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 구속에 대한 파장이 교계를 넘어 정치권, 법조인, 학계로 확산하고 있다. 교계는 이번 사태를 “헌법상 ‘종교의 자유’ 침해”로 규정해 규탄 시위에 나서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정치권은 “정권의 종교 탄압”, 법조인들은 “헌법 파괴적 결정”, 교수들은 “종교의 자유 침해이자 정권의 정치 보복”이라고 날을 세웠다.

서울기독교총연합회와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등 교계 연합단체들은 11일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손현보 목사 구속에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이들은 “ 아동 유괴범에게도 발부되지 않은 구속영장이 매주 설교를 하는 대형교회 담임목사에게 집행된 건 한국교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한국교회가 분연히 일어나 투쟁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비판도 잇따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14일 당 지도부와 함께 부산 세계로교회 주일예배에 참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손 목사의 구속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이 생긴 이래 이런 혐의로 종교 지도자를 구속한 예는 없었다”며 “이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종교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정권에 불편한 메시지를 전한 목사를 범죄자로 낙인찍은 것”이라며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고 직격했다.

법조계는 손 목사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법리를 왜곡한 부당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추양)는 “목회를 40년 가까이 해 온 분에게 도주 우려를 들이댄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고, 법정에서 다툴 사안을 구속한 건 의도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심동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도 “일주일에 수차례 공개적으로 설교하는 목사를 도주 우려로 구속한 건 목회자를 모독한 것”이라며 “이는 기독교계를 길들이려는 시도이자 목회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대학교수 6000명도 규탄 대열에 참가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은 11일 낸 성명에서 “현직 목회자에게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명백히 모욕을 주려는 의도”라며 “이는 기독교 공동체 전체를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신호”라고 했다. 교수들은 이번 구속 사건을 “단지 한 개인의 구속이 아니라 한국 교회와 자유 시민 전체를 겨냥한 심대한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교계에 이어 정치권과 법조인, 교수들까지 손 목사 구속사태에 비판의 날을 세운 건 이번 사건이 정치 보복성 과잉 법 집행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법원 영장판사가 거주가 일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손 목사에게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명백한 증거라는 지적이다.

손 목사는 지난 3월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정승윤 후보를 교회 강단에 세워 대담을 진행한 것과 조기 대선 정국에서 설교 시간에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을 한 것 등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에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 기관 내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에게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다.

그런데 법 위반 혐의와 실제 처벌 수위, 그리고 구속 여부는 별개 사안이다. 설령 재판 결과 법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목회자의 선거법 위반 사건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종결됐다는 점에서 손 목사의 법 위반에 따른 제재 수위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안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거다. 얼마 전 아동 유괴범의 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현직 대형교회 담임 목회자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한 건 누가 봐도 법리적이지 않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저버린 사건이기 전에 교계와 정치권, 법조인들까지 입을 모아 지적한 정권 눈치보기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법원은 ▲주거 불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특히 범죄의 중대성,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경우, 수사 비협조 태도 등을 문제 삼아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법원은 손 목사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는 사유를 붙여 영장을 발급했다. 이는 바꿔말하면 손 목사에게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가능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 등의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러니 주일예배, 매일 새벽예배, 수요·금요기도회 등 하루도 빠짐없이 교회 강단에 서는 목회자에게 “도주 우려”라는 얼토당토않은 누명을 씌울 수밖에 없었을 거다.

서헌제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교회법학회장)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현 시국이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면 통제된 사회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중요한 지표”라며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국가권력의 교회 개입을 최소화하고, 교회의 선한 영향력이 존중돼야 한다” 는 점을 강조했다.

교계는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이 목회자 설교 발언을 검열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공무원처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는 목회자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켜져야 하는 데 그 반대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손 목사 구속사태는 판사 개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정권에 기울어진 사법부가 성직자, 더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성 ‘시그널’이란 게 중론이다. 정권에 밉보이면 이렇게 된다는 압력 같은 거 말이다. 이는 만인에게 공평해야 할 법의 잣대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법치를 빙자한 정치 탄압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매우 위험하고 불행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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