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허정윤 박사
허정윤 박사

지난 5월 23일 작고한 팀 켈러(Timothy Keller)는 미국 뉴욕에서 리디머 교회를 개척한 목사로 국내에서도 그의 저서가 다수 번역 판매되면서 꽤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개혁적 복음주의 변증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칼빈주의 정통을 벗어난 신칼빈주의자(New Calvinist)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창세기 1장과 하나님의 아담 창조를 인정하지 않고, 유신진화론을 부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보수적 교회로부터 유신진화론자로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3. 3.17일 기독교학술원이 제41회 포럼에서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 비판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이에 대해 창조론오픈포럼의 제44회 온라인포럼(2023.11.28.)에서 이윤석 박사가 “팀 켈러의 창조론”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면서 기독교학술원 포럼 참가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기독일보⌋ 2023. 11. 20자 보도). 그가 발표한 글과 강의 동영상 등을 보면, 기독교학술원 포럼에서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했던 주요 참가자들의 사진을 게시하고, 그들의 글과 자료를 다수 인용하면서 그들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팀 켈러는 미국 유신진화론 그룹 ‘바이오로고스’ 홈페이지에 올린 그의 글 “창조, 진화, 그리고 그리스도인 평신도: Creation, Evolution, and Christian Laypeople, 2012”(이하 CECL로 표기한다)에서 창세기 1장의 사실성을 부정하면서 EBP(Evolutionary Biological Process, 진화생물학적 과정)까지는 유신진화론을 수용하고, 그 이상 세계관으로서의 GTE(Grand Theory of Evolution, 거대 진화이론)는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기독교학술원 포럼 참가자들은 정통 기독교적 관점에서 켈러의 견해에 대해 유신진화론이라고 평가했으나, 이윤석은 창조론이라고 평가했다. 필자는 기독교학술원 제41회 포럼에 논평자로 참여하여 참가자들의 글들을 논평했었고, 창조론오픈포럼 제44회 온라인 포럼에도 참가하여 강의를 듣고 자료들을 읽어보았다. 필자는 그런 과정에서 팀 켈러의 관점이 ‘바이오로고스’ 유신진화론의 전부는 아니지만, 유신진화론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것은 사실임을 재확인했다.

이윤석은 이전에도 [복음과 도시]에 “팀 켈러에 대한 허수아비 공격을 우려한다”는 제목으로 기고한 바가 있다([기독일보]: 2023.04.12.자 보도). 이윤석의 두 개의 글을 비교해보면, 제목은 다르지만 주장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팀 켈러는 그가 지지하는 데릭 키드너(Derek Kidner)의 견해를 유신진화론과 오랜 지구 점진적 창조론의 혼합이라고 말하지만, 전통 창조론의 범주를 벗어나 유신진화론에 좀 더 가까운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견해는 오히려 진화적 창조론(Evlutionary Creationism) 범주(유신진화론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어쨌든 기독교인들이 창세기 1장을 부정하는 팀 켈러의 주장에 끌려가면, 기독교 신앙의 토대인 창조주 하나님의 정체성과 성경의 권위를 훼손할 위험성이 매우 크므로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어느 쪽 주장에 타당성이 더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켈러에 대한 지지자들과 비판자들

이윤석은 켈러가 “창조에 대해 남긴 글” 2개를 소개하면서 미국의 유신진화론자 홈페이지 ‘바이오로고스’에 실린 에세이 CECL과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한다』의 6장 “‘과학이 기독교 신앙이 틀렸음을 증명해 낸 거 아닌가’ 한 챕터 밖에 없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켈러의 창조론?”을 물으면서 “이 정도의 글밖에 없는 이에 대해 마치 그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남긴 것처럼 그의 창조에 대한 관점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반문한다. 이 반문이 “팀 켈러의 창조론”을 논술하는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 또는 그가 소개하는 켈러를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것이 어느 쪽이든 팀 켈러가 남긴 이 2개의 글은 창조와 진화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잘 드러내고 있다.

1) 비판자 김병훈

(1) 이윤석은 먼저 기독교학술원 포럼에서 켈러의 비판자로 나섰던 김병훈의 논문 “팀 켈러와 유신진화론”(『신학정론』 게재, 387-426 * 저자는 이 논문이 기독교학술원 포럼에서 발표했던 “팀 켈러의 유신 진화론과 창세기 해석의 문제”를 확대한 것이라고 한다)을 끌어와서 “자신의 잣대로 마음대로 단정하고 비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이라는 말로 평가한다. 이어서 김병훈에게 “판단 자료의 제한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이라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김병훈이 “이 두 개의 글 이외에 켈러가 신앙과 과학에 대하여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줄만한 마땅한 글을 없는 듯하다”고 말한 것처럼 따 놓는다. 그러나 김병훈은 그의 논문에서 “이 두 개의 글은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데에 필요한 충분한 내용을 제공한다”(『신학정론』, 391)고 말한다. 이윤석은 김병훈의 글을 변조해서 인용해놓고 왜곡 비판하고 있다. 무엇을 위하여 이런 황당한 짓을?

