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어린이날 연휴가 끝난 7일 다시 준법투쟁에 돌입했지만, 시민들이 예상했던 ‘출근길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첫차부터 준법투쟁이 재개됐지만, 버스 운행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고, 시민 대다수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은 채 일상적인 출근길을 소화했다.
서울시내버스노조는 이날 새벽 첫차부터 준법투쟁을 시행했다. 이는 지난 4월 30일 1차 준법투쟁 이후 일주일 만의 재개다.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협상 결렬로 인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면 파업이 아닌 ‘준법’ 방식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노사 간 협상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준법투쟁은 교통법규와 안전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버스는 모든 승객이 좌석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은 것을 확인한 뒤에 출발하고, 급정거·급출발은 물론 차선 변경이나 끼어들기도 하지 않는다. 휴게시간에는 주차를 위한 차량 이동조차 하지 않는 등 정해진 규정 외의 업무는 수행하지 않는다.
이날 오전 서울 시내 곳곳의 주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서는 출근 시간대 큰 혼잡이나 혼란은 감지되지 않았다. 오전 8시 14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정류장에 도착한 일부 버스에는 ‘서울시 지시에 따라 4월 30일부터 안전운행합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버스 내부는 여유 있는 공간을 유지하며 정상 운행됐다. 대기 중인 승객 수도 많지 않았고, 배차 간격도 4~14분 정도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서울 용산구로 출근 중이던 직장인 한지훈(35)씨는 “문자로 준법투쟁 소식을 접했지만, 평소와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며 “근로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양천구 목동역 등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부분의 버스 정류장에서는 3~5분 간격으로 버스가 도착했고, 시민들은 조용히 줄을 서서 탑승했다. 일부 시민은 출근길 교통상황이 평소보다 오히려 나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서울 중랑구에서 양천구로 출근 중이던 직장인 이모(26)씨는 “지난번에는 혹시 몰라 일찍 나왔는데 정시에 도착했다”며 “이번엔 제시간에 나왔는데도 크게 지연되지 않았다. 지하철도 붐비는 수준이 평소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는 “준법운행은 파업이 아니라 안전규정을 지키겠다는 것이므로 오히려 승객 입장에서는 더 안전해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성북구 길음역 방향으로 향하던 대학생 김호영(23)씨는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사람이 조금 많아진 느낌은 있었다”며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준법투쟁은 정당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동구 왕십리역 일대에서 성수역으로 향하는 시민 권모(30)씨도 “302번 버스를 13분째 기다리고 있지만, 불편하거나 불만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버스 배차 지연으로 인해 다소 불편함을 겪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허예현(33)씨는 “10분 넘게 버스가 오지 않았다”며 “정당한 투쟁인지 잘 모르겠지만, 출근길에는 영향이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아침 “운행 속도 저하와 배차 간격 증가로 불편이 예상된다”며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공지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첫 준법투쟁 당시엔 전체 인가된 운행 횟수보다 1013회 적은 운행이 이뤄졌고, 운행률은 97.3%를 기록했다. 또한 배차 지연 87건, 비정상적인 정류소 정차 2건, 차고지에서의 지연 출발 1건 등 총 90건 이상의 이상 징후가 감지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준법투쟁 기간 동안 지하철 1~8호선 및 우이신설선의 출근 시간대 배차 횟수를 47회 증편했다. 출근 혼잡 시간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 운영하며 대응에 나섰다. 다만 지난 투쟁 당시 큰 혼란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자치구 무료 셔틀버스는 별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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