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셉 목사
김요셉 목사(기독교한국 대표, 평택사랑의교회 담임)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 내세우는 '2033 비전'의 본질은 복음주의의 신학적 경계를 허물고 로마 가톨릭, 신사도 운동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033년까지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이라는 구호는 표면적으로 복음 전파를 위한 거룩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그 기원과 추진 방식을 면밀히 살펴보면 심각한 신학적 혼란과 정체성의 위기를 드러낸다.

​2025년 WEA 서울총회의 주제, “모든 이에게 복음을 2033을 향하여(The Gospel for Everyone by 2033)”는 독창적인 비전이 아니다. 이 슬로건은 로마 가톨릭이 선도하는 ‘글로벌 2033(Global 2033)’ 캠페인의 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가톨릭은 이미 예수님 부활 2000주년을 기념하며 전 세계적 복음화를 추진 중이며, WEA는 이 흐름에 그대로 편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비전은 신사도 운동의 핵심 단체인 ‘Empowered21’이 추구하는 2033년 비전과도 동일한 목표를 공유한다. 이들은 2033년까지 성령의 능력과 임재를 통해 모든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국 WEA의 '2033 비전'은 복음주의 고유의 신학적 입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과 신사도 운동이라는 이질적인 두 세력의 목표를 그대로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는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한다.

​"WEA 서울총회 주제는 로마 가톨릭이 선도하는 ‘글로벌 2033’의 주제와 같다. 또한, 신사도 운동 단체인 ‘Empowered21’이 추구하는 2033년 비전과도 유사함을 보인다. 이로써 WEA가 그동안 추진해 온 로마 가톨릭과의 연합과 일치 및 근래 신사도주의자들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이러한 연합 운동의 중심에는 릭 워렌(Rick Warren) 목사와 그의 ‘P.E.A.C.E. 플랜’이 있다. 릭 워렌은 ‘남은 과업 완수(Finishing the Task, FTT)’ 운동을 이끌며 WE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의 P.E.A.C.E. 플랜(교회 개척, 지도자 양성, 빈민 구제, 병자 돌봄, 차세대 교육)은 ‘2033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 제시된다. 문제는 릭 워렌이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복음주의와 로마 가톨릭의 연합을 넘어 이슬람, 유대교 등 비기독교 세력과의 연대까지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마을에 있는 '평화의 사람(man of peace)'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평화의 사람'은 기독교인일 필요가 없으며 무슬림이나 유대인일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이는 복음의 유일성과 배타성을 포기하고 사회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모든 종교를 아우르려는 명백한 종교다원주의적 시도다.

WEA 서울총회 로고
WEA 서울총회 로고 ©WEA

WEA의 '2033 비전'은 '복음 전파'라는 명분을 내세워 실제로는 복음주의의 신학적 정체성을 파괴하는 운동이 되어버렸다. 종교개혁의 후예인 복음주의가 구원론, 교회론, 성경관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로마 가톨릭과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비성경적 신사도 운동과 비전을 공유한다는 것은 자기부정이자 배교적 행태에 가깝다. 이러한 행사를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전 세계 앞에 종교혼합주의를 용인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는 신학적 자해 행위이다. 이는 복음의 핵심 메시지를 '사회 정의'나 '인류애'와 같은 세속적 가치로 희석시키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의 길을 흐리게 만들 뿐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신학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이 총회 개최를 거부해야 하며, 주최 측은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고 한국교회에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WEA 서울총회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행사는 세계 복음화의 축제가 아니라, 복음주의 신학의 붕괴를 공식화하는 비극의 현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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