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스의 제주 탐방기 촬요(撮要)

1899년 ‘제주 탐방기’를 기록한 피터스 선교사를 먼저 소개하고 그의 탐방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글 최초의 구약성경 『시편촬요』를 번역한 피터스 선교사를 소개함에 있어, 피터스의 첫 번역 성경인 『시편촬요』를 독자들이 더 많이 기억해 주시라고 필자는 이 글의 머리글 제목에 해제(解題)라는 단어 대신 촬요(撮要)를 차용해 썼다. 한자 사전에서 촬요의 의미를 살펴보면, 촬(撮)은 ‘①(모을 촬/사진 찍을 촬) ②모으다, 취합하다(聚合--) ③(사진을)찍다’이고, 요(要)는 ‘①요긴하다(要緊--), 중요하다(重要--) ②요약하다(要約--) ③모으다, 합치다(合--)’라고 설명되어 있다.

피터스가 시편촬요를 발간하기 한참 전 우리의 선조들도 촬요라는 제목의 글을 많이 남겼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들어본 적이 있는 조선시대 흉년에 대비한 내용의 책 구황촬요(救荒撮要)가 1554년(명종 9년)에 진휼청에서 간행되었다. 한자를 처음 고안하던 시기에는 사진기에 대해 상상도 못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사진 찍을 촬’이라는 단어를 만들게 되었는지 이것 참 궁금하다. 최근까지도 장로교단에서는 총회와 노회를 마치고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들과 주요사항들을 ‘요점만 간추려’ 총회·노회 촬요를 발표하고 있다.

 

1899년 피터스가 기록한 제주 방문기 친필 영인본 표지와 내부. 피터스의 제주 방문기는 1899년 4월 13일 자로 발행된 『리포지터리』에 실렸다.
1899년 피터스가 기록한 제주 방문기 친필 영인본 표지와 내부. 피터스의 제주 방문기는 1899년 4월 13일 자로 발행된 『리포지터리』에 실렸다. ©UTS, Burke Library Archive

각설하고, 지금부터 ‘제주 탐방기’의 저자 피터스에 대해 요점을 골라 간추려 소개해 본다. 개신교 선교사로서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한 인물들은 피터스(Alexander A. Pieters)와 켄뮤어(Alexander Kenmure)이며, 또한 개신교 선교사로서 최초로 ‘제주도 탐방기’를 쓴 사람은 피터스 선교사이다. 피터스 선교사는 미국성서공회의 첫 번째 매서인으로 임명되어 1895년 대한국에 와서 한글성경 반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대한국에 와서 미국성서공회의 매서전도인 사역을 하며 한글을 배운지 4년 만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번역한 『시편촬요』로 구약을 한글로 번역한 첫 번째 선교사가 되었다.

 

피터스는 1899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맥코믹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필리핀 사역을 하다가, 1904년 한국으로 임명받아 다시 올 수 있었다.

필자는 유니언신학대학 도서관(UTS, Burke Library Archive)에서 피터스가 1899년 손으로 쓴 ‘제주도 탐방기’를 발굴했다. 여기에 번역해 소개하는 “A VISIT TO QUELPART(제주도 탐방기)”는 1899년 4월 『The Korean Repository』에 처음 수록되었고, 1905년에는 『The Korea Review』 편집부에서 이 탐방기 내용 중 후반부를 2회에 걸쳐 다시 연재해 소개하였다.

 

피터스 선교사의 ‘제주 섬 방문기’(A Visit To Quelpart)가 실린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년 4월 13일 자. ‘제주 섬 방문기’는 1899년 4월 13일, 20일, 27일 3회 연재됐다.
피터스 선교사의 ‘제주 섬 방문기’(A Visit To Quelpart)가 실린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년 4월 13일 자. ‘제주 섬 방문기’는 1899년 4월 13일, 20일, 27일 3회 연재됐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피터스 선교사가 제주도를 탐방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대영성서공회 총무 켄뮤어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인다. 제주도 탐방 여행 시 켄뮤어는 대영성서공회 한국 총무, 피터스는 켄뮤어가 권유해 임명한 대영성서공회 부총무였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러한 켄뮤어와 피터스의 제주도 탐방기에 관한 자료를 먼저 살펴본 후, 피터스가 쓴 ‘제주도 탐방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A VISIT TO QUELPART(제주도 탐방기)”

