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북칼리만탄주 타라칸 지역 종교부 사무소가 ‘무슬림만 채용’ 조건을 명시한 공고를 내 논란이 일어났다고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기독교 단체와 시민사회가 강하게 항의하자, 해당 공고는 같은 날 수정됐다.
지난 10일 게시된 이 채용 공고는 사무실 경비와 청소 담당자를 모집하면서 ‘꾸란(코란)을 암송할 수 있는 무슬림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기독학생운동(GMKI) 타라칸 지부의 미카엘 자마(Michael Jama) 회장은 “청소나 보안 업무에 종교적 자격이 왜 필요한가”라며 헌법 위반을 지적했다. 그는 “해당 조건은 인도네시아 헌법 제27조 1항과 제28D조 2항이 보장하는 ‘비차별적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자마 회장은 또 “타라칸 종교부 사무소는 무슬림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종교 배경을 가진 모든 시민의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인도네시아의 다원주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SNS 계정 ‘@kabarsejuk’ 역시 “국가가 제도적으로 종교 차별을 고용 정책에 반영한 사례”라며 “이는 1945년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11호가 명시한 평등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ILO 협약은 종교, 인종, 성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 모든 고용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계정은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교회는 종교를 이유로 근로자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교회들은 무슬림 직원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를 위한 인도네시아 연합(PIS)’ 역시 “정부기관이 종교를 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하는 것은 명백한 제도적 차별”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지속된다면 법 앞의 평등 원칙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종교부는 국민의 조화와 화합을 지켜야 할 기관이지, 불관용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타라칸 지역 종교부는 같은 날 오후 1시에 문제의 문구를 삭제했다. 현지 언론 Kraya.id에 따르면, 종교부 관계자 술탄(Sultan)은 “이 공고는 이미 2년 전부터 순례 숙소 게시판에 부착돼 있었으며, 중앙부 장관의 방문 준비 과정에서 수정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국가적 종교 편향’의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평화 연구단체 ‘세타라 연구소(Setara Institute)’의 부회장 보나르 티고르 나이포스포스(Bonar Tigor Naipospos)는 “이슬람에 대한 국가적 특혜가 헌법상 종교 자유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사례로, 지난 9월 29일 동자바주 시도아르조에서 붕괴된 ‘알-호지니 이슬람 기숙학교(Al-Khoziny Islamic Boarding School)’ 재건 사업을 들었다. 건물은 불법 증축으로 붕괴돼 67명이 숨졌으며, 인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였지만 정부는 국가 예산으로 재건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사회부 장관 무하이민 이스칸다르(Muhaimin Iskandar)는 “1,900명의 학생을 그대로 천막에 둘 수는 없다”며 국가예산(APBN) 지원을 옹호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무허가 이슬람 학교는 국가 예산으로 복구하면서, 교회는 건축 허가가 없다는 이유로 목회자가 투옥된다”며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한 SNS 이용자는 “교회가 불타면 국고로 재건해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공공사업부 도디 행고도(Dody Hanggodo) 장관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학교 4만2천여 곳 중 정식 인허가를 받은 곳은 51곳뿐”이라며 “대부분이 미등록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이들 기관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나르는 “종교부는 국가 예산을 가장 많이 받는 부처 중 하나”라며 “그 예산이 주로 이슬람 학교나 단체에 집중되고 있어 종교 편향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가 점점 더 보수적 이슬람 색채를 띠면서 복음 전도 사역에 나선 교회들이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