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전교생 시험거부 투쟁인 이른바 백지동맹 사건을 주도한 최순덕 할머니(1911년 출생)가 22일 향년 10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최 할머니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마지막 생존 여성 애국지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광주여고보(현 전남여고) 3학년생이었던 최 할머니는 1929년 11월3일 광주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일시위에 참가해 치마폭에 돌을 담아 나르며 일제에 항거했다.

그는 이날 시위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구속되자 광주여고보 학기말 시험일인 10일 전날 '구속 학생 석방과 조선 독립을 위해 한 글자도 쓰지 말고, 연필도 들지말고, 운동장으로 모이자'란 호소문 150장을 밤새워 작성해 전교생에게 배포했다.

전교생이 시험을 거부한 '백지동맹' 사건으로 인해 주동자인 최 할머니와 가담자 46명은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고 이듬해 1월에는 결국 퇴학 처리됐다.

'백지동맹'은 총칼을 찬 순사들이 학교를 드나들던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격렬한 의사 표현으로 일본인 교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며 전국의 여학교로 학생 독립운동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최 할머니는 1954년 학생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전남여고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지만 정작 외부에는 백지동맹에 참여했던 친구 이광춘 할머니가 주동자로 알려져 독립유공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광주면 부면장과 광주여고보 사친회장을 맡고 있던 친구의 아버지가 백지동맹에 참여한 딸이 구속되지 않도록 사태를 수습하면서 최 할머니의 행적까지 묻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최 할머니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학생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포장(1996년)을 받은 이 할머니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백지동맹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항거로 최 할머니가 주동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탄원했으나, 보훈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돌려보내 끝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했다.

최 할머니는 백지동맹에 함께 참여했던 친구 이광춘 할머니가 3년전 별세한 이후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생존 중인 여성 애국지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봉사활동과 통일운동에 항상 참여하셨다"며 "강직하고 빈틈없는 성격이었지만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놓지 않을 정도로 다른 사람을 높이고 위하는, 가슴 따뜻한 분으로 마지막까지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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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 #백지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