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강의주제, '성서·관상기도·역사·찬송' 등
구약 지도자상 통해 본 목회자의 정체성
예언·제사·지혜의 균형, 에스라의 모범으로 제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제8회 한양대학교 목회자영성세미나 이튿날에 목회자들의 영성을 깨우고 회복할 강의들이 진행됐다. 이날 강의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세 축을 조명한 구약학 강의와, 기도의 본질을 회복하는 '현존기도'를 다룬 영성 강의로 구성됐다.
2일 오전, 차준희 교수(한세대학교 구약학)가 '영성과 성서'를 주제로 둘째 날 첫 강의를 전했다. 차 교수는 구약의 지도자상을 분석하며 오늘날 목회자가 견지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역할인 △예언자 △제사장 △지혜자를 설명했다.
그는 예레미야와 이사야의 소명 장면을 언급하며 "성공이 아닌, 하나님 앞에 순간순간 올바로 서는 것이 소명자의 승부처"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님은 완성된 사람을 부르지 않고, 부르신 후 만들어 가신다"며 소명자에게 요구되는 신앙적 태도를 짚었다.
이어 구약에 나타난 목회자의 세 축을 소개했다. 첫째, 예언자는 공동체를 위해 중보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를 가감 없이 전하는 사람이다. 차 교수는 "리더의 영향력은 중보기도의 양과 비례한다"며, "메신저인 예언자 자신이 곧 메시지"라는 말로 삶으로 증언하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둘째, 제사장은 기록된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예배가 온전하게 드려지도록 돕는 전문가다. 그는 "말씀의 샘이 마르면 사역은 죽는다"며, 본문을 깊이 해석하며 주석을 토대로 성경을 설교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 지혜자는 경청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지혜를 나누는 사람이다. 차 교수는 솔로몬이 구한 '레브 쇼메아(듣는 마음)'를 언급하며 "지혜로운 지도자는 말보다 먼저 듣는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오늘의 목회자는 계시된 말씀(예언자), 기록된 말씀(제사장), 경험된 말씀(지혜자)을 균형 있게 세워야 한다"며, 연구하고 실천하고 가르쳤던 에스라를 모범으로 제시했다.
한국교회 기도 문화 진단... 관상목회로 시선 전환 촉구
"점(문제)에 갇힌 신앙, 바탕(하나님 현존)으로 옮겨야"
둘째 날 두 번째 강의에서 이민재 목사(은명교회)는 '영성과 관상기도'를 주제로, 문제에만 시선을 고정하는 한국교회의 기도 문화를 비판하고 '바탕사고'와 '현존기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목사는 시험지의 검은 점만 보느라 넓은 흰 여백을 보지 못하는 비유를 들며, 건강·재정·관계 문제 같은 특정 문제에만 집중하는 '점사고'를 지적했다. 반대로 삶 전체를 하나님의 현존이라는 배경 속에서 바라보는 '바탕사고'가 신앙의 기본 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브람이 장막 안에서 '자식이 없다'는 문제만 바라보던 시선을, 하나님이 별 가득한 밤하늘로 옮기게 하신(창 15장) 장면이 바로 그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의 전형적인 통성기도가 문제를 나열하며 오히려 문제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한계를 짚었다. 대신 관상목회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하나님이 무엇을 하시는가"에 주목하고, 고통과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이 일하시는 신비를 분별하는 영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회를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라 하나님의 현존이 충만한 살아 있는 몸"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통성기도와 침묵기도 사이를 잇는 실천으로 '현존기도'를 소개했다. 현존기도는 "하나님, 주님은 앞에서 나를 인도하십니다. 주님을 사랑합니다. 아멘, 아멘, 아멘"과 같이, 하나님의 현존 방향(앞·뒤·위·아래 등)을 고백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짧은 기도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그는 "기도가 문제 해결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님의 현존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될 때 신자의 존재 자체가 변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목회자영성세미나는 '영성'을 핵심 주제로 공동체, 기독교 역사, 찬송, 목회, 에니어그램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조별 나눔과 토론을 통해 각자 목회 현장에서의 적용을 나누며 영성을 새롭게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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