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태아를 ‘수정 후 자궁 내 착상해 심장박동이 확인된 사람’으로 정의하고, 10주 이상 태아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낙태 관련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계는 이 개정안이 태아 생명을 인간의 생명으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태여연)은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배숙 의원의 법안은 만삭 태아까지 낙태를 허용하려는 극단적 입법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생명보호 논의를 제도권에서 되살린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가 이번 형법 개정안을 통해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권리가 조화되는 입법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여연이 언급한 낙태 관련 ‘극단적 입법 시도’란 지난 7월 11일 더불어 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 등이 형법 개정 없이 만삭 낙태와 약물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단독 개정안을 발의한 걸 뜻한다. 이 개정안에 대해 기독교계뿐 아니라 가톨릭, 의료계까지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빌미로 낙태 허용 기간 제한을 사실상 없앴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수술, 즉 낙태에 대해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걸 개정안이 “약물이나 수술 등 의학적인 방법으로 배출시켜 임신을 중지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수정함으로써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로 제한했던 낙태 허용 기간을 삭제한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남 의원의 개정안이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란 문구를 삭제하는 바람에, 모체의 밖으로 아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간이 아닌 산모의 부속물로 간주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자연분만이나 제왕 절개 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심지어 만삭인 상태에서 낙태해도 무방해진다는 지적이다.

교계는 남 의원의 개정안을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反) 생명적 입법으로 간주해 반대하고 있다. 태여연은 “임신 6주면 심장박동이 들리고, 10주면 인간의 형상을 이루며, 20주 이후에는 생존이 가능하다”며 “수정 순간부터 보호받아야 인간 생명”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이는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낙태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혼란은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당시 헌재가 “태아의 생명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최적 조화를 이루도록 2020년 말까지 형법을 개정하라”고 했으나 그 이후 국회가 20·21대에 이르도록 입법 의무를 방치한 결과물인 셈이다.

문제는 입법 공백 상태에서 음성적인 낙태가 만연하자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법안을 들고나옴으로써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데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임신 22주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 말고는, 모든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한 지적인 것이지 모든 낙태를 허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여당 일부 의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마치 낙태죄 위헌 요소의 전부인양 곡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실 당시 헌재가 낙태죄에 있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헌재의 헌법 불합치 판결이 여성의 자기결정권만을 고려한 판단이 아니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판단의 전제에서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태아의 생명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가치이자 권리임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낙태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낙태약 도입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정부가 태아 보호를 위한 어떠한 선행 조치 없이 낙태약 도입으로 모든 낙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에 생명 경시 풍조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정부가 낙태약을 도입하는 마당에 병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쉽게 생명을 죽이는 환경이 조성될 게 뻔하지 않은가.

조해진 의원이 얼마 전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반려동물도 학대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데 하물며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태아 생명을 살해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제정하겠다는 건 약자 보호를 외치는 자들의 위선”이라고.

어머니의 태중에서 육체와 함께 지각과 감정과 의지가 자라는 독립된 인격체를 함부로 해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단지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약자인 태아의 생명을 마음대로 끊으려는 반 생명적 입법 시도에 맞서 “태아의 생명을 인간의 생명”으로 규정한 조 의원의 법안 발의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낙태 천국’이 아닌 인간 생명보호의 소중함이 진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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