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앞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현장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현장의 모습. ©주최 측 제공

제주도가 지난해 제정을 추진하다 보류했던 제주평화인권헌장이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지역 사회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제주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안을 심의해 그대로 의결했다. 해당 헌장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조항이 사실상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도민 반발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12월 선포 계획이 잡혀 있었으나 거센 반대 여론으로 연기된 바 있다.

제정 과정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9월 공청회는 찬성 측 발언에 치우쳐 파행됐고, 이후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는 절차는 사실상 없었다. 당시 제주도는 2월 말까지 반대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월 24일 열린 TV 토론 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번 가결로 이제는 선포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헌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성격의 문서지만 도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제주지킴이운동본부 대표 우광일 목사(제주은총교회)는 “도민 다수가 반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찬성 측 보도가 이어진 끝에 결국 가결됐다”며 “선포식만 남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저지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21일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오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위원회 회의에 앞서 지역 시민단체들도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제주도민연대, 제주영락교회, 다이아나헤어스쿨, 한국청소년바로세움 제주연맹 등 단체 대표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여론조사에서 도민 다수가 인권헌장 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도민 3분의 2 이상이 헌장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비민주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서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차별금지를 포함한 조항에 대해 48.3%가 반대하고 32.8%만 찬성했다”며 “이는 명백한 도민 정서”라고 강조했다. 또 “성평등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지역사회의 질서를 흔들고 표현과 종교의 자유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통과된 헌장은 10개 장 40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4·3 사건을 비롯해 평화, 안전, 문화, 환경 등 도민 생활 전반에 걸친 권리와 원칙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제1장 일반원칙 제2조에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명시한 조항이 핵심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정의당과 녹색당 등이 참여하는 제주차별금지제정연대는 “국내외 인권 규범을 토대로 도민의 참여와 토론을 통해 완성된 약속”이라며 조속한 선포를 촉구했다.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사회적 분위기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향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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