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양지 캠퍼스 소재 신학대학원(왼쪽), 장신대 마포삼열 기념관(오른쪽)
총신대 양지 캠퍼스 신학대학원(왼쪽), 장신대 마포삼열기념관(오른쪽) ©기독일보DB

한국의 양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오정호 목사)·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의 올해 강도사고시·목사고시 응시생 숫자가 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신학대학원(M.div) 입학률 감소 등이 꼽힌다. 그러나 오히려 사명에 충실한 양질의 목회자를 가려낼 청신호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예장 합동·통합의 각 고시부·고시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도 예장 합동 강도사고시 응시생 수는 원서접수가 이미 마감된 27일 기준 424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예장 합동 고시부는 지난해 총신대에서 강화된 졸업 요건으로 유급자 80명이 발생해, 그해 졸업생 숫자가 감소한 탓이라고 했다. 올해 예장 통합 목사고시에 응시한 접수자는 지난 2월 20일까지 1,023명이었으나, 우편 서류 미제출로 최종 응시생은 997명으로 나타났다.

근래 6년 간 예장 합동·통합의 강도사·목사 고시 응시생 수도 감소 추세다. 예장 합동의 경우 강도사고시 응시생 숫자는 지난 2019년 795명, 2020년 612명, 2022년 545명, 2023년 478명이었다가 올해 424명을 기록했다. 예장 통합의 경우 목사고시 응시생 숫자는 2015년 1,570명, 2019년 1,447명, 2021년 1,230명, 지난해 1,099명이었다가 올해 997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강도사·목사 고시 응시생 숫자의 감소 이유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및 교회 주일학교 학생 수 감소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 하락 ▲MZ세대들의 소명감 상실로 인해 초래된 신학대학원 입학률 하락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장로회신학대학교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독교의 대사회적 신뢰도가 악화한 점 등 복합적 요인이 더해져 신학대학원 지원률이 감소하면서 비롯된 결과”라고 했다.

예장 합동 고시부장 나기철 목사는 “최근 저출산과 한국 신학대학원 입학생 숫자가 하락하는 추세에서 젊은 MZ세대들의 목회적 소명 의식 약화가 더해져, 강도사고시 응시생 숫자가 하락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예장 합동 소속 대구 주님교회 담임 김성환 목사는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각종 미디어 범람으로 젊은 세대들 영혼에 복음과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사명감에 불타는 목회를 꿈꾸는 이들이 줄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환 목사는 “광신·칼빈·대신 등 예장 합동 산하 지방 신학교의 졸업생들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 교회들은 교육 전도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가 소명에서 직업 개념으로 변해가면서, 신학대학원 졸업생 대부분이 지방 소도시의 중대형교회보다 서울·수도권 대형 교회 부목사로 부임하길 원한다”며 “아무래도 대형교회 부목사 경력이 다른 교회로 임지를 옮길 때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30대 초반으로 개척목회를 하는 김요환 목사(성혈교회)는 “동료 목사들 대부분이 신학대학원 졸업 이후 수도권의 대형교회 부목사로 부임하길 원한다”며 “이곳에서 설교와 교회 행정을 배우고, 사례비를 안정적으로 받으면서, 향후 목회 이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신대원 졸업생들 사이에선 대형교회 부목사 경쟁률이 높다”고 했다.

김요환 목사는 “단순 소명의식만 갖고 목회에 뛰어들기가 어려운 환경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상가 임차료 등 물질적 어려움과 초기 개척 멤버 부족으로 주위 동료 목사들 가운데는 개척목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목회자가 되면 부닥칠 현실적인 문제가 목회적 소명보다 현실과의 타협을 택하게 한다는 통계도 있다. 기아대책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2022년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부목사 553명을 대상으로 교회 사역 실태 및 인식을 조사해 그해 8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임 부목사의 월 평균 사례비는 260만 원이었다. 1주일 평균 근무 일수는 5.7일,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9.8시간으로 집계됐다. 주 5일 하루 8시간 노동의 일반 직장인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목사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업무량이 너무 많음(47%)’과 ‘사례비가 적어서(46%)’가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교회 규모가 클수록 ‘많은 업무량’,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적은 사례비’가 가장 힘든 점으로 꼽혔다. 교인 수 1천 명 이상 교회의 부목사들 중 힘든 점으로 ‘많은 업무량’을 꼽은 비율은 56%, ‘적은 사례비’를 꼽은 비율은 41%였다. 반면 99명 이하 교회에선 ‘많은 업무량’이 36%, ‘적은 사례비’가 66%였다. 또 향후 사역 진로 계획에 대해 부목사의 49%가 ‘기존 교회 담임목사 부임’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고, 이어 ‘교회 개척’(16%)이었다.

한편, 목사고시 응시생 숫자의 감소는 오히려 양질의 목회자를 가려내는 청신호라는 의견도 있다. 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 박상진 교수는 “과거엔 교회 임지가 적은데도 목회자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부목사 경쟁률이 높았다”며 “교세 축소에 직면한 현재의 목회 환경은 교회 성장을 꿈꾸며 목회자가 되겠다는 욕심과 거품을 빼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목사 응시생 숫자의 감소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어 “신학교들도 이런 계기를 통해 목회자 교육에 있어 양보다 질적 성숙을 꾀해야 한다. 즉 목회 후보생들이 대형교회 부목사 등 안정적인 체제로의 편입과 안주를 추구하기 보다, 개척목회 등 하나님의 부흥을 꿈꾸는 목회적 야성을 키우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성혈교회 담임 김요환 목사는 “소명감이나 목회 비전도 뚜렷하지 않은 이들이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향후 목사가 된다면, 현실의 어려움에 매몰되기 쉽다. 이들이 결국 한국교회의 패배주의를 강화시켜 성도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갈급한 영혼들이 너무나도 많고 이들을 돌볼 교회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목회자 숫자의 감소 추세는 위기가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명을 좇아 영혼을 돌볼 양질의 목회자를 배출할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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