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인교회 목회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현재 영적 ‘번 아웃’(소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약 70%가 향후 10년 안에 한인교회의 쇠퇴를 전망해 오늘 이민 목회 현장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가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미국 PCA(미국장로교) 교단 소속 한인교회 담임목사 1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인교회 목회자의 41%가 자신이 영적으로 '소진된 상태'라고 응답했다.
'번 아웃'(Burn out)이란 ‘불이 타서 꺼진’ 상태를 말한다. 사람의 내적 에너지와 의욕이 완전히 소진된 걸 의미한다. 영적 ‘번 아웃’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음을 향한 영적 에너지가 고갈돼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 상태에 빠진 걸 뜻한다.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원상 회복된다. 하지만 ‘번 아웃’ 상태가 되면 내 안에 모든 의욕이 완전히 불타버려 스스로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미주 이민교회 목회자들이 경험하는 영적 ‘번 아웃’의 경우 힘든 목회과정에서 동반되는 수다한 문제가 원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교회가 장기간 정체 상태에 놓이거나 내외부적 환경 요인에 의해 그동안 피땀 흘러가며 어렵게 쌓아 올린 헌신의 결과가 한순간에 무너지면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교회 약 1만 교회가 문을 닫거나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확한 수치를 헤아릴 순 없지만, 중소형 교회들이 출석 성도 수가 줄고 재정 상태가 악화된 건 사실이다. 이민교회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재미한인기독선교재단(KCMUSA)이 팬데믹 때인 2021년에 발표한 미주 한인교회 통계에 의하면 미주 지역 내 한인교회는 2798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조사 때 3514개와 비교할 때 무려 20%인 658개나 감소한 수치로 불과 2년 만에 한인교회 5곳 중 1곳이 사라진 거다.
교회 문을 닫거나 곧 닫아야 할 처지의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가 겪어야 할 심적 고통의 무게는 일반 교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교회가 문을 닫아도 교인은 다른 교회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목회자는 그 교회와 함께 모든 것이 침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영적 ‘번 아웃’의 경우 단순히 스트레스나 정서적 피로가 줄어드는 것만으론 해소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정서적인 결핍과 함께 원인을 줄일 현실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거다.
팬데믹 기간에 미주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진 ‘위 브릿지’(We Bridge) 사역에 힌트가 있다. 이 사역은 영적 ‘번 아웃’ 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목회자들을 위해 교회와 교회가 다리가 되어 소통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서로 가슴을 여는 데서 시작됐다. 목회자에게 찾아오는 고립감과 우울증이 목회 절벽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모든 지체가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는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사역이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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