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 병사가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히면서 신병처리 문제가 국제사회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통일부는 생포된 북한 병사 송환 문제와 관련해 “국제조약에 따른 국제법적 검토 및 관련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하면서도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전원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돼 그 실현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붙잡힌 북한군인 2명은 20세, 26세의 젊은 병사로 각각 턱과 다리 등에 부상을 입은 채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후송돼 치료를 받은 후 심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조사에서 “전쟁이 아닌 훈련을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았다. 러시아 도착 후에야 파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북한 국적의 군인이 교전 중에 생포되면서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수만 명의 청년들을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보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훈련을 위한 이동인 줄 알았다는 북한 병사의 진술에서 김정은이 병사들뿐 아니라 그 가족과 북한 주민을 속이고 젊은이들을 사지에 보낸 반인륜적 범행 행각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러시아 쿠르스크에 1만1천여 명의 병사들을 파병하고도 이런 사실을 부인해 왔다. 가족들의 반발과 주민 동요를 우려한 나머지 군인들을 훈련을 위해 차로 이동하는 것처럼 끝까지 속였다. 러시아로부터 돈과 핵심 무기기술 지원을 받으려고 이런 사기극까지 벌이는 집단이 오늘의 북한인 것이다.

북한 병사가 투입된 격전지마다 전사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병사들이 투항을 못하도록 북한 당국이 별도로 사살조까지 함께 투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명분 없는 남의 전쟁에 목숨을 바칠 군인이 몇이나 될까. 전쟁이 길어질수록 체포되거나 스스로 투항하는 병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랄 경우 이들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가 국제사회에 큰 관심사로 부상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체포된 두 명의 북한 병사만 해도 치료와 심문이 끝난 후 어디로 보낼 것인가를 놓고 벌써 여러 가지 설이 나오는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미 사로잡은 북한군 병사를 전쟁포로로 분류해 러시아군이 억류중인 자국 군인 포로와 맞교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전쟁 중에 포로를 맞교환하는 건 전쟁 당사국 사에 해당하는 문제인데 붙잡힌 병사가 러시아가 아닌 북한 국적자인지라 쉽게 성사되기 어렵다. 지금 북한과 러시아 모두 북한군 파병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가정할 수 있는 게 북한으로의 송환이다.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에 의하면 포로는 해당 국가, 즉 포로의 국적지로 송환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이 병사들이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가혹하고 반 인권적인 처벌을 가할 게 뻔하다는 점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송환인가, 적들 속의 삶인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의 운명에 대해 다루며 이들의 인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북한군 포로가 고국의 가족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해 자살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제3국행과 함께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게 한국으로 보내는 방안이다. 해당 병사가 원할 경우란 단서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다른 탈북 군인과 마찬가지로 귀순으로 처리해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바란다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통일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국제조약에 따른 국제법적 검토 및 관련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낸 건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다만 정부가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지만 의지를 가지고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군의 참전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붙잡힌 병사도 “훈련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군에 붙잡힌 북한 병사는 전쟁 포로라고 볼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해당 병사는 남의 나라 전쟁에 영문도 모른 체 끌려온 한국인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처형 등 심대한 인권침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을 우리 정부가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기구를 통해 계속 제기한다면 한국 송환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포로로 붙잡혀 심문을 받는 북한 병사들이 스스로 한국행을 희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자신의 선택으로 북한에 있는 부모와 가족들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이나 주재원들이 탈북을 결심하고도 마지막까지 한국행을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정부가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가졌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사지에 내몰린 국민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벼랑 끝에 매달린 북한 주민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한다는 마음으로 이 문제에 진정성 있게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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