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수많은 기독교인이 좌익·공산주의 세력에 의해 집단 희생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전쟁 시기에 희생된 기독교인 533명 등 총 600명의 종교인 희생자를 진실규명 대상으로 결정하고 직권조사를 마무리했다.

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을 전후해 좌익세력에 의한 희생자로 파악한 종교인은 기독교인 533명, 천주교인 64명, 대종교인 3명 등 총 600명이다. 이중 기독교인이 전체에 약 89%를 차지했다.

종교인 희생자 중 기독교인 수가 많은 건 한반도 공산 좌익세력이 유독 기독교를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증거일 것이다. 기독교인 희생자 대부분이 인민군이 후퇴하던 1950년 9월 이후 지방 좌익세력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볼 때 반공사상에 투철한 기독교인에 대한 악감정과 복수심이 원인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진실화해위는 기독교인들이 좌익세력에 집중 표적이 된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단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지식인, 유지, 민족운동가 등으로 활동한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충청 지역 조사에도 밝혀졌듯이 이번 전락 지역 조사에서만 기독교인과 천주교인을 포함해 총 337명의 종교인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지역에서 활개를 치던 빨치산 등 좌익세력의 기독교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라 지역 조사에서 밝혀진 대표적인 사건이 전남 영광 염산교회 집단 학살이다. 이 사건은 1950년 9월 말, 좌익세력이 염산교회 교인들이 국군 환영대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교회 전체 교인 3분의 2에 해당하는 77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좌익 추종세력은 교인들을 염산면 봉남리 설도항 수문 앞에서 돌과 새끼줄로 결박한 후 산 채로 바다에 던져 수장했다. 당시 이 교회 김만호 장로와 박귀덕 권사의 네 딸이 함께 희생됐다. 이들 중 일부는 칼에 의해 목이 절단된 상태였다고 한다. 공산 좌익세력의 살상행위 수법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혹했는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에서 명확한 희생 기록과 증언이 확보된 54명에 대해서만 진실규명 대상자로 확정했다. 기록과 증언이 뒷받침되지 못한 희생자를 이번 진실규명 대상자에서 제외했다는 점에서 실제 희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 김제 만경교회 사건은 ‘반공혁명단’을 조직한 이 교회 청년들을 좌익세력이 전주형무소로 끌고 가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만경분주소 우물 속에 집단 수장됐다. 희생자 대부분이 망치와 죽창 등으로 피투성이가 된 채 무거운 돌에 매달아 우물에 빠뜨려 익사한 채 발견됐다.

충청 지역에서도 교회 30곳에서 기독교인 149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충남 공주·금산·논산 등 15개 지역에서 발생한 좌익세력의 기독교인 집단 학살사건은 인민군 점령기인 1950년 7월부터 발생해 퇴각 시기인 9월 25~28일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71명 중 49명이 3일 동안 무참히 살해당했는데 이런 기독교인 살상행위가 1951년 초까지 계속됐다.

충남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곳이 병촌성결교회다. 이 교회 교인 54명이 1950년 7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좌익세력에 의해 희생됐다.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무려 29명이나 됐고 이중 어린 교회학교 학생이 전체의 30%인 16명이나 됐다니 공산주의자들의 잔혹성에 치가 떨린다.

충남 논산에서는 이화교회, 우곤교회, 강경침례교회 등에서 희생자 39명이 확인됐다. 특히 우곤교회에서는 교인 33명이 1950년 9월 27,28일 이틀 사이에 집단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공사상을 가졌거나 그 가족 혹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전라 충청 지역 외에도 서울·경기·강원지역에서 92명의 기독교인이 진실규명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들 대부분은 인민군에 의한 강제 납북자로 총 82명이 북한으로 끌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활동을 마무리하며 정부에 △국가에 대해 북한 정권의 사과 촉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 △피해 회복과 추모사업 지원 등 후속 조치, △가족관계등록부 등 공적 기록 정정, △평화·인권 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이번에 진실화해위가 6.25 전쟁을 전후해 좌익세력에 의한 종교인 학살 피해 사실을 밝혀낸 건 큰 성과다. 그동안 피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국가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역사적 진실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실화해위는 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토대로 국가와 국회에 권고할 뿐 강제할 권한은 없다.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 와중에 발생한 공산세력의 종교인 학살은 나치의 유대인 집단 학살 못지않게 잔혹하고 반인륜적이다. 이제 와서 공식 인정됐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 든다.

이제 공이 정치권으로 넘겨진 만큼 정부는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회는 피해 회복을 위한 입법 조치를 서두르기 바란다. 한국교회 또한 기독교인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반드시 가슴에 새기고, 후세에 가르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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