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능력으로 Von guten Mächten
1.
선한 능력에 충실히 그리고 고요히 둘러싸여
놀랍도록 보호받고 위로받으니,
이 나날들을 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며
당신과 함께 새해로 걸어가리.
2.
아직 옛것이 우리 마음을 괴롭히고
악한 날들의 무거운 짐이 우리를 누르네.
오, 주님, 깜짝 놀란 우리 영혼에
당신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구원을 주소서.
3.
만일 주님께서 우리에게 고통의 쓰디쓴 잔을
최고조까지 가득 채워 내미신다 해도,
우리는 떨지 않고 감사히
당신의 선하고 사랑 가득한 손에서 받으리.
4.
그러나 주님께서 이 세상과 그 햇살의 찬란함 속에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기쁨을 허락하신다면,
우리는 지난 날을 되새기고,
그때 우리의 삶은 온전히 주님의 것이 되리.
5.
오늘 주님께서 우리 어둠 속에 가져다 주신
촛불들이 따뜻하고 밝게 타오르게 하시고,
가능하다면 우리를 다시 함께 모이게 하소서.
주님의 빛이 밤에도 빛난다는 것을 압니다.
6.
이제 고요함이 깊이 우리를 감쌀 때
눈에 보이지 않으나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풍성한 울림,
모든 당신 자녀들의 높은 찬양 소리를 듣게 하소서.
7.
선한 능력에 놀랍도록 보호받으며
우리는 담대히 다가올 일을 기다리네.
주님은 저녁에도 우리와 함께하시고
아침에도, 그리고 분명 모든 새날마다 함께하시리라.

독일과 한국 기독교인들이 애창하는 찬양시 본회퍼의 "선한 능력으로"의 원문 번역(도움: 재독일 사진작가 조은선)이다. 새해나 고난주간, 순교자 기념 예배 때 자주 불리는 찬양은 이 원문을 기초로 독일의 시그프리트 피츠(Siegfried Fietz)가 작곡한 독일 버전이다.
나치 히틀러 정권에 대항하고 순교했다는 이유로 본회퍼처럼 극렬하고 억울한(?) 평가를 받는 신학자가 있을까?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년 2월 4일~1945년 4월 9일)는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반 나치운동가로 순교한 고백교회 설립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미친 운전자의 핸들은 빼앗아버려야 한다”(본회퍼)
본회퍼는 독일 브레슬라우(Breslau)에서 유명한 정신의학자 칼 루드비히 본회퍼의 8남매 중 여섯 번째의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다. 부모 양가는 조상 중 목사와 신학자들이 많았던 신앙의 가문이었다. 본회퍼는 베를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당시 정신의학 의사였던 아버지가 베를린대 심리학 교수였기 때문이다.
15세에 목사 서원, 1923년 17세에 튀빙겐대 입학, 18세때 로마와 북아프리카 생활을 거쳐 1927년 12월 27일 21세에 제베르크 교수 지도로 『성도의 교제』(Santorum Communio)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다. 24세에 신학 교수 자격(하빌리타치온) 취득 후, 1933년 4월부터 나치의 유대인 박해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으며, 당시 독일의 기독교단체인 '게르만 기독교인(Deutsche Christen)'과 공직에서 유대인을 배제하는 법령인 '아리아인 조항'에 맞서 교회 투쟁(Kirchenkampf)에 헌신했다.
1935년부터는 고백교회 설교자 신학교(Predigerseminar)를 핀켄발데(Finkenwalde)에서 설립, 운영했는데, 나치에 의해 불법화된 후에도 1940년까지 지속되었다. 이때 기독교가 세상에서 해야 할 역할에 관한 《나를 따르라Nachfolge》(1937)를 작성했다.
1938년경부터 그는 독일 국방군 정보국장 빌헬름 카나리스를 중심으로 한 저항 운동에 가담, 1940년 연설 금지, 1941년에는 출판 금지 조치를 받았으며, 1943년 4월 5일 나치 비밀경찰(Gestapo)에 체포되었다. 이후 2년간 베를린 테겔 형무소, 1945년 2월 7일 부헨발트 수용소, 레겐스부르크, 죈베르크, 플로센뷔르크 수감 생활을 하던 중, 1944년 7월 20일 아돌프 히틀러를 암살하고자 외국 첩보국(Abwehr)이 세운 계획인 7·20 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히틀러의 직접 명령에 따라 1945년 4월 9일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1945년 4월 9일 교수형에 처해 화장한 후 태운 재를 바람에 날려 보내 무덤은 없다. 그의 나이 39세의 젊은 나이였다.
