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국적법 개정에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법무부가 외국인 자녀의 국적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점점 심화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법의 하나로 외국인 자녀의 국적 취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대상자의 95%가 중국인이라는 데에 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은 한국 영주권을 지닌 외국인 자녀에 대해 기존 필기시험·면접 등 국적 취득 절차를 생략한 채 단순 신고만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20년 기준으로 총 3,930명이 혜택을 보게 되는데 이 중 94.8%인 3,930명이 중국 국적의 조선족과 화교 자녀들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국에 나라를 팔아 넘기냐”는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28일에 등장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청원인은 “국적법 개정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자유민주주의와 한민족을 지켜야 한다”며 개정안 철회를 주장했다. 이 청원은 28일까지 동의자가 30만 명을 넘었다.

반대 여론에도 법무부는 26일 ‘국적법 개정안 관련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켜 보겠다는 의도였으나 오히려 끓는 가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하필 공청회에 참여한 패널들이 모두 개정안에 찬성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여론이 폭발한 것.

온라인 공청회 패널 박정해 변호사는 “국내에서 출생한 아동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들에게 국적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국적법 개정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 진입, 아동 미성년자 보호 등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패널인 라휘문 성결대 행정학부 교수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정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혈통주의만을 고집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며 국적법 개정에 적극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온라인 공청회 패널들이 일방적으로 국적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데 반해 이를 시청한 국민의 생각은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27일 오후 4시까지 해당 동영상을 본 10만여 명 중 9만6000명이 ‘싫어요’를 누른 반면에 좋다는 의견은 180건에 불과했다.

온라인 공청회를 시청한 대다수 국민은 “중국인 원정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 “중국인들이 복지 혜택만 누리고 성인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 “나라 팔아먹는 현대판 을사오적” 등의 극단적인 주장도 있어 국민적 거부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드러냈다.

법무부는 내심 국민의 이해를 바라고 마련한 온라인 공청회가 되려 벌집을 쑤신 듯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6월 7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수집된 의견을 검토한 후 최종안을 국회로 넘기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예정된 수순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공을 떠안게 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처리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참패한 여당으로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한중문화타운’ 논란에 이어 거센 역풍에 휘말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과 화교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최근 확산하는 반중 정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역사왜곡 논란 끝에 시청자들의 항의로 방영 2회 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한중문화타운’이 청와대 철회 청원 폭주로 무산된 것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

이런 반중 정서의 뿌리가 중국에 있다면 그걸 키운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 주권국가로서 외교 안보 차원에서 당당히 맞서기보다 굴욕에 가까운 친중 유화정책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국민적 반발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베이징을 방문해 국가 원수로서 혼자 밥을 먹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중국몽은 중국만의 꿈이 아니다.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중국 찬가를 불렀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신년 전화통화에서는 대놓고 “중국공산당 1백주년의 성과를 감축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적법에 반대하며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등의 극단적인 주장은 과도한 논리의 비약이자 비이성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인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중국인에게 한해에 천여 명 국적을 준다고 나라에 큰 위기가 닥칠 것처럼 여기는 것은 과도한 걱정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오래 거주한 외국인에 대해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는 해외 주요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검토해 볼만한 제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대상이 중국인에게 집중되고 혜택 또한 주로 중국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가 내세운 외국인에 대한 국적 취득 간소화의 근거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과 순혈주의 극복에 있다. 특별히 중국인에게 혜택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국적법 개정은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과연 한해에 천여 명씩 외국인, 특히 중국인에게 국적을 나눠준다고 저출산 고령화, 순혈주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해결되리라 보는가. ‘신(新)사대주의’라는 비판까지 받는 ‘저자세’ ‘친중 편향’ 정책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갈등을 더는 유발하지 말고 해당 법안을 즉시 폐기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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