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한국과 미국 간 자동차 무역의 비대칭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산 수입차는 한국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누리며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25%의 고율 관세 장벽에 막혀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총 4,818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 판매량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5년 만에 모델 Y의 부분변경 모델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며 다시 한번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델 Y는 2023년 수입차 전체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인기 차종으로, 신차 출시에 따른 대기 수요까지 더해져 향후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
미국산 차량 중 또 다른 브랜드인 캐딜락도 무관세 혜택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최근 출시된 플래그십 SUV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출시 하루 만에 초도 물량이 전량 완판되며 관심을 끌었다. 이 차량은 전량 미국에서 수입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에 들어올 때 관세가 붙지 않는다. 1억6천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무관세라는 이점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미국산 수입차는 한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판매를 늘려가고 있지만, 그 반대 상황에서 한국산 차량은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유지하고 있는 수입차 관세 정책의 일환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분간 미국 내 재고 물량을 활용해 현지 차량 가격을 동결할 계획이지만,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지 공장의 가동률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적용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양국 간의 자동차 무역 구조는 통상 원칙에 비춰보더라도 불균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 관세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서로 유사한 수준에서 맞춰지지만, 한국 정부는 정치·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미국산 차량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시장 보호를 명목으로 수입차에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미국산 차량에 대해 무관세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산 차량이 국내에서 실질적인 특혜를 누리고 있으며, 미국차의 시장 점유율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관세 비대칭을 언제까지 용인할지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신중하게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