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엽
김명엽 교수는 한국지휘자협회 고문이었으며 제66회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고, 현재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과 서울바하합창단 지휘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명엽 교수 제공

“찬송이란 무엇입니까?” 성가대 세미나를 열 때마다 묻는 첫 질문입니다. 교인들은 한 결 같이 곡조 있는 기도라고 대답하지요. 저는 되묻습니다. 그건 남의 얘기고요, 당신에게 찬송은 무엇입니까 라고.

에스겔서 37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나타나 그를 산골짜기로 데려갑니다. 산골짜기에는 바싹 마른 뼈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선 이 뼈들을 살려내라고 하십니다.

“이에 내가 명을 쫓아 대언하니 대언할 때에 소리가 나고 움직이더니 이 뼈 저 뼈가 들어맞아서 뼈들이 서로 연락 하더라. 대언할 때에 소리가 나고 움직이며 이 뼈, 저 뼈가 들어맞아 뼈들이 서로 연결되더라. 내가 또 보니 그 뼈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그 위에 가죽이 덮이나 그 속에 생기는 없더라.”(겔37;7-8)

이 말씀을 대할 때마다 어쩜 내가 성가 연습하는 과정과 그렇게 똑같을까 생각하지요. 이 자연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성가대의 합창연습 요소들을 대입하여보면 소리와 움직임은 리듬과 멜로디요, 들어맞음과 연결은 융합(Blending)과 균형(Balance), 힘줄과 살은 강약(Dynamics)과 속도(Tempo), 그리고 가죽은 발성(Tone)과 발음(Diction), 분절(Articulation)과 악구(Phrase)라고. 리듬과 멜로디는 음악의 기본, 강약과 속도, 분절과 악구는 연주의 기본, 발성과 발음은 성악의 기본, 융합과 균형은 합창이나 합주 같은 앙상블의 기본입니다. 이렇게 합창의 기본 요소들을 빠짐없이 훈련하여 훌륭한 음악을 연주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합창의 요소들로 음악을 잘 만들었는데 무언가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것은 생기(生氣)입니다.

생기란 무엇일까요? 우리말 성경에 생기로 번역된 히브리어 원어는 ‘루아흐’(רוּחַ)라 합니다. 루아흐를 성경에선 생기(창2;7), 영(창1;2), 바람(창8;1), 입김(욥15;30), 성령(시51;11)으로 번역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의 루아흐가 운행하였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1;2)

하나님은 창조의 여섯째 날에 사람을 창조하시며 아담의 육체에 생기를 불어넣어 생령(生靈)이 되게 하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2;7)

생기는 하늘나라 백성의 언어입니다. 미국 사람과 대화하려면 영어를 모르면 안 되듯이 하나님을 만나려면 생기, 곧 하나님의 영이 없으면 안 됩니다. 영으로 예배를 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답은 시편 100편에 있습니다.

“온 땅이여 여호와께 즐거운 찬송을 부를지어다. 기쁨으로 여호와를 섬기며 노래하면서 그의 앞에 나아갈지어다. 여호와가 우리 하나님이신 줄 너희는 알지어다. 그는 우리를 지으신 이요 우리는 그의 것이니 그의 백성이요 그의 기르시는 양이로다. 감사함으로 그의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의 궁정에 들어가서 그에게 감사하며 그의 이름을 송축할지어다.”(시100;1-4)

시편 100편의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 찬송은 하나님의 집입니다. 4절에 “찬송함으로 그의 궁정에 들어가서”라 했습니다. 시편 22편에서도 “이스라엘의 찬송 중에 계시는 주여” 하지 않습니까. 교회는 찬송하는 사람들의 무리이니 하나님의 집이요, 우리 가족이 찬송하면 가정이 천국이요, 내가 찬송하면 내 몸이 하나님 계시는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둘째로 천국의 문은 감사의 문입니다. 4절에 “감사함으로 그의 문에 들어가며”라고 되어있지요. 하나님의 궁정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감사의 마음 없이 노래한다면 그것은 찬양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셋째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기쁨의 길입니다. 2절에 “기쁨으로 여호와를 섬기며 노래하면서”라 하지 않았습니까? 찬송의 기본은 기쁨입니다. “사람의 첫째 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장로교 요리문답집의 첫 번째 질문입니다.

“사람의 첫째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를 즐기는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영원토록 그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문장을 잘 살펴보십시오. 나는 즐겁지 않고 하나님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이 곧 내가 “즐기는 일”입니다. 영어로 이야기 하자면 하나님을 엔조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엔조이하지 않습니까? 사람의 첫 째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즐기는 일(Enjoy God!)입니다.

에스겔의 본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또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너는 생기를 향하여 대언하라. 생기에게 대언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죽음을 당한 자에게 불어서 살아나게 하라 하셨다 하라.”(겔37;9)

“이 죽음을 당한 자”란 말씀에 주목해보죠. 생기가 없는 음악은 곧 죽은 음악이란 말 아닙니까? 으스대며 자랑스레 불렀던 그 많은 노래들이 죽은 음악이라뇨? 얼마나 죽은 음악을 불렀을까요?

“이에 내가 그 명령대로 대언하였더니 생기가 그들에게 들어가매 그들이 곧 살아나서 일어나 서는데 극히 큰 군대더라.”(겔37;10)

‘죽음을 당한 자’에게 생기가 들어가면 곧 살아 일어섭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극히 큰 군대가 됩니다. 군대는 적을 향해 무찌르고 대포를 쏘아 부숩니다. 찬송은 우리의 심령을 부숩니다. 하나님의 숨결로 노래할 때 기쁨이 생기고 감사가 넘치는 권능 있는 찬양이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찬송의 신비입니다.

칼 바르트는 “음악! 그것은 하나님의 숨결이 머무시는 곳”이라 했습니다.

김명엽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을 역임했던 김명엽 교수 ©김명엽 교수 제공

***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엽 교수(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프로필>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역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 역임
한국지휘자협회 고문
제66회 서울시문화상 수상
현)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서울바하합창단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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