과 수사에서 내려진 결론에 대해 한쪽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며 고소·고발을 끊임없이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 사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거란 지적이다.
조 대법원장 고소 건의 경우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나중에 만들어진 처벌 조항으로 과거의 행위를 소급 처벌할 수는 없다. 그 자체로 범죄 성립이 안 돼 고소·고발은 각하될 것으로 보인. 문제는 대법원장까지 고발 대상이 되는 걸 지켜보는 판검사들의 심리적 위축과 이로 인해 발생할 사건 처리의 지연사태다. 이 모든 피해는 결국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민변, 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까지 이런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해 제도 도입 전에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요구했으나 거대 여당이 이를 묵살하고 졸속 입법화했다. 시행 첫날부터 터지기 시작한 이런 형사사법 체계의 붕괴와 법치주의 파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책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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