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서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였던 ‘퀴어신학’에 대한 이단 검증 및 총회 차원의 공식 입장표명 시도가 무산됐다. 해당 안건을 본회의에서 다루기에 앞서 정치부가 안건 처리 여부를 표결에 붙여 기각했기 때문이다.
‘퀴어신학’에 대한 이단 검증과 함께 교단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문제는 기장 총회에서 개회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목포노회가 이 안건을 헌의하면서 총회에서 어떻게 처리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장 총회는 다른 장로교단들과는 달리 동성애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교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교단 내부에서 고조됐던 터라 이번 총회에서 그 기조가 바뀌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치부가 안건 상정 자체를 본회의 찬반 표결에 붙이는 바람에 그런 기대조차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목포노회가 이번 총회에 제출한 헌의안 내용을 살펴보면 “‘퀴어신학’은 ‘성서도 비판받고 재해석돼야 한다’, ‘혐오, 차별당하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관점에서 성서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삼위일체 하나님은 ‘세 사람이 동성애적 관계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등 성경의 복음적 진리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걸 신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목포노회는 헌의안에서 퀴어신학자들이 ”‘예수님 자신이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분이시고, 인간의 모든 욕망을 다 받아들이시는 분’이라고 주장하는 등 기독교 신학으로 볼 수 없는 이단적인 요소가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총회가 신학적으로 검증해 산하 교회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총회 정치부는 해당 안건에 대한 기각 여부를 찬반에 붙인 끝에 찬성 220표, 반대 89표로 최종 기각 처리했다. 총회 당석에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건지, 다뤘다가 논란을 감당키 어렵겠다고 본 건지 확실치 않으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회피하려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노회에서 상정한 헌의안은 총회 개회 후 정치부가 따로 모여 헌의안 처리 방향을 정하는 게 통상적인 일이다. 따라서 안건을 다룰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정치부의 소관이다. 하지만 안 건 자체를 표결로 기각한 건 좀 이례적이다. 이 사안에 쏠린 관심과 파급력을 의식했을 테지만 쟁점 사안을 그냥 묻어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퀴어신학’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모두 이단으로 규정한 신학 사조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등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독교 교리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예장 통합과 합동, 백석 대신 합신 등 주요 장로교단이 모두 이단으로 규정했다. 비교적 진보성이 강한 기독교대한감리회까지도 올해 총회에서 이단으로 공식 결의한 정도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통합 총회의 경우 퀴어신학 이단 규정에 이어 110회 총회 중인 지난 25일 퀴어성서주석Ⅰ,Ⅱ(저자 데린 게스트, 로버트 고스 외 2명, 출판 무지개신학연구소)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퀴어신학의 이론적 토대인 주석서까지 이단으로 규정할 정도로 그 해악을 엄히 경계하고 있는 거다.
주요 장로교단들이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경계하는 건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과 죄의 문제를 현저히 약화시키는 복음의 이탈에 있다. 성적 해방을 주장하면서 성경의 권위와 교회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을 더는 묵과할 수 없는 게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입장인 거다.
하지만 유독 기장만은 교회 내 다양한 신학적 논쟁도 포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이 문제를 외면하는 듯 보인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성경을 자의로 해석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동성애적으로 해석하는 등 기독교 교리에 정면 도전하는 학문을 용인하는 건 모든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동성애 이슈와 관련해 이번 기장 교단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또 하나의 사안이 ‘성소수자목회연구특별위원회 신설’ 안건이다. 그런데 이 안도 총회에서 기각됐다.
기장 총무 이훈삼 목사 등이 헌의한 ‘성소수자목회연구특별위원회 신설’ 건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교회와 사회적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 목회자와 신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해 연구한 후 교단의 입장을 내놓자는 게 핵심이다. 중립적 목회자 6인, 장로 3인, 신학자 1인, 의사 1인(11인)으로, 총무가 추천해 총회 실행위원회의 허락을 받아 시설하도록 제안했었다.
하지만 총대들은 ‘퀴어신학’ 이단 검증 헌의와 마찬가지로 이 안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도 동성애 문제에 대한 교단 내 논란을 더욱 확산시킬 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기장 소속 동성애·동성혼 반대 대책위원회(동대위)는 이 헌의안에 대해 위원회 구성이 공정하지 않고 친 동성애 인사로 구성될 수 있다는 이유로 총회 전부터 반대해왔다. 그런 분위기가 작용한 것일 수도 있으나 동성애 문제를 다룰 특위 구성에 총대들의 반응이 회의적이었던 게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이름의 특위가 조직됐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기장 총회는 다양성에 대한 포용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특히 이단 문제와 관련해 기장은 다른 장로교단에 비해 열려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성애를 두둔하는 ‘퀴어신학’에 대응하는 건 다른 문제다. 교회의 신조와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을 부정하는 이단 사조를 막는 데 뭐가 두려워 이토록 망설이고 주저하나. 그러다 교단의 정체성까지 무너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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