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면 많은 한국 가정이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드리지만, 기독교 가정에서는 차례 대신 ‘가정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점차 늘고 있다. 전통적 유교 예식을 신앙적 이유로 대신하기보다는, 가족이 함께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리며 화목과 추모의 마음을 나누는 방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명절 가정예배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최근에는 교회 차원에서 순서지와 설교문을 제작해 배포하면서 더욱 체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대 간 신앙의 접점을 마련하고, 명절에 발생하기 쉬운 갈등을 신앙 안에서 풀어가려는 시도가 배경으로 꼽힌다.

제사 대신 ‘신앙 고백의 자리’로

기독교가 제사를 드리지 않는 이유는 우상 숭배를 금하는 성경적 신앙에 근거한다. 대신 많은 교회들은 ‘추모예배’ 혹은 ‘명절 가정예배’를 통해 돌아가신 어른들의 삶을 기억하고, 남은 가족의 화목과 믿음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를 권면한다.

이는 단순히 제사를 대체하는 형식이 아니라, 명절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라는 평가다. 새해의 복을 비는 대신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을 구하고, 조상을 ‘신격화’하기보다 그 삶을 감사로 기억하는 방식이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다스리는 가정”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오륜교회는 2026년 설 명절을 맞아 ‘설 가정예배 순서’를 교인들에게 배포했다. 순서지에 따르면 예배는 묵상기도, 찬송(‘복의 근원 강림하사’), 대표기도, 성경봉독, 설교, 찬송(‘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합심기도, 주기도문 순으로 진행된다.

본문은 골로새서 3장 15~17절이며, 설교 제목은 ‘그리스도의 평강이 다스리는 가정’이다. 설교문은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는 말씀을 중심으로, 가정 안에서 자존심이나 감정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평강’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라는 구절을 통해 말씀이 손님이 아니라 ‘집주인’으로 자리해야 한다고 권면하며, 명절의 분주한 일상조차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행할 것을 당부한다.

기도문에서도 “말씀이 풍성한 가정”, “기도의 무릎이 있는 가정”이 되게 해 달라는 간구가 담겼다. 이는 명절을 단순한 가족 행사로 끝내지 않고, 한 해의 신앙 방향을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상황이 아니라 보좌를 바라보라”

분당우리교회 2026 설날 가정예배 순서지
분당우리교회 2026 설날 가정예배 순서지 ©분당우리교회
분당우리교회 2026 설날 가정예배 순서지
분당우리교회 2026 설날 가정예배 순서지 ©분당우리교회
분당우리교회 2026 설날 가정예배 순서지
분당우리교회 2026 설날 가정예배 대표기도 및 설교 예문 ©분당우리교회
경기 성남시에 있는 분당우리교회 역시 ‘2026 설날 가정예배 순서지’를 통해 교인들의 가정예배를 돕고 있다. 예배는 묵상기도, 신앙고백, 찬송, 대표기도, 성경봉독(이사야 6:1~8), 설교, 합심기도, 주기도문 순으로 구성됐다.

설교는 이사야가 절망적인 시대에 ‘높이 들린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을 본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설교문은 “흔들리는 상황이 아니라 여전한 보좌를 바라보자”고 강조하며, 가정의 형편이나 건강, 미래에 대한 염려보다 여전히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신뢰하자고 권면한다.

또 명절에 모인 가족들이 서로의 허물을 지적하기보다 “격려의 입술”이 되자고 제안하며, 일상의 자리에서 ‘예배자’로 살아갈 것을 결단하자고 촉구한다. 대표기도문 역시 “상황보다 크신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게 하옵소서”라는 고백을 담고 있다.

명절 갈등을 넘어 신앙의 접점으로

목회자들은 명절이 가족 간 갈등이 표면화되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결혼, 진로, 신앙 문제 등으로 긴장이 형성되기 쉬운 자리에서, 가정예배는 서로를 정죄하기보다 격려하고 축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자녀 세대에게는 명절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제사를 경험하지 않는 대신, 말씀과 기도로 가족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교계 관계자는 “명절 가정예배는 단순히 제사를 대신하는 소극적 선택이 아니라, 한국 문화 안에서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 응답”이라며 “앞으로도 교회 차원의 지원과 자료 제공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날, 같은 밥상을 나누는 시간 속에서 ‘복’을 비는 대신 ‘평강’을 구하는 기도. 명절 가정예배는 한국 기독교 가정이 전통과 신앙 사이에서 선택한 하나의 문화적·신앙적 자리로 점차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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