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과 생명, 젠더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학문적으로 조망하는 ‘대한민국 회복과 혁신을 위한 2026 학술대회’가 13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유광사홀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관 충돌-생명·성·젠더’를 대주제로,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해 법·윤리·의학·정치·교육·문화 전반에 걸친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행사를 주최한 ‘대한민국 회복과 혁신 포럼’은 “성혁명과 젠더 이슈가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인간 이해와 문명 질서 전반을 뒤흔드는 문제”라며, 학문적 토대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성혁명, 도덕 논쟁 아닌 인간 다시 정의하는 시도”
기조강연은 존 스톤스트리트(John Stonestreet) 미국 콜슨센터 대표가 맡아 ‘새롭게 정의된 인간: 성혁명과 젠더,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최근 수십 년간 진행돼 온 성과 결혼에 대한 법·문화적 변화가 “도덕 기준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정체성에 대한 재정의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스톤스트리트 대표는 “모든 사회적 혁명은 사상에서 출발한다”며, 성혁명 역시 △인간의 성을 개인 정체성의 핵심으로 보는 관점 △결혼을 사회적 제도보다 개인적 감정의 표현으로 이해하는 관점 △자연 질서보다 주관적 선택을 우선하는 관점이라는 세 가지 핵심 사상 위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사상들이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예술, 대중문화, 공공정책을 통해 ‘당연한 것’처럼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이 사회를 실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그 사상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문화적 산물’이 필요하다”며, 교과서·미디어·기업 정책·법 제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결혼 논쟁의 핵심, ‘차별’ 아닌 정의의 문제”
스톤스트리트 대표는 동성혼 논쟁과 관련해 “핵심 질문은 누가 차별받는가가 아니라, 결혼이 무엇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낙태 논쟁에서 ‘태아가 무엇인가’라는 정의 문제가 핵심이 되는 것처럼, 결혼 논쟁 역시 결혼의 본질과 목적을 먼저 묻지 않으면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국가가 사랑을 인정해주는 제도”로만 이해할 경우 동성혼을 제한할 근거가 사라지지만, 결혼이 사회적으로 수행해 온 고유한 기능과 목적이 있다면 논의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결혼은 역사적으로 △성의 규제 △남성의 사회화 △여성과 자녀 보호 △다음 세대 양육이라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이러한 구조가 문명의 지속성과 직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 “성경 이전에 창조질서의 문제… 자연법·경험적 근거도 중요”
스톤스트리트 대표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종교적 주장에만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성경을 믿지 않는 공적 영역에서는 자연법, 철학, 사회적 경험과 연구 역시 중요한 근거가 된다”며, 결혼의 구조와 안정성에 관한 다수의 경험적 연구를 언급했다.
또한 그는 예수가 결혼을 ‘태초부터’의 창조질서에 근거해 설명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결혼과 성윤리는 시대 상황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창조질서는 타락으로 왜곡될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구속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침묵은 중립 아냐… 문화 충돌 속 교회의 책임”
강연 말미에서 그는 성·젠더 논쟁이 점점 감정적·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논쟁을 피하는 것이 반드시 사랑이나 관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교회와 사회가 인간과 결혼, 가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돼 있다”며, 피상적 구호나 침묵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와 책임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성윤리·법학 분과 “동성결합·동성혼 판례의 헌법적 쟁점”
오후에는 4개 분과로 나뉘어 총 20여 개의 발표가 진행됐다. 1분과(성윤리·법학)에서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결합과 동성혼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발표자로는 음선필 홍익대 교수(동성결합과 혼인의 자유), 이상현 숭실대 교수(동성결합을 사실혼 배우자와 유사하게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조영길 변호사·김준근 박사(동성혼 헌법소원의 주요 쟁점), 이상원 전 총신대 교수(성경 해석과 성윤리), 류현모 서울대 명예교수(자아정체성이 명확한 자녀 양육)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혼인 제도의 법적 정의, 차별 개념의 오·남용 문제, 헌법 질서와 가족 제도의 관계를 놓고 비판적 분석을 제시했다.
◆ 생명윤리·의학 분과 “낙태·성전환·안락사, 제도화의 위험성”
2분과(생명윤리·여성·가족·의학)에서는 생명윤리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지영 이대서울병원 교수는 약물 낙태를 포함한 낙태 정책의 문제점과 여성 보호를 위한 입법 방향을 제시했고, 송흥섭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원장은 성전환 의료의 윤리적 한계를 지적했다.
또 홍순철 고려대 교수는 태아 생명 보호를 중심으로 한 모자보건법 개선 방향을 발표했으며,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은 안락사 합법화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하며 “허용 대상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미끄러운 경사”를 경고했다.
이 밖에도 이형우 한남대 교수와 김용모 연구원, 정지영 여주대 교수는 다문화 정책과 가족 정책의 현실과 한계를 진단했다.
◆ 정치·경제·역사 분과 “문화막시즘·민주주의 위기 진단”
3분과(정치·경제·역사)에서는 성·젠더 이슈를 둘러싼 사회 구조적 변화가 논의됐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지성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을,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은 동성애 논쟁과 문화막시즘의 연관성을,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전환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와 이은선 안양대 교수는 각각 역사적 사례와 한국 복음주의의 사회 참여를 조명했다.
◆ 교육·문화 분과 “PC주의와 교과서, 미디어 영향 분석”
4분과(심리·과학·교육·문화)에서는 교육과 문화 콘텐츠 속 세계관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길원평 한동대 석좌교수와 김명용 장신대 총장은 무신론과 영혼 인식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고, 현은자 성균관대 교수는 어린이 그림책에 스며든 PC주의를 분석했다.
심봉섭 인하대 교수와 오경숙 한국창조과학회 본부장은 창조과학과 교과서·미디어 속 세계관 문제를 다뤘으며, 한경훈 경희대 교수와 정예닮 연구자는 문화 콘텐츠와 플랫폼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 “학문이 사회 변혁의 출발점”
주최 측은 이번 학술대회가 특정 정책을 직접 제안하기보다, 성·생명·젠더를 둘러싼 논쟁의 근본에 있는 세계관 차이를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포럼 관계자는 “학문이 교육을 만들고, 교육이 사회를 바꾼다”며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의 가치관 형성에 기여하는 공론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