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공연 당시 모습.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공연 당시 모습.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구 수성아트피아 측은 내달 1일 재개관에 맞춰 예정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공연 내용 일부를 수정해 재개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대구 ‘종교화합자문위원회’(종교자문위) 측이 이 공연을 두고 ‘종교 편향’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재개관 기념 공연의 예매는 잠시 보류 상태이지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예정대로 공연될 계획”이라며 “공연 내용 일부를 수정해 늦으면 다음 주 내로 정식 예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열린 대구 종교자문위 회의에선 대구시향과 대구시합창단의 대구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기념 공연에 대한 안건이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한 자문위원은 이번 공연 작품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두고 ‘신(God)을 찬양하는 내용이어서 종교적으로 편향됐다’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조례에 따르면, 대구시 산하 예술단의 공연은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대구 종교자문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특히 종교 중립성과 결부된 안건일 경우 종교계 자문위원 전원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대구시향은 필요한 경우, 대구시합창단은 필수로 이 심의를 받는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이 부결되면서 결국 대구시합창단은 지난달 말 대구 수성아트피아 측에 공연 참여가 어렵다는 통보를 전했다.

일각에선 ‘종교 편향’을 이유로 대구시향과 대구시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을 무산시킨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작품은 기독교 색채를 넘어 인류애와 평화를 염원하는 이른바 ‘세계적 문화유산’이라는 평가도 나오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1823년을 전후로 독일 시인 실러의 송가 ‘환희에 붙여’를 가사로 삼고, 그 위에다 멜로디를 얹어 작곡한 이 교향곡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대구시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기념음악회 포스터 모습
대구시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기념음악회 안내 포스터 ©수성아트피아 홈페이지 캡쳐

방성택 대구시음악협회장은 “베토벤 교향곡 ‘합창’은 인류 평화를 위해 화합하자는 내용으로 종교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작품”이라며 “서양 음악 대부분이 교회음악에서 유래됐고, 무대에서 종교적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도 클래식 음악을 굳이 종교와 결부시켜 상연을 막겠다는 시도는 국제적인 망신이자 후진국형 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조례안은 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며 “대구시예술진흥원장은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만장일치 심의제도를 명시한 조례안 수정을 대구시 의회에 요청했고, 관련 사안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만장일치 심의제도에 대구 불교계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4년부터 출범한 종교자문위는 대구시 산하 예술단에 ‘종교 중립성’과 관련한 공연 내용의 심의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불교계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월 중순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대구불교총연합회는 항의 차원에서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들을 대구 동화사로 불러냈다. 대구시합창단이 그해 부처님오신날(5월 18일) 하루 전날에 개최한 창립 40주년 기념 공연에서 ‘종교 편향’ 여지가 있는 성가 다수를 무대에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불교계 인사들은 이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고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고위 관계자는 “시립예술단 설치조례 및 운영규칙에 자문위원회 관련 내용을 명문화하는 등 일회성 대책이 아닌 법정화된 제도로 의무화하겠다” “향후 합창단의 모든 공연은 불교계를 포함한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공연하도록 하겠다” 등을 밝힌 바 있다.

‘종교화합자문위원회’ 관련 해당 조례에 대한 대구시의 종교적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예총 대구광역시연합회(당시 사무처장 김기동, 이하 대구예총)는 지난해 10월 개최한 ‘제주 해녀의 숨비소리’ 행사에서 ‘영등굿’을 선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대구시 지역교계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이를 두고 대구시 문화예술정책 관계자는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등굿을 종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형문화재에다 유네스코 유산인 영등굿은 중요한 민속예술”이라고 했다. ‘영등굿’은 종교적 내용이 아니라서 얼마든지 공연이 가능하지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은 종교적 내용이라서 불허하겠다는 이른바 ‘종교 편향’을 앞세운 이중적 논리인 셈이다.

본지는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에 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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