성도들이 본회퍼의 찬양시 "선한 능력으로"를 부를 때마다 누구나 눈물이 맺히는 이유는 그의 생애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신학자들은 알게 모르게 스스로 심판자, 판단자가 되는 누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판자는 오직 창조주 하나님뿐이다. 요절한 순교자 본회퍼에 대해서도 그런 칼을 들이대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창조신학자로서 본회퍼를 비판할 능력도 자격도 없는 존재다. 다만 본회퍼에 대한 오해가 있는 목사들이 있다면 본회퍼의 자연과 과학, 창조-진화 논쟁도 없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자기 계시인 명저 『창조와 타락』, 제자도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윤리학』의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를 정독해보라 권한다. 그리고 '자유주의 신학'의 칼이 아닌 본회퍼 신학의 역설을 이해하기 바란다.
모든 교회는 사람의 교회가 아닌 주님의 몸 된 하나님의 교회다. 권력이 유명 목회자들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무기력함과 수치 속에 서 있는 '예수를 바라보라'는 본회퍼의 권면을 다시 살펴보자. 그리스도는 세상 권력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무력한 자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이 드러난다. 이게 신앙과 기독교의 역설이다.
본회퍼 약혼녀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Maria von Wedemeyer 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괴팅겐에서, 1948년부터는 미국 필라델피아 인근 브린모어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여 1950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미국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 유니박 UNIVersal Automatic Computer을 개발하는 컴퓨터 공학자로 살았다. 아래는 약혼자에게 보낸 "선한 능력으로" 찬양시 편지의 나머지 원문 번역이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마리아!
크리스마스를 맞아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있고, 너를 통해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에게도 안부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우리 집안은 무척 조용한 나날이 되겠지만, 나는 늘 경험했단다. 주변이 고요해질수록 너희와의 연대가 더욱 뚜렷해진다는 것을. 마치 고독 속에서 영혼이 일상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감각들을 길러내듯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단 한순간도 외롭거나 버려졌다고 느낀 적이 없다.
너와 부모님, 들판의 친구들과 제자들, 너희 모두가 늘 내 곁에 있다. 너희의 기도와 좋은 마음, 성경 말씀, 오래전 나눈 대화들, 음악 작품들, 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명력과 실재감을 얻는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으나 결코 의심하지 않는 거대한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옛 동요에 “나를 덮는 둘, 나를 깨우는 둘”이라는 구절이 있듯, 저녁과 아침에 우리를 지키는 선한 보이지 않는 힘은 어른에게도 어린아이만큼이나 필요하다. 그러니 네가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행복과 불행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주로 환경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 달려 있지. 나는 매일 네가 있고 너희들이 있기에 기쁘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곳의 외적 환경은 테겔과 거의 다르지 않다. 하루 일과도 똑같고, 점심 식사는 훨씬 낫지만 아침과 저녁 식사는 조금 빠듯하다. 너희가 보내준 모든 것에 감사한다. 대우도 좋고, 난방도 잘 된다. 다만 운동이 부족해, 나는 감방 창문을 열어두고 체조와 걸음을 통해 움직임을 보충하고 있단다. 몇 가지 부탁이 있어. 빌헬름 라베의 『Abu Telfan』이나 『Schüdderump』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속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만들어줄 수 있을까? 여기엔 멜빵이 없다. 담배를 피울 수 있어 기쁘고, 너희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사랑하는 마리아, 우리가 서로를 기다린 지 이제 거의 2년이 되었구나. 낙심하지 말아라! 네가 부모님 곁에 있어 나는 정말 기쁘단다. 네 어머님과 집안 식구들에게 내 따뜻한 인사를 전해주렴. 끝으로, 내가 지난 며칠 밤에 떠올린 몇 구절을 함께 보내니, 이것은 너와 부모님, 그리고 형제자매들에게 드리는 크리스마스 인사이다.
-중략-
선한 능력으로 Von guten Mächten
-중략-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에게도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당신을 포옹하며,
당신의 디트리히 드림.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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