저자: 알렉산더 A. 피터스(Alexander A. Pieters, 彼得, 1871~1958)
원전: 피터스의 켈파트 탐방기, 유니언신학대학 도서관(UTS, Burke Library Archive)
- 원본은 일기 형식으로, 손글씨로 기록되었음 -

1차 자료

1. “A VISIT TO QUELPART”, 『the Korean Repository』, VOL.1, NO.10. (1899. 4. 13.)
2. Kenmure, 「Pioneering in Korea」, The Bible Society Reporter, July, 1899, p.168
3. 켄뮤어와 피터스가 제주 여행길에 목포에 1899년 2월 21일 들렸다는 기사, 『The Korean Repository』, Vol.1, No.4, March 2, 1899. p.3.
4. 켄뮤어와 피터스가 5주간의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3월 23일 귀경한 소식, 『The Korean Repository』, Vol.1, No.8, March 30, 1899. p.3.
5. 4월 12일 피터스와 대영성서공회 직원들의 동해북부지방 여행 단신, 『The Korean Repository』, Vol.1, No.10, April 13, 1899. p.6.
6. 「New Ground」, British & Foreign Bible Society,1900, p.277

 

제주 탐방여행 시 대영성서공회 부총무였던 피터스 선교사 가족사진
제주 탐방여행 시 대영성서공회 부총무였던 피터스 선교사 가족사진 ©피터스 목사 기념사업회

피터스의 제주 탐방기는 여행 기간 일어난 사건과 생각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어 놓은 것이다. 탐방기 원본에는 출발 일자 이외에는 대부분 정확한 날짜가 쓰여 있지 않다. 필자는 번역을 하며 출발 날짜를 기점으로 하여 『리포지터리』, 그리고 동행했던 대영성서공회 총무 켄뮤어의 보고서를 참조하여 날짜를 추정해 번역문에 표기했다.

 

피터스의 제주 탐방기 원본을 보유하고 있는 유니언신학대학 도서관에서는 이 여행기의 저자를 아펜젤러로 분류해 놓고 있었으며, 이 글이 언제 쓰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저작년도는 18??년으로 분류해 놓고 있었다. 또한 이 자료가 아펜젤러 파일1)에 끼어 있어서 이를 아펜젤러의 순행일기라 생각하여 미국에 있는 조카 베티(Betty Kim)에게 일기 원본을 판독하여 타이핑을 해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이 탐방기의 저자가 피터스 선교사임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이 자료가 선교사(宣敎史)적 가치와 의의를 내포한 의미 있는 선교사의 기록이라고 평가한다. 이 탐방기를 통해 개항 이전 제주도의 현황과 당시 대한국 사회 연구뿐만 아니라 개화기 성경 반포를 위해 성서공회가 어떻게 일을 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특별히 전문 연구자들은 유니언신학대학 도서관 아카이브의 원본 자료를 참조해 기존 발표된 글과 대조해 보기 바란다.

 

전킨 선교사가 처음 타고 온 배
전킨 선교사가 처음 타고 온 배 ©전킨기념사업회

한 세기를 뛰어넘는 시기에 피터스가 손글씨로 쓴 제주도 탐방기를 판독하여 타이핑한 베티와 또한 이를 필자가 번역한 후 꼼꼼히 번역 내용 감수를 해준 장서원 박사(서울대 천문우주연구센터)에게 심심한 감사를 보낸다.

 

부디 이 개신교 선교사의 최초 제주도 방문 자료가 선교 초기 선교사를 연구하는 이들과 선교 사역에 관심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역자로서 보람이라 생각한다.