(2) 이어서 이윤석은 대부분 그런 사실을 모르는 청강자들에게 “과연 정당한 평가가 가능한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타인의 글을 변조해서 인용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비난받는 행위(허위 사실 유포)이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절대 금기시하며 있을 수 없는 행위이다. 이윤석은 왜 그런 행위를 감행해야 했을까? 그는 앞에서 “이런 정도의 글 밖에 없는 이에 대해 ... 그의 창조에 대한 관점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질문했다. 이 2개의 질문들에서 추정해본다면, 그에게 팀 켈러는 국내에서 유신진화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미 팀 켈러를 유신진화론자로 공인한 상황이다. 과연 이윤석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2) 비판자 리타 샌더스(Lita Sanders)

기독교학술원 제41회 영성포럼 자료의 하나인 “켈러의 CECL에 답함”을 쓴 리타 샌더스는 창조과학적 관점의 여성 창조론자이며, 그런 관점에서 벗어나는 창조론과 유신진화론을 비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윤석은 샌더스가 팀 켈러를 비판하는 관점 3가지를 소개한다.

(1) 창세기 1장을 비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역사성을 부정한다.
(2) 창조 주간 하루의 길이가 24시간이 아닌 더 긴 시간을 의미한다.
(3) 진화라는 생물학적 과정을 수용하고 그 과정에서 아담과 하와가 나타난 것으로 본다.

켈러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샌더스는 그의 관점에서 올바르게 지적했다. 이윤석은 켈러가 유신진화론자는 아니라는 관점에서 샌더스의 글을 비판하고, 기독교학술원이 리타 샌더스의 이름을 ‘Lisa Cosner’로 잘못 표기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Lita의 t를 s로 잘못 읽었던 원고 번역자의 실수일 뿐이며, 리타가 두 개의 성을 쓰기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비난한 이윤석의 실수가 더 커 보인다. 말하자면 기독교학술원을 폄훼하려다가 자신의 얕은 지식을 노출하는 더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기독교학술원 포럼에서 “리타 코스너의 팀 켈러 유신진화론 비판”을 발표한 김윤태는 이런 사실에 대해 각주를 달아 놓고 있다.(기독교학술원 제41회 포럼 자료집 게재). “리타 코스너의 팀 켈러 유신진화론 비판” 각주 80) 코스너는 ... 또 다른 이름 센더스(Sanders)를 사용하기도 하나, 본명은 코스너이다.

3) 비판자 테드 반 라알트(Ted Van Raalte)

이윤석은 라알트가 켈러를 비판하는 관점 두 가지를 소개하고는 그냥 넘어 간다.

(1) 켈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진화를 수용하도록 촉구한다.
(2) 켈러는 아담과 하와에 선행하는 생물학적 조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라알트는 아담과 하와가 최초의 인류였다고 보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라알트의 지적에도 틀린 것이 없다.

4) 비판자 매트 레커(Matt Recker)

[이윤석의 레커에 대한 비판]

(1) 이윤석은 기독교학술원에서 다루지 아니한 미국 뉴욕 헤리티지 침례교회 매트 레커 목사를 비판자로 등장시키고, 교회 홈페이지 주소를 올려 놓았다. 여기에서 레커 목사는 “팀 켈러 창조론의 유신진화론적 관점”이라는 글을 올려 놓고, 그가 켈러의 진화론적 입장을 1998년 [뉴욕 타임즈]의 “Making New Christians”라는 기사를 읽고 처음 접했다고 말한다.

(2) 레커는 켈러가 24시간 하루의 6일 동안에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믿지 않으며, 진화는 리디머(교회)에서 용인되지도 배제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3) 이윤석은 NYT의 기사 제목은 찾을 수 있으나 위 문장은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이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는다. NYT는 구독료를 내면 과거 기사를 볼 수 있다고 광고한다.

(4) 레커는 “팀 켈러 창조론의 유신진화론적 관점”을 part 1-3으로 나누어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적 관점을 날카롭게 분석 비판하고 있다(FBFI National Meeting Workshop, June 14-16, 2016 강의 자료). 레커 목사는 이어서 CECL을 인용하면서 켈러에 대한 비판을 각주에 요약해 놓았다. “Keller는 Biologos 재단 웹사이트에 글을 쓰면서 유신론적 진화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뻔뻔하게 가르칩니다 ... BioLogos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창조하기 위해 진화 과정을 사용하셨다고 믿습니다 …이하 생략”

이윤석이 위 인용문을 보았다면 이어진 이 글도 분명 보았을 텐데 왜 못 본 체하는가? 레커의 켈러에 대한 비판을 이윤석은 소개하지 않지만, 예를 몇 개 더 들어 본다.

[레커의 켈러에 대한 비판]

(1) "자연의 책(그에게 진화를 가르치는 자연과학)을 신의 책"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2) 창세기 1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믿는다. 창세기 1장을 연대순 서술로 해석하는 것을 금지하는 메레디스 클라인(Meredith Kline)을 따른다.
(3) 켈러에게는 신학적인 “적자생존”을 위해 유신론적 진화론이 필요하다.
(4) 진화과학을 의학 및 기술 발전을 가져오는 객관적인 과학과 동일시한다. 그에게 진화론은 과학과 동일하다.
(5) 로마 카톨릭 제도를 참된 교회로 지지하며,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 권위를 지지한다.

위와 같이 네 명의 비판자를 끌어온 이윤석은 이제까지 비판자들의 글을 변조하거나 감추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왜 그랬을까? 그의 목적은 아마도 창조론오픈포럼 참가자(또는 청자)들에게 팀 켈러가 유신진화론자로 비판받을 거리가 없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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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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