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 호황과 정부의 장기적 전략 지원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한국은 경기 둔화와 산업정책 한계로 성장세가 둔화되며 대조를 보였다.

기획재정부와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7430달러(약 5217만7420원)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대만은 3만8066달러로 추정돼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우리 정부가 제시한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3.2%)와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수치를 단순 비교한 결과다.

한국은 2003년 처음 대만을 제치고 1인당 GDP에서 우위를 차지한 뒤 줄곧 격차를 유지해왔다. 2018년에는 양국 간 격차가 1만 달러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사이 대만이 빠르게 추격했고, 지난해에는 한국(3만5129달러)과 대만(3만3437달러)의 차이가 불과 1600달러에 그쳤다.

대만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8.01% 증가해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만 통계청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출이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의 직접적 수혜를 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보통신 장비와 전자제품 수출 증가, 민간 소비 회복도 성장세를 떠받쳤다.

반면 한국의 2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여파로 인한 수출 둔화, 건설투자 위축, 취약 계층 고용 불안정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내수 회복이 일부 나타났지만, 전체 경기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만의 반도체 주도 성장은 수십 년간 이어진 산업정책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대만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 연구개발, 인프라를 집중 지원했고 최근에는 첨단 공정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며 “인재 양성, 해외 인력 유치, 미국·일본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도 성장세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크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투자 부진, 고용 취약성 등으로 경쟁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며 “AI 반도체가 산업의 핵심이 되는 상황에서 TSMC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으로 반도체 인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은 내년에 1인당 GDP가 4만1019달러에 도달하며 사상 처음 4만 달러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3만8947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반도체는 민간 기업만의 영역을 넘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진 분야”라며 “정부가 전력과 공업용수 등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AI 반도체 투자와 전략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인당 GDP는 국가 경제의 평균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실제 개인의 체감 소득 수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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