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세계복음주의연맹) 서울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 내부에서 거센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WEA 내부의 종교 다원주의·혼합주의 일탈을 비판하는 고발문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기총이 입수해 최근 공개한 이 문서에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WEA 서울총회를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했던 문제점들이 그대로 담겨있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기총이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한 이 문서는 ‘WEA 내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익명으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 고발문서를 한기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한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한기총 대표회장 고경환 목사가 지난달 29일 한기총이 개최한 WEA 대책 포럼에서 “영향력 있는 분의 WEA 내부 고발이 정식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처음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WEA 내부 고발자는 이 문서 서두에 고발문을 작성하게 된 동기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몇 달 동안 WEA의 종교 혼합주의적 행보와 친 가톨릭 활동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며 자신이 느낀 양심의 가책이 WEA의 복음 노선 일탈에 기인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먼저 전 사무총장 토마스 슈마허가 지난해 3월 사임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슈마허의 사임으로) 더 이상 WEA가 가톨릭 및 WCC와 지나친 협력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더욱 심화되었다”라고 한 후 WEA와 WCC의 밀접한 관계성에 대한 증거로 WEA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CC 본부 건물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2024년, WCC가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WEA도 같은 건물에 새로 임대해 재입주했다는 사실에서 WEA와 WCC가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는 또 한국교회가 WEA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한 가톨릭과의 협력 관계에 대해 “WEA 주요 지도자들이 수십 년간 로마 가톨릭과 협력해온 전력이 있다”는 말로 그간의 소문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 근거가 그가 제시한 웹페이지 주소 등에 나와 있다.
WEA 내부 고발문서에 적시된 WEA와 WCC의 밀착 관계는 새로 드러난 사실은 아니다.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에 참석한 WEA 인사들이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서 “우리는 WCC와 뜻을 같이 한다”고 할 때부터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WEA 신학위원장 신분으로 WCC 부산총회에 참석한 토마스 슈마허는 WCC와 함께 발표한 선교선언문에서 “우리는 WCC와 선교적 방향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2011년 WEA와 WCC 그리고 로마 교황청이 함께 합의한 선교 확언처럼 형제교회에 대한 개종전도 강제 금지 조항이 포함된 새로운 선언문 역시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등 WEA가 순수 복음주의 노선에서 이탈하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2021년 초, 전임 에프라인 텐데로에 이어 WEA 사무총장에 취임한 슈마허는 당시엔 독일 출신 성공회 주교로 알려졌으나 그 후 소속 교단과 신학적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톨릭 신부을 연상케 하는 복장으로 십자가를 목에 걸고 친 가톨릭적 행보를 계속한 그가 WCC와 로마 교황청과 함께 합의한 ‘선교 확언’은 그런 점에서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쓴 문서 서두에 나와 있는 대로 슈마허 한 사람의 사임으로 WEA가 가톨릭 및 WCC와의 절연하기는커녕 다른 고위직 인사들에 대해 더 견고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점이다. 그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굿윌 샤나 의장과 사무엘 치앙 부사무총장이다.
굿윌 샤나 의장은 국제이사회 의장으로 현재 공석인 사무총장직까지 대행하고 있다. 이번 WEA 서울총회 유치에도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사도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는 건 한국교회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기총 WEA 대책 포럼에서 전 총신대 서창원 교수는 그가 ‘WEA의 교황’으로 불리며 그 아내가 그를 ‘사도’로 칭하는 등 “신사도 운동의 대표적인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내부 고발자가 문서에서 지적한 다른 또 다른 인물이 부사무총장 사무엘 치앙이다. 그는 2023년 1월 5일,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장례식에서 WEA 대표로 참석했고,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절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2024년 2월엔 아부다비에서 무슬림장로협의회 사무총장과 종교간 협력 강화 공유를 약속하는 등 친 이슬람 행보로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고발문서는 “이전 사무총장들은 복음주의 신학에 대해 활발히 집필·발언했지만, 현재 국제이사회나 부사무총장 중 공식적으로 신학 저서나 보수 신학 입장이 확인된 이가 없다”라고 했다. 현 WEA를 주도하는 인사들의 신학적 정체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최근 WEA 서울총회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가 한국교회 보수권에서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서울총회 개최를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갈수록 심화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WEA 서울총회 조직위는 요지부동이다. 어떤 비판에도 일체 귀를 닫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예장 합동총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까지 WEA 조직의 방향성과 본질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제기하는 마당에 무조건 강행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한기총이 공개한 WEA 내부 고발자가 문서에서 밝힌 진실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걱정했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서울총회가 WEA의 복음주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주도돼 온 점에서 이들과 손잡은 한국교회 일부 대형교회가 총회를 유치해 얻으려는 목표의 정당성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거다. 그러니 바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고한다.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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