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원 교수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원장 서창원 교수 ©기독일보DB

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가 지난 25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홈페이지에 ‘읽는 것을 깨닫느뇨?’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독서 예찬론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사시사철이 독서의 날들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사람들은 책을 가까이 하는 자들보다 멀리하는 자들이 훨씬 많다. 특히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된 상황에서 필요한 지식은 클릭 하나만으로도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널려 있기에 직접 종이 냄새를 맡으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출판시장의 약세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출판사들이 등장하고 있고 책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존재할 것”이라며 “지난 역사 속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단연 성경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 읽히는 책 역시 성경책이다. 왜 그럴까? 단지 기독교인의 경전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내시가 성경책을 펼쳐 읽었다. 그는 여왕의 모든 국고를 맡은 큰 권세가 있는 자로서 예루살렘에서 조국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에 그가 예루살렘에서 목격하고 들었던 광경을 떠 올렸다. 그가 구입한 성경책을 펼쳐 읽었다”며 “하지만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글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독서여서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상당한 식견을 가진 인물이었다. 왕실에 근무하는 내시들은 나름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 왕실의 눈과 귀와 입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책을 읽는 것은 습관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난생 처음 접해본 책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읽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느뇨? 라고 물었다. 그러자 지도하는 자가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뇨? 라고 답하며 다가와 묻는 그를 마차에 올라타게 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그는 빌립이었다”며 “성령의 지시함을 받아 가사로 나아가는 광야길로 왔던 그는 뜻밖에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내시가 읽고 있는 성경은 이사야서 53장이었다. 고난 받는 여호와의 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내시는 즉시 구주 예수를 영접하고 세례까지 받게 되었다. 그는 에티오피아 기독교의 시조가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나는 간다게의 내시가 말한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성경은 학식 많은 학자들이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읽는다고 해서 읽는 것을 다 깨닫지 못하는 심오한 글들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다. 나의 전문 분야는 성경이고 기독교 역사이지만 내 분야도 다 알지 못한다. 하물며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특정인들만을 위한 경전이 아니”라며 “모든 인생들이 들어야할 경전이기 때문이다. 마치 공자나 맹자의 글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듯이 성경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책이다. 그래서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처럼 성경을 읽고 싶어서 구입하고 읽고자 펼치지만 무슨 내용인지 아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교회를 다니는 자들조차도 모른다고 손사래 치는 경우들도 많다. 왜 그럴까”라며 “다른 책과 달리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된 신적 권위를 지닌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하는 자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책에 대한 가르침도 스승이 존재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면 그 분양에 전문소양을 갖춘 교양인이 된다. 그렇지 못하면 덕을 세우지 못하는 무식쟁이처럼 취급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성경은 인간 스승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경의 원 저자이신 성령 하나님의 비춰주심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잘 안 읽히는 것이다. 아니 못 읽는다는 것이 정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사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 보이지 아니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 지혜와 지식의 은사를 수여해주실 수 있는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야 한다”며 “빌립이 성령의 지시하심을 받아 광야 길로 행하는 내시의 행렬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를 깨우치시고자 하신 성령의 뜻이 분명하기에 빌립을 사용하셨다. 눈이 밝아진 내시는 망설임도 없이 즉시 세례를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얻게 된 것이다. 주님께서도 아버지께서 이끌지 않으면 누구도 예수에게 나올 수 없고, 아버지께서 계시하여 주시지 않으면 누구도 아들을 알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특별한 책이다. 인간이 스스로 읽고, 읽고, 또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깨우침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마치 여행객이 여행정보를 책을 통해서 여행지를 다 꿰뚫고 있다고 해서 가이드가 없이 혼자 다니는 것은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 읽고 섭렵한 것이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지만 가이드 없이 혼자서 헤매다 보면 머리에는 남아 있는 지식이 있어도 가슴에 새겨지는 덕은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라며 “가이드의 존재는 절실하다. 마찬가지로 성령 하나님의 지도하심과 곁들여 성경 선생의 도우심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지도하는 자가 없이는 읽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성경”이라며 “더욱이 성경은 영혼의 양식이기 때문에 영적으로 죽어 있는 자들의 손에 들려진 성경은 한갓 철학서적 혹은 윤리서적이나 교양서에 불과한 것이 될 뿐이다. 교양서 하나 안 읽었다고 해서 세상 사는데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듭난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양식”이라고 했다.

아울러 “매일 섭취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며 “항상 곁에 두고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삶으로 실천하는 영적 사람이 크리스천이다. 그는 성경 선생을 존중한다. 성령의 조명하심을 사모한다. 그에 대한 보상은 항상 만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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