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열린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재판은 전범 처벌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러나 동시에 나치 전범들이 비정상적 괴물인지, 혹은 평범한 인간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1945년 8월, 미 육군 군의관 더글러스 맥글래션 켈리는 룩셈부르크 인근 몽도르프레뱅 수용 시설에서 나치 지도자들의 정신 상태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재판을 위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동시에 ‘나치 성격’을 규명하려 했다.
켈리는 헤르만 괴링, 루돌프 헤스, 율리우스 슈트라이허, 알프레트 로젠베르크 등 핵심 인물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통념과 달랐다. 전범들은 광인이 아니라 ‘비교적 정상적인 인간’에 가까웠다.
그는 특정한 정신 질환이나 공통된 병리성을 찾지 못했고, 많은 사람이 상황에 따라 유사한 행동을 할 잠재력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이 분석은 ‘악의 평범성’과 맞닿아 있으나, 단순한 체제 순응으로만 설명되지는 않았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제시하며 체제 순응을 강조했다. 반면 켈리는 전범들을 능동적 행위자로 보았다. 그는 이들이 권력을 추구하고 스스로 환경을 형성한 존재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성향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쟁 범죄를 개인의 광기로만 환원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이 연구는 논픽션 『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에 담겼다. 작가 잭 엘하이는 의료 기록과 구스타브 길버트, 레온 골든손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범 22명의 심리와 재판, 마지막 순간까지를 추적했다.
책은 켈리의 가족 인터뷰까지 포함해 재판 이후 삶을 조명했으며, 뉘른베르크 재판을 인간 본성과 권력, 악의 구조를 탐구하는 사례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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