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라임과 므낫세에게 축복하는 야곱(Jacob blesses Ephraim and Manasseh)ㅣ모건바이블(일명 마치에요프스키성경·The Morgan Bible also called the Maciejowski Bible)ㅣ북부 프랑스지역(the northern counties of France)ㅣ1250년 경   ©뉴욕 모건도서박물관(The Pierpont Morgan Library) 소장

[기독일보=강정훈 교수] 늙은 할아버지가 높은 의자에 올라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평안한 모습으로 두 손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옆에 선 두 사람과 고개를 숙인 두 손자도 표정이나 자세가 이상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흰 구레나룻 수염이 난 이 할아버지는 130세 나이의 야곱이다. 푸른색 도포를 두르고 유대인들이 즐겨 쓰는 빵떡모자를 쓴 야곱은 유대인의 조상으로서는 으뜸인 인물이다.

기원 전 15세기에 야곱은 어릴 적에 죽은 줄 알았던 가장 사랑하던 아들인 요셉의 초청으로 애굽(이집트)에서 살게 되었다. 요셉은 애굽에 팔려 와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파라오 황제의 신임을 받아 총리대신이 되어 있었다. 야곱은 파라오 황제를 처음 알현할 때에도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130년이며 험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하고 말하고는 대뜸 파라오에게 축복한 당당하고 뼈대 있는 노인이었다.

그가 늙고 병들어 임종하기 전에 아들 요셉에게 이집트에서 자라난 손자들을 데려오게 하고 축복 기도를 하고자 한다. 여호와를 섬기는 유대인들에게는 능력의 상징인 오른손으로는 장자에게 축복하여야 한다. 따라서 총리인 아들 요셉은 그의 맏아들인 붉은 옷 입은 므낫세를 할아버지 오른 손 앞에 앉게 하였고, 왼손 앞에는 자주색 옷을 입은 요셉의 둘째아들 에브라임이 무릎 꿇고 있다. 요셉의 아내인 제사장의 딸인 아스낫도 푸른 옷을 입고 그 옆에 서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손자의 머리에 축복하면서 갑자기 팔을 어긋맞게 얹어서 오른손을 아우의 머리에 올리고 왼손을 장자에게 올렸다. 아들과 며느리가 할아버지에게 "그리하지 마소서"하며 손을 흔들며 만류하고 있으며 두 손자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나도 안다, 하지만 형 보다 아우가 더 큰 자가 되리라"하며 축복기도를 하고는 이 두 손자를 자기의 아들로 삼아 상속권을 주겠다고 선포한다. 결국 요셉은 서열상 열한 번째이나 장자와 같은 갑절의 축복을 받았다.

손자에게 축복을 마친 야곱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열두 아들을 불러 마지막 축복과 예언을 한다. 이 고집불통 할아버지는 여기서도 예상 밖의 축복을 한다. 아들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축복과 예언을 선포하는데 육신적으로 장자인 르우벤이 허물이 있다하여 장자권을 박탈하고 유다와 요셉에게 장자로서의 갑절의 축복을 내린다.

할아버지는 위대하다. 야곱의 축복과 예언은 그대로 적중되었다.

야곱의 자손들이 애굽에서 430년간 노예 같은 삶을 살다가 모세의 영도 아래 애굽을 탈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점령하기 위한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할 때 제1차 인구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12지파 중 유다와 요셉(두 아들)의 자손들이 번성하여 인구가 가장 많았다. 광야를 행군할 때는 성막 일을 담당하는 레위지파를 제외시키고 그 대신 요셉의 두 아들 에브라임(아우)과 므낫세(형)지파를 12지파의 수장으로 승격시켰다. 12지파를 전투대형으로 배치할 때의 제1사령관은 유다, 그리고 제3사령관은 에브라임지파이었음을 보아도 축복의 효험이 뚜렷하다.

가나안땅을 정복한 후에 제비를 뽑아서 땅을 분배할 때에도 이상하게도 유다와 에브라임지파가 좋은 땅을 우선적으로 먼저 차지하였다. 어디 그 뿐인가? 남부 유대왕국의 왕은 다윗 이후 유다지파가 왕권을 계승하였고 북부의 이스라엘 왕국은 에브라임 지파가 왕이 되어 주도하는 축복을 받았다. 유다지파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배출한 영광을 차지하였다.

성경을 읽다가 눈도 어둡고 육신을 가누기 힘든 노경에 자식들에게 한 야곱 할아버지의 축복과 예언이 성경 구석구석 마다 성취되는 것을 보면 깜짝 깜짝 놀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할아버지 야곱은 젊은 시절에 사랑하는 라헬을 아내로 들이기 위해 14년간 처가에서 머슴살이를 했던 정열이 넘치는 불굴의 사나이였으며, 그가 귀향할 때에는 믿음의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이 여호와로부터 받은 언약을 생각하며 천사와 씨름까지 하면서 얻은 새 이름이 '이스라엘'이었다. 먼 후대에 그의 후손인 유대인들이 2000년 동안 고향을 등지고 전 세계를 유랑 하다가 1948년 독립할 때에 이 위대한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나라 이름을 이스라엘로 하였다.

이 땅의 할아버지는 날로 왜소해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성경대로 믿음을 지키며 축복권을 가진 할아버지는 예나 지금이나 실로 위대하다 하겠다.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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