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선교사의 생애와 활동 생생히 전해
한국기독교자료센터 설립 계획 발표
선교사 후손 자료 통합과 네트워크 형성 필요성 강조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원장 박삼열)은 18일 오후 숭실대 창의관에서 캐나다 출신 독립운동가 마틴 선교사의 외손자 론 무어(Ron Moore) 박사 방한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론 무어 박사 부부를 비롯해 권요한 교수(서울여대), 오지석 교수·마은지 교수(숭실대), 성신형 연구위원, 박삼열 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마틴 선교사 일대기 번역서 출간 홍보 ▲선교사 관련 자료 기증 ▲한국기독교자료센터 설립 안내 ▲‘내한 선교사 후손 네트워크’ 추진 계획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오는 9월에는 마틴 선교사 부부의 딸 마가렛 마틴(Margaret M. Moore)이 집필한 전기 「만주의 마틴: 폭풍 속의 횃불」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번역은 성신형 박사, 마은지 교수, 권요한 박사 등이 참여했으며 광복 80주년에 맞춰 선교사와 독립운동의 의미를 조명한다.
스탠리 해빌랜드 마틴(1870~1941)은 캐나다 장로교 선교사이자 의사로, 만주와 한국에서 의료선교와 독립운동 지원에 헌신한 인물이다.
마틴은 영국 식민지였던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에서 태어나 마르코니 전신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의료선교사의 권면으로 토론토 킹즈 칼리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이곳에서 아내 마가렛 로저스를 만나 결혼한 뒤 캐나다 장로교 파송을 받아 만주 용정으로 향했다. 그는 서구식 병원이 없던 용정에서 제창병원을 설립해 의료진을 양성하고, 결핵 치료와 X-ray 진료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의료를 시행했다.
1916년 정식 선교사로 임명된 마틴은 제창병원 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1919년 3·13 용정 만세시위 당시에는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치렀으며, 병원을 독립운동가들의 집회와 숙소로 제공했다. 간도대한민국회는 1920년 그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같은 해 간도참변이 발생하자 학살 현장을 기록·보고해 일본군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기도 했다.
1927년부터는 서울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 겸 부속병원 의사로 활동하며 흉부외과 과장과 결핵병방지회장을 맡아 한국 청년층의 결핵 퇴치에 힘썼다. 1940년 부인과 함께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1941년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별세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8년 그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마틴은 “개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끝까지 한국을 향한 사명을 간직했다. 그의 삶은 아내 마가렛의 기록을 통해 전해졌으며, 후손들은 현재도 한국교회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외손자 론 무어 박사는 1950년 한국에서 태어나 13년간 성장기를 보냈다. 이후 가수이자 작곡가, 선교사로 활동하며 루마니아 등지에서 선교에 참여했고, 한국에서는 어린이 선교캠프를 열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론 무어 박사는 이날 형제들을 대신해 “저희 형제 중 두 명은 서울에서 태어나 남가좌동 선교사 사택에서 살았고 이후 마포로 이사했다”며 “제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할머니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된 책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이제 한국어 번역서가 나오게 돼 감사하다”며 “어머니가 남긴 감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한국 독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삼열 원장은 “마틴 선교사 부부를 비롯한 많은 선교사의 헌신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만주와 서울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보며 예수의 길을 보여주었던 선배 신앙인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번 전기 번역 출간은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는 기회”라고 말했다.
프랜시스 킨슬러(권세열) 선교사의 손자인 권요한 교수는 내한 선교사 후손 네트워크에 관해 “내한 선교사 후손 네트워크는 현재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선교사들의 역사는 한국 역사와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대학마다 선교 역사 자료들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만, 자료들이 제각각 흩어지 있다는 점이다. 자료들이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되어 자랑스런 선교의 역사가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은 2025년 상반기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행복과정 교육 사업, 제35차 콜로키움, 찾아가는 청소년 아카데미 등을 진행했으며, 하반기에는 국제학술축제와 학술행사, 그리고 2027년 개교 130주년을 맞아 불휘총서 발간을 추진한다.
번역서는 총 27장으로 구성됐으며, 크게 ▲선교사 준비 시기(교육, 결혼, 파송) ▲중국에서의 선교 활동(제창병원 설립, 3·1운동, 간도참변, 일본군 학살 고발) ▲서울에서의 활동(세브란스병원 교수, 결핵 치료, 일제 추방과 별세)으로 나뉜다. 또한 마틴 선교사의 딸 마가렛 마틴 무어 선교사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그의 다섯 아들의 인사말과 후손들의 증언이 추가됐다.
성신형 박사(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는 간담회에서 번역서 기획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출간은 독립운동과 선교사의 활동을 동시에 조명하는 작업”이라며 “만주에서의 선교활동과 독립운동 지원,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의료활동 등 마틴 선교사의 삶을 통해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성 박사는 “번역 과정에서 크게 세 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로 이 책을 번역하면서 선교사 후손들의 관심과 애정에 놀랐고, 둘째로 한국기독교의 뿌리가 선교사들의 사랑과 저항의 정신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하고 놀랐다”며 “최근 한국기독교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러한 사랑과 저항의 정신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마지막 셋째로 마틴 선교사의 한국 사랑을 보고 놀랐다. 그의 마지막 시간에도 그는 자신의 지병이 나으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선교위원회 총무 암스트롱 목사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책의 출간 시기가 광복 80주년이라는 점에서 그 뜻이 더 깊다는 생각을 한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은 한국기독교자료센터를 설립하고 오는 9월 20일 현판식을 개최한다. 현판식은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3층에서 열리며, 같은 날 진행되는 ‘2025 국제학술축제’ 2부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지석 교수(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는 한국기독교자료센터 설립 목적에 대해 “자료실을 넘어선 전문 연구센터로 발전시켜 한국 근대 전환기와 기독교 관련 자료의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센터가 보유한 자료는 ▲연구원 기존 소장 도서 1,984권 ▲영국왕립아시아학회 기증 도서 3,729권 ▲디지털 아카이브 190권 ▲프랜시스 킨슬러(권세열) 선교사 가족 기증 자료 등이다.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http://hkplus.ssu.ac.kr/#/search/intro)를 통해 확인 가능하며, 선교학·근대대학 자료와 더불어 프랜시스 킨슬러·윌리엄 베어드 가족 컬렉션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연구원은 국내외 관련 기관들과 MOU를 체결하고, 내한 선교사 후손들로부터 소장 자료 기증 의사를 받아 선교사 가족 컬렉션을 확장할 계획이다.
연구원 측은 “한국기독교자료센터 설립을 통해 국내외 문헌과 자료를 집대성하고, 한국학·기독교학·선교학 분야의 학술 성과를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적 학술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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