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부산지법에 의해 기각됐다. 세계로교회 측과 가족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법치주의와 상식을 벗어난 정치적 판단”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 본인이나 가족, 변호인 등이 법원에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심사해 달라고 청구하는 제도다. 부당하거나 위법한 구속에서 신속히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권리 보호 수단이다. 그걸 기각했다는 건 법원이 손 목사의 구속이 적법하고 타당하다고 판단한 거다.
하지만 부산지법의 기각 결정에 납득이 안 되는 점이 있다. 우선 손 목사를 구속할 때 판사가 제시한 구속 사유다. 당시 판사는 손 목사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명시했다. 30년 넘게 부산에서만 거주하며 대형교회를 시무해 온 목사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건 아무리 봐도 비상식적이다. 주거가 일정치 않다고 볼 하등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판사의 구속 판단에 문제 여지가 있음에도 구속적부심에서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건 여전히 의문이다. 판사가 근거로 삼은 구속 사유에 문제가 있으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게 통상적이고 그걸 위해 구속적부심 제도를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적부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판사가 법리적 쟁점을 제시하지 않고 느닷없이 ‘서부지방법원 사태’를 거론했다는 거다. 이 사태에 일부 기독교인들이 관련된 사실을 들먹이며 그 책임이 손 목사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데, 판사가 아무 근거도 없이 이런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나. 더 놀라운 건 그 판사가 손 목사를 일제시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에 비유했다는 거다. 그게 과연 법복을 입은 판사 입에서 나올 소리인지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구속적부심에 참여한 변호인에 의해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세계로교회 측과 가족들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심사 과정에서 법원이 손 목사의 법 위반 에 대한 법리 문제를 따지지 않고 목회활동을 극우적·반민족적이라 규정한 것에 대해 극도로 격앙된 모습이다.
담당 판사가 어떤 의도로 이런 식의 말을 꺼냈는지 전후 맥락을 살필 필요가 있다. 아마 손 목사가 탄핵 정국에서 주도한 집회가 나라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취지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판사의 이 발언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선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재판도 하기 전에 이미 손 목사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무엇보다 최악은 손 목사가 주도한 ‘세이브 코리아’ 집회를 ‘극우’로 치부하는 동시에 일제시대 반민족 행위자, 즉 매국노의 대명사인양 지칭한 점이다. 이런 극도의 편향 의식이 담당 판사 한사람의 문제인지 부산지법 전체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이들이 진행하는 재판에 공정과 상식을 기대하긴 틀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담당판사의 편협한 역사관을 그대로 보여준 정치적 재판이란 성토가 이어졌다. 세계로교회는 26일 낸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종교의 자유, 신체의 자유가 정치적 재판에 의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손 목사의 가족들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재판부가 요구할 시 반드시 법원에 출석할 것과, 법원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다며 “부산 한 지역에서 수십 년간 목회를 해오고 있고, 외국에 연고도 없는 목사를 향해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손 목사가 소속된 예장고신도 지난 24일 제75회 총회 중에 손 목사에 대한 불구속 재판을 촉구하는 입장문에서 “우리는 손현보 목사의 구속이 다른 목사에 대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지만 부산지법이 손 목사를 구속된 건 첫째, 선거법 위반 혐의 때문이고, 둘째, 그런 손 목사에게 도주의 우려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피의자라도 법원이 다 구속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건데 손 목사는 도주할 염려가 1도 없는 목회자인데다 가족들까지 법원 허가 없이 단 한명도 출국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랬으니 판사로서도 더는 ‘도주 우려’라는 핑계를 대진 못 했을 거다. 그래서 억지로 갖다 붙인 게 ‘세이브 코리아’ 집회였던 건가.
손 목사가 탄핵 정국에서 앞장 선 ‘세이브 코리아’ 집회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 및 표현의 자유에 따른 적법한 집회였다. 만약 법 위반 사실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집회 도중에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았을 것이다. 또 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조금이라도 관여된 사실이 드러났다면 손 목사를 굳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무리수를 두진 않았을 거다.
이런 사실이 비춰 볼 때 김 모 판사가 변호인단과 손 목사를 향해 ‘일제강점기, 이완용, 서부지법 사태’ 등을 들먹인 건 손 목사 개인에 대한 인격 모독이자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직자의 명예를 훼손한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판사가 법리 대신 정치의 옷을 입었다는 게 더 충격적이다. 이런 사람에게 국민의 유죄와 무죄 판단을 맡겨야 하는 현실이 측은하고 참으로 가혹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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