피터스의 제주도 탐방기

저자: 알렉산더 A. 피터스(Alexander. A. Pieters), 대영성서공회 부총무
역자: 리진만 선교사, 감수: 장서원 박사(서울대 천문우주연구센터)

 

전킨 선교사가 도착한 군산 해변의 오늘날 모습
전킨 선교사가 도착한 군산 해변의 오늘날 모습 ©전킨기념사업회

켄뮤어(Mr. Kenmure)2)씨와 나는 2월 18일 한국 증기선 창룡(Chang Riong)호를 타고 제물포를 떠나 켈파트(제주도)로 출발했다. 오후 6시 30분 제물포를 출발해 다음 날(역주: 1899년 2월 19일) 오전 9시에 첫 번째 기착지인 군산에 도착했다. 우리는 두루 의사(Dr. Drew)와 전킨(Mr. Junkin)3) 선교사를 만나기 위해 해변으로 갔고, 그날이 주일 이어서 한국인들의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약 50여 명의 교인이 참석한 것을 보고 놀랐다. 내가 3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기독교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 원입인은 3명밖에 없었는데, 이제 전킨 선교사의 교회에는 남성 28명과 여성 9명의 등록 교인이 있다. 지난 연례회의 이후에 모든 여성 교인은 입교를 했으며, 그 회의 이후 남자 교인들 수는 두 배로 늘어났다.

교회당은 성도 수에 비해 너무 좁아서 새 예배당 건축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 매 주일 연보 금액은 1.5달러($1.5) 이상이며 새 예배당에 필요한 재정의 상당 부분이 이미 채워져 있다.

몇 년 전 군산에서 관청4)을 다른 도성으로 옮긴 이후 도성은 빠르게 쇠락해갔고, 지금은 주택 수가 이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5월 1일 항구가 개항5)되면 그것은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군산은 창포강(Chang-Po river, 현 금강)6) 하구에 위치하며 항구가 크고 수심이 깊지만, 만조 때에만 대형 증기선이 통과할 수 있는 약점이 있다. <계속>

군산 대야 만자산교회 여성도들
군산 대야 만자산교회 여성도들 ©전킨기념사업회

[미주]
1) 피터스의 제주탐방기는 현재 UTS, Burke Library Archive, Missionary Research Library Archives: Section 8에, Henry Gerhard Appenzeller Papers, 1883-1902 자료에 포함되어 있어 도서관 사서에게 이 여행기의 작성 년대는 1899년, 저자는 피터스 선교사임을 필자가 알렸다.
2) 1895년 10월 입국한 켄뮤어(Alexander Kenmure, 慶有顯)는 대영성서공회 총무로서 이듬해 5월 한국지부를 공인받고 성경반포사업에 큰 역할을 했다. 1898년에는 미국성서공회 매서인 활동을 하던 피터스를 대영성서공회 부총무에 임명해 함께 사역했다. 그는 1905년 4월 20일 밀러가 임시 총무로 선출될 때까지 총무로 근무했다.
3) 1896년 군산에 선교기지를 개설하여 부임하였다. 그곳에 고아원을 설립하며 전도와 사회사업에 힘을 썼으며 1908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승태·박혜진, 1994, 『내한선교사총람, 1884-1984』, 한국기독교역사교육연구소, 324쪽.
4) 갑오개혁(甲午改革) 1894년(고종 31) 7월부터 1896년 2월까지 기간 중 군산 해안에 위치해 있던 군산진과 군산창의 이전을 말한다. 군산대 구희진 교수 자문 내용.
5) 청일전쟁 이후 1899년 5월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었으며, 1899년 5월 4일에 칙령(勅令) 제15호 , 「각항 시장감리서(市場監理署) 관제와 규칙에 대하여」를 비준하여 반포하였는데, 제6조에 보면 옥구(군산포)에 감리서를 두었고, 제9조 감리는 관찰사와 대등하게 문건을 발송하고 목사, 부윤, 군수 이하는 훈시하거나 지시한다. 고종실록 권39.
6) 창포강이라는 별칭에 대해 군산문화원 관계자, 군산대학 역사학 교수 등에 문의를 했지만 이들은 금강이 창포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했다. 피터스 방문기 원본에는 “Kunsan is situated at the mouth of the river, and the harbor is very large and deep”으로 되어 있어 원본 문장에 편집자가 “Chang-Po”를 넣었고 뒷문장의 “very”는 삭제된 것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금강이 당시 창포강이라 불렸는지는 앞으로 더 연구할 사항으로 남긴다.

 

리진만 선교사

※리진만 선교사=우간다와 인도네시아 선교 사역을 마치고 현재는 선교 초기 한국에 온 선교사들의 자료를 발굴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매서인(권서)은 교회설립의 선구자였다』 『국제회의 기획 운영』 등이 있으며 존스, 왐볼드, 아펜젤러, 피터스 등의 선교여행기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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