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편 90:10

대부분의 노인은 우울하다. 노인 우울증은 뇌의 질병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병세가 좋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우울증은 무시되기 쉬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 몸도 허약해지고 치매 증상도 보이며 당연히 우울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우울증은 불쾌한 감정이나 슬픔 등의 정도가 가벼울 수 있다. 대신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가면 우울증과 같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또한, 노인이 되면 일에서의 은퇴, 주변의 친밀한 사람들과의 사별 등 슬픔이나 애통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늘어난다. 따라서 우울증이 정상적인 슬픔과 혼동되기 쉽다.

 

슬픔과 애통이 다소 이상한 증상과 함께 나타나며, 사라지지 않고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우울증에 걸렸음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경우 상담 전문가나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보고 약물치료를 받는다
슬픔과 애통이 다소 이상한 증상과 함께 나타나며, 사라지지 않고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우울증에 걸렸음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경우 상담 전문가나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보고 약물치료를 받는다 ©Depositphotos

노인들은 정신과적 장애를 수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일반인들보다 더 높기 때문에 주위의 시 선을 두려워한다. 또 간혹 치료비 때문에 치료받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 따라서 노인 우울증은 치료를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져 증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노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노인층에서의 우울증 발생률은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어간다. 또한, 이 노화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 노인이 되면 의존성이 커지면서 우울증으로 인한 장애는 더욱 심각해지므로 노인 우울증은 특히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노인의 자살률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데, 2019년 65세 노인은 46.6명이 자살하였다. 이는 미국 14.3명(2007년), 일본 18.6명(2018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우울증에 걸린 노인 중 많은 경우가 우울증을 병으로 치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만약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인층에서의 자살률은 일반 성인층에서의 자살률보다 높은 편으로, 그 원인으로는 우울증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노년기에는 육체적 상실, 역할의 상실, 관계의 상실 등을 경험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자신의 일에서 은퇴하게 되고, 가까운 사람들을 잃게 되며,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는 등 일생에 있어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반응해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때 보이는 슬픔과 애통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일시적인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슬픔과 애통이 다소 이상한 증상과 함께 나타나며, 사라지지 않고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우울증에 걸렸음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경우 상담 전문가나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보고 약물치료를 받는다.

 

정신 사회적 치료는 노인 환자의 관리에서 꼭 필요하다. 인생에 위기가 닥쳤을 때, 주변에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때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정신 사회적 치료는 노인 환자의 관리에서 꼭 필요하다. 인생에 위기가 닥쳤을 때, 주변에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때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stocksnap

치료되지 않은 우울증은 면역계 등에도 악영향을 미쳐서 다른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데, 노인의 경우 특히 그렇다. 다른 연령층에서의 우울증과 같이 노인도 심리사회적, 생물학적, 환경적, 그리고 유전적 요인들이 우울증을 생기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가족력을 갖기 쉽고 부모로부터 그 자녀들에게 소인이 전달될 수도 있다.

 

유전적인 취약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노인이 걸리기 쉬운 질병, 스트레스, 배우자나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의 이별, 은퇴나 양로원 입소 등 주요 생활사의 변동 등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노인은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항고혈압약이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노인 중에서도 여성이 특히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여성이 호르몬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누군가를 돌보고 같이 지내는 데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여성들이 더 심하게 받는다. 독신자, 사별하거나 또는 이혼하여 혼자된 독거노인들, 그리고 주변에 돌봐줄 사람이 없는 노인들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심장질환, 뇌졸중 및 골반 골절 등의 신체적인 질환도 우울증을 일으키기 쉽다.

노인 우울증은 그 치료 경과가 가장 좋은 편이다. 우울증 진단이 정확하게 내려지면 대부분 약물치료, 심리치료 및 보충제 요법 등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 약물치료로 항우울제가 대부분의 우울증을 가진 노인에게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항우울제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지시대로 잘 복용하는지 여부이다. 또한, 보충제 치료도 유용하다.

노인들은 갖가지 신체적인 질환 때문에 이미 여러 가지 약물들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복합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투여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전기 경련 요법은 그 방법상 편견 때문에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노인 환자에서 부작용이 적으며 효과 좋은 치료법이다. 정신 사회적 치료는 노인 환자의 관리에서 꼭 필요하다. 특히 인생에 위기가 닥쳤을 때, 주변에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때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손매남 박사
손매남 박사

우울증도 당뇨병이나 관절염과 같이 만성적인 질병이다. 지금 당장 좋아졌다고 해서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우울증이 다시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연령층에서와 마찬가지로 좋아진 상태에서도 심리치료 또는 약물치료 등을 6개월 혹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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