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역사적 전천년설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재평가
기독교는 초기부터 박해 속에서 시작되었고, 창시자 예수 그리스도는 동족인 유대인과 로마제국으로부터 십자가 처형을 당했다.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 제자들은 처형의 위기 속에서도 임박한 재림의 약속을 믿었고, 그리스도가 남기신 대위임령에 따라 모든 민족에게 복음 전파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승천 이후 두 차례의 “1,000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초기 교회 신자들이 믿었던 전천년설을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전천년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요한계시록에 서술된 사건들이 쓰여진 순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 문자주의 해석의 원칙에서 발생하고 있다.
(1) 문자주의적 전천년설 해석의 난제: 문자주의적으로 요한계시록을 읽고 이해하고 믿는다면, 그것은 전천년설로 귀결되는 해석이 된다. 그것과 동시에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의 시기에 관련하여 문맥과 역사적 사실의 불일치로 인해 해결이 어려운 해석상의 난제가 나타난다.
① 초림에 관련한 난제는 계 11장과 12장에서 만나게 된다. 11장에서 기록하고 있는 사건은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하늘에 “큰 음성들이 나서 이르되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고 종말적 승리를 찬송하는 장면이다.
◆ 그 뒤에 12장은 사탄이 그리스도가 태어나는 것을 방해하다가 실패하고 땅으로 내쫓기는 장면이다. 이 두 구절을 문자주의적으로 읽으면,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분 뒤에 그리스도의 초림이 있었다는 해석밖에 가능하지 않다. 그런 해석은 사실과 전혀 다른 명백한 오류이다.
◆ 전천년설 지지자들은 이 두 구절의 순서에 대해서 문자주의 원칙에 따라 해석하면, 나타나게 되는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② 그리스도의 재림 시기와 관련한 문제는 앞에서 “근거 구절”을 해석할 때에 계 19장과 20장에 대해서는 “과거 장면 전환 기법”(Flashback, Take away to the past)을 적용하여 전천년설을 후천년설로 전환하는 해석법이 타당하다고 제안함으로써 설명되었다.
③ 요한계시록은 상징과 환상과 사실들을 다양한 문학적 기법들로 혼합하여 서술한 책이므로 문자적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2) 전천년설의 성경적 근거에 대한 재검토: 전천년설의 근거는 계 19:19-21과 20:1-3을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함에 있다. 그러나 19장의 아마겟돈 전쟁에서 사탄이 잡히지도 않고, 유황불 못에 던져지지도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20장에서 사탄의 감금에 관련한 서술을 “과거 장면 전환 기법”으로 해석하여 아마겟돈 전쟁 이전에 사탄의 감금이 있었다고 이해를 전환해야 한다. 이런 이해의 전환을 부인한다면, 전천년설에서 다음과 같이 제기되는 의문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① 지상에 재림하신 그리스도가 아마겟돈 전쟁에서 이기신 후 짐승과 거짓 선지자는 잡아서 유황불 못에 던져 넣는 처분을 하시고, 그 우두머리인 사탄은 왜 하늘에서 천사를 불러 무저갱에 “천 년 동안” 감금하는 처분으로 종결하셔야 했는가.
② 전천년설에 의하면 사탄이 감금된 “천 년 동안”에 그리스도는 지상의 천년왕국을 직접 통치하신다. 그 천년왕국 후에 풀려난 사탄은 “잠깐”의 틈을 타서 최후의 심판을 받기 위해 둘째 부활한 사방 백성 곧 곡과 마곡을 미혹하여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배한다.
③ 이때 다시 잡힌 사탄은 그제서야 짐승과 거짓 선지자가 던져진 유황불 못에 던져진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에서 모든 전쟁과 죄의 근원이자 악의 수괴인 사탄에 대해 유황불 못에 던져넣는 심판을 그의 졸개들보다 “천 년 동안”이나 늦게까지 미루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구나 사탄은 그리스도 자신을 십자가에서 죽게 만든 원흉이 아닌가?
④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전천년설 안에서는 찾기 어려우며, 현재로서는 한 가지 가능한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하나의 해석을 찾으려면, 당시에 하늘과 땅과 무저갱에서 일어난 성경적 사건들을 다시 살펴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사건들은 앞에서 창조론적 관점으로 “근거 구절”을 설명한 바와 같이 전개되었다고 본다.
◆ 그리스도가 하늘에서 천사를 보내 사탄을 잡아 무저갱에 감금할 때에 하늘에서는 그리스도가 첫째 부활한 자들을 백성으로 삼아 최후의 심판을 준비하는 천년왕국이 시작되었다.
◆ 이때 땅에서는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수행하는 교회가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 여기서 전천년설에 제기된 의문에 대해 발견한 답변은 사탄이 무저갱에 감금되어 있었던 이유로 아마겟돈 전쟁의 심판에서 죄책을 면했다는 것이다. 사탄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풀려났다가 “잠깐” 후에 곡과 마곡의 전쟁에서 패하여 다시 잡힌다.
⑤ 그리스도가 모든 죄악의 원천이자 수괴인 사탄을 잡아서 유황불 못에 던져 넣으심으로써 처음 창조에서 사탄의 불의로 인하여 더러워졌던 것들이 마침내 모두 불태워진다.
⑥ 새 창조되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새 예루살렘이 세워지고, 천년왕국의 백성과 최후의 심판을 통과한 의인들이 그리로 들어가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된다.
(3) 역사적 전천년설에 대한 평가: 그렇다면 초기 교회 신자들이 자기 생애에 그리스도가 재림 후 지상에 천년왕국을 세우실 것이라고 믿었던 역사적 전천년설이 완전히 오류라는 말인가?
① 반드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믿음과 주장의 근거가 신약성경에 적지 않게 있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에는 1:9절을 비롯하여 그리스도가 “내가 속히 오리라”고 약속하신 22:7절과 12절이 있고, 20절에서는 “진실로”라는 말까지 덧붙이셨기 때문이다.
② 그 외에도 마태복음에서 비유로 무화과 잎사귀가 푸르게 되면 “인자가 가까이 곧 문 앞에 이른 줄을 알라”고 하시고,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24:33-34), 그리고 사도행전(1:11)과 사도들의 서신서(살전 4:16-17, 롬 13:11, 약 5:8, 요일 2:18, 고전 16:22) 등에서도 임박한 재림을 믿게 하는 서술들을 볼 수 있다.
(4) 전천년설이 간과했던 성경 구절들: 초기 교회에서 전천년설 지지자들이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는 마 24:36의 경고 및 행 1:7에서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 바 아니요”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담긴 신학적 함의를 간과했다는 사실이 이제는 역사적으로 판명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① 따라서 전천년설의 이해가 당시에는 정당했다 할지라도,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② 그렇다고 초기 교회와 같은 박해를 겪지 않았거나 순교 당하지 아니한 후대의 신자들이 천년왕국에서 왕 노릇하는 믿음과 기대를 가졌던 초기 교회를 비판하는 일에 지나침이 없도록 겸손해야 할 필요가 있다.
③ 왜냐하면, 성경에 기초한 신학적 전망에서는 그리스도가 그들을 “환난을 이긴 자”로 평가하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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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