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을 당시, 기독교인들의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독립운동’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제4회 학술세미나가 21일 국회 헌정회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 세미나는 정재호·이영일·김형오 등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 일부 회원들이 주최했고, 고신포럼(대표 김경헌 목사, 사무총장 이상선 목사)과 인천대학교 독립운동사연구소가 주관했다.
◆ “종교 신념 수호 넘어 광복 위한 절실한 독립운동”
인사말을 전한 고신포럼 대표 김경헌 목사(고신교회 담임)는 “우리의 기독교 신앙 선배들은 일제강점기, 또는 6·25와 같은 동족전쟁 속에서 생명을 아까워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애국운동에 동참했다”며 “그런 와중에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이 있다면, 고 한상동 목사님을 비롯한 아직도 서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여러 애국 신앙선각자분들의 독립유공자 추서가 아니었나를 생각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일제 치하 그들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말살하기 위해 온갖 잔혹한 박해를 가해왔지만, 그들 앞에서 하나님께서 이 나라 이 민족을 지켜주셔야 국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 아래, 일제에 항거한 신앙 선배인 고 한상동 목사님을 비롯한 애국 신앙선각자분들을 재조명해보고 그 명예만이라도 회복시켜, 후손들에게 알리는 것은 바람직한 우리의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뒷전에 밀려나, 그동안 이런저런 자기중심적인 논란으로 이 독립유공자 추서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어느 특정한 부류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며, 다만 나라를 가슴에 안고 기도하며 자신을 희생한 기독교 유지들의 명예를 회복하여 다음 세대에 이어준다는 큰 뜻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대식 국회의원(국민의힘)도 인사말에서 “암울하고 고통스러웠던 일제시대, 항일기독독립운동가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투옥과 고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제에 저항했다”며 “이들의 ‘신사참배 거부 투쟁’은 종교적 신념의 수호를 넘어 광복을 위한 절실한 독립운동이었다”고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역시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나섰던 신앙인들은 성경 말씀을 철저히 따른 터에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목숨을 불사하고 반대 투쟁했다”며 “그야말로 신사참배 거부는 신앙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실천하는 행동의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분들의 신앙 발자취를 통해서 무엇이 죽음 앞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게 만들었고, 무엇이 그들을 지탱해 내었고, 저항정신, 신앙운동, 독립운동으로 승화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귀중한 시간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 주제발표는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와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전 원장이 맡았다.
◆ “한상동 목사의 운동이 분리주의? 언어도단”
최덕성 박사는 ‘한상동과 주기철의 교회론,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일제 당시 신사참배를 거부한 한상동 목사와 주기철 목사에 대해, 한 목사는 분리주의 교회관을, 주 목사는 정통 교회론을 가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최 박사는 “한상동과 주기철의 교회론이 달랐다는 주장은, 일제 말이기에 배교하는 교회에 항거하여 새로운 교회조직을 가지려고 시도한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분리주의 운동으로 간주하는 시각”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의 교회가 우상숭배를 하고 백귀난행(百鬼亂行)을 저지르며 이단의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상태였음에도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새로운 교회조직을 가지려고 한, 한상동을 비롯한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시도를 3세기 이후에 있었던 교회관 논쟁에서 드러난 분리주의 교회관의 재현이라고 함은 언어도단”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일제에 항거한 정치운동인 동시에 배교한 한국교회에 항거한 신앙운동, 교회운동이었다”며 “신사참배 거부운동 공동체는 그 자체로 공교회성-보편성(catholicity)을 지닌 완전한 교회였다”고 했다.
또한 “사도들이 전수해 준 보편적 기독교 신앙을 계승, 고백하면서 유일신론과 십자가의 구속 사건에 대한 감격과 신앙의 정조를 가진 교회였다”며 “우상숭배를 하고 배교하는 교회에서 축출, 면직, 제명을 당한 교역자들은 신도주의(神道主義)화 된 한국교회에 대항하여 기독교 보편적 신앙과 장로교회 본래의 신앙고백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운동이 새로운 교회조직을 가지려고 한 것은 정당했다. 역사적 기독교와 개혁교회론에 충실했다.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의 교회론에 부합하는 개혁신앙적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 “항일민족운동·독립운동으로 판단할 근거 충분”
오일환 전 원장은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왜 독립운동인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일제의 교묘한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단순한 종교적 저항만이 아니라, 영적 정체성과 민족 정체성, 신앙의 자유를 지키려는 정신적 독립운동이었다”고 했다.
오 전 원장은 “더욱이 이 운동은 신앙을 통한 민족 정체성 수호, 일본의 국체 수용 강요에 저항하며 주권 회복 추구, 외세에 대한 민족저항 의지 등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항일민족운동이요, 나아가 독립운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신사참배 거부운동이 독립운동으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운동이 신앙의 자유와 신앙전통을 지키려는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종교 내부의 신앙 운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며 “일제는 신사참배 거부운동 참여자를 ‘종교적 반역자’로 규정했으며, 이를 정치적 반역으로 확대해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 전 원장은 “그러나 일제가 이들을 민족주의자로 규정해 여느 독립운동가들과 마찬가지로 치안유지법 및 보안법 위반죄에다 천황 불경죄를 뒤집어씌워 중형을 부과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들을 정치범이자 독립운동가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신앙의 이름으로 일제의 동화정책과 일본의 국체 수용을 추구하는 국가신도에 끝까지 저항했던, 민족의 자존과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항일투쟁이었다는 점에서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 “신사참배 거부한 이들에 대한 국가적 예우 필수”
주제발표 후에는 오지원 소장(한국침례교회연구소), 전정희 종로문화원 전문위원, 최수경 대표(모닝포커스) 등이 패널로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오지원 소장은 “일제의 권력 남용에 따른 부당한 명령 즉, 신사참배 강요에 대한 불복종 저항운동을 했던 이들, 신앙을 통한 비폭력 저항운동을 했던 이들에 대해 마땅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신사참배 거부운동이 일제에 항거한 애국운동이었음을 인정해 이분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예우는 필수적이라 하겠다”고 했다.
전정희 전문위원은 “1885년 전후 개신교 전래 이래 ‘교육’ ‘의료’ 그리고 ‘의식 근대화’ 운동은 당시 새로운 사조인 기독교 문명으로부터 시작된 역사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하나, 이를 ‘특정 종교’로 국한해 버리는 역사관으로 해석하다 보니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결국 종교운동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최수경 대표는 “‘신사참배 반대운동은 신앙운동이지만 독립운동이다’라는 확고한 논리 아래 이론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그동안 연좌제에 의해 서훈이 미뤄져 왔던 박차정의 오빠 박문희나 이현속의 서훈에서 보듯, 철옹성 같은 정부의 독립운동가 서훈의 힘든 장벽을 넘어설수 있었던 것은 ‘신사참배 반대운동은 독립운동이다’라는 주제 아래 지속적으로 개최해온 국회학술세미나의 적은 결